春雷
警告

ヴォクスノク

*石秘する真相のオブリガート

애증을 좋아하신다면 무르 카드스를 꼭 봐주시길

 

목차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10화

무르

오웬

스노우

오즈

카인

샤일록

네로

시노

 

1화

???
허억, 허억……. ……하, 젠장, 망했다…….
(추워, 아파, 도망쳐야 해…… 저 강을 건너서…….)
……윽!
헉, 으윽, 다리가 움직이질 않아……. 제기랄, 피가…….
(내 치유 마법으로는, 이런 중상은 낫게 할 수 없어.)
(……여기서, 죽는 건가…….)
하아……, 적어도…….
적어도, 그 녀석이, 내 뒤를 쫓아오지 못하게 해야…….
불태워야 해. 취재 수첩…….

???
(……망할, 안 되네. 마력이 부족해, 타다가 남겠어…….)
그럼, 그 녀석에게 편지를……
(정령이든 신이든 상관없어. 부탁이야, 마지막으로 이 편지만큼은 전해줘…….)
<──……>, …….

???
아…….
……루키노…….

(돌이 부서지는 소리)



창문으로 들어오는 포근한 햇살을 쬐며 사쿠쨩이 크게 기지개를 켠다.
그날, 나는 임무가 없는 마법사들과 함께 마법사들의 집을 방문하고 있었다.

오웬
후후. 컵케이크에, 스콘에, 머핀. 전부 내 거야.

시노
네 거 아니야.

카인
손님용으로 쟁여둔 과자다. 너에게는 시장에서 타르트를 사줬잖아.

네로
사줬다고 해야 되나, 멋대로 지갑 털어가지 않았어……?

그리고…….

무르
오~! 우리 기사가 또 늘었어!

샤이
얼마 전 리케 일행이 활약한 것이군요. 루키노가 상당히 고생했다고 들었어요.

근처에서 쇼핑을 하는데 우리의 기척이 느껴졌다며, 무르와 샤일록도 들러주었다.
두 사람이 올려다보고 있는 것은 우리의 활약상이 실린 세 번째 신문. 그 기사를 써준 사람은 신문 기자 루키노다.

현자
(그러고 보니…… 루키노는 『은인』을 만났으려나?)

그가 기자를 꿈꾸는 계기가 된 인물과 만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도착한 것은 딱 이 기사에 실린 사건이 있었을 무렵이다.
얼마 전 이 신문을 전해주러 왔을 때 루키노와 잠시 얼굴을 마주하긴 했지만, 길게 대화하지는 못했다.

(문 열리는 소리)

루키
안녕하세요, 여러분! 계신가요?

현자
앗, 루키노! 안녕하세요.
(호랑이도 제 말한다면, 은 아니지만 엄청난 타이밍인걸.)
(……그리고, 옆에 있는 분은…….)

루키노의 옆에 서 있는 것은 은인의 소식을 전해다 준 그 『사장님』이다.
나이는 50대 정도 되었을까.
올리브 그레이색 머리를 댄디하게 빗어 넘기고 세련된 쓰리피스 정장을 차려입은 모습은 거물급 할리우드 스타 같았다.
키우는 개인 걸까, 예쁜 리본을 맨 토이 푸들이 발치에 얌전히 앉아 있다.

현자
당신은, 저번에 오신…….

사장
예. 저번에는 경황이 없어 실례했습니다.
현자님, 그리고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내서니엘 펠저라고 합니다.
펠저 신문사의 사장 겸 편집장 겸 기자 겸…… 뭐, 요컨대 잡무 담당입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내서니엘씨…… 사장님은 가슴에 손을 얹고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 몸짓에서도 레드카펫 위의 배우 같은 세련미와 자신감, 화려함이 묻어난다. 나는 당황했다.

현자
(어, 어쩐지 대단해 보이는 사람이네. 귀한 신분이라거나…….)

카인
……정중한 인사, 감사히 받겠습니다.
신문사 이름을 듣고 설마 했습니다만, 펠저 가문의 내서니엘 각하이십니까.

현자
(아, 역시 귀족!?)

사장
저를 알고 계셨다니 영광입니다. 하지만 부디 편하게 대해주시길.
동생이 워낙 살갑게 돌봐주기에 지금도 가문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리고는 있습니다만, 원래 저는 서자인 몸입니다.
부디 저를 『펠저 가문의 내서니엘』이 아닌 『멋쟁이 이상한 아저씨』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네로
평민한테 무리한 요구를 하는구만.

현자
(다행이다,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신 분 같아…… 음?)

문득 품속의 사쿠쨩이 몸을 뒤척였다. 내려다보자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사장님의 토이푸들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현자
(사쿠쨩, 개나 새는 역시 신경 쓰이는 걸까? 고양이는 아니지만, 고양이 형태니까…….)

사장
흐음? 죄송합니다. 이 아이가 현자님의 고양이를 겁주었나요. 친구가 집을 비운 사이 잠시 맡고 있어서요.
서쪽 국가 출신의 사교성 좋은 아이라 못된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현자
아뇨아뇨! 그냥 좀 신경 쓰이나 봐요. 얌전하고 영리해 보이는 아이네요. 리본도 잘 어울려요.

무르
………….

카인
각하…… 아니, 당신의 인품은 충분히 알았어. 가까워진 기념으로 악수하게 해줘.

사장
기꺼이.

카인을 필두로 모두 자기소개를 마치고 두 사람을 안쪽 테이블로 안내했다.

사장
이건 가까워진 기념으로 가져왔습니다. 여러분끼리 드셔주세요.

현자
감사합니다.

시노
이거, 라스티카한테 들은 적 있어. 풍요의 거리에서 유명한 타르트야.

오웬
신난다. 먹을래.

네로
방금 전에도 타르트 먹지 않았나……?

카인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닐 텐데. 일부러 사 와준 건가?

사장
아뇨아뇨, 단순한 선물입니다. 얼마 전까지 취재차 서쪽 국가에 있었기에.

무르
그렇다고 해도 귀한 물건인 건 변함없어! 찔리는 구석이라도 있어? 아니면 부탁할 거?

샤이
……무언가 급한 용건이라도 있으신지요?

사장
실은…….

루키
사장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말씀드릴게요.
이건, 제가 부탁드려야만 하는 일이니까요.

현자
부탁……?

루키
네. 아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게는 기자를 꿈꾸는 계기가 된 소중한 『은인』이 있습니다.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 중 누군가가 그와의 재회에 동행해 주실 수 있을까요.

시노
동행? 뭐 때문에.

현자
……그분이 마법사셨죠. 저번에 리케랑 제게 조금 얘기해 주셨는데…….

루키
기억해 주시고 계셨군요. 네, 몇 년 전 숲에서 절벽 아래로 떨어졌을 때 저를 구해주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를 무서워했어요. 의심하고, 거절하고, 차별적인…… 끔찍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토니는 저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다리를 다친 제가 걸을 수 있게 될 때까지…….


토니
자, 수프 다 됐다. 먹어.

루키
……고마워.

토니
오. 오늘은 웬일로 고분고분하게 받네.
이제 『마법사의 독이 든 수프 따위!』는 졸업이야?

루키
윽. 그, 그건…….
……너는,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한 번 튕겨서 내 옷가지 하나 안 남기고 다 빼앗을 수 있어.
아니, 그러는 편이 이득이지. 우연히 야영지로 떨어졌다고 해서 나를 돌봐줄 의무 같은 건 없으니까.
그런데도, 너는 그러지 않았어. 지금도 네가 먹을 걸 줄여가며 나한테 나눠주고 있고.

토니
…….

루키
그런 너를, 마법사라는 것만으로 의심한 내가…… 무례했고, 틀렸어.
죄송합니다.

토니
……헤에! 이건 좀 놀랐네. 그렇게나 나를 매도해 대더니 말이야.
가까이 오지 마라, 저주술사 놈, 독살광 놈, 또 뭐라더라…….

루키
저…… 정말로, 죄송…….

토니
헤헤, 미안미안. 열받긴 했으니까 화풀이 좀 해봤어. 대신 이걸로 퉁치자.
너, 인간치고는 사고방식이 유연하네. 『칸타스토리아[각주:1]』에 적합하겠다.

루키
……칸타……?

토니
어라. 이 근처에선 안 쓰는 말인가?
쉽게 말해서 유랑하는 발라드[각주:2] 가수야. 여행 중에 소문을 수집해서 그걸 노래로 만드는 거지.

루키
아아! 가끔 거리에서 노래하고 있는 그 광대 말하는 건가.
근데 그건 전부 거짓말뿐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토니
뭐, 확실히 쓰레기 같은 것도 많지. 하지만 난 달라.
진실만을 노래하는 칸타스토리아거든.

루키
……무슨 소리야?

토니
평범한 칸타스토리아가 노래하는 건 단순한 뜬소문이야. 그게 거짓이라도 신경 쓰지 않지.
그렇지만, 나는 달라. 소문을 들으면 그 진위나 배경을 철저하게 조사해. 그렇게 조사한 뒤에 노래하는 거야.
『그 소문에 대해, 제가 조사해 왔습니다. 자, 진실을 들려드리죠』……라고 말야.

루키
직접, 조사한다…….
……굉장해, 그런 일을…….
……그, 그치만, 그거 위험하지 않아?

토니
위험해지면 도망치면 그만이야. 이래 봬도 나는 106살 먹은 마법사라고. 마력도 꽤 강하단 말씀.

루키
106!? 틀림없이 내 또래일 줄…….

토니
헤헤, 마법사의 나이는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는 법. 너, 세상 공부 하나 했네.
……모르는 것을 조사하고, 그걸 정리해서 노래로 만들고. 그걸 사람들이 들어주는 건, 정말이지 즐거운 일이야.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건져 올리는 일이지.

루키
…….
……나도, …….

토니
응?

루키
……아냐, 아무것도.
저기. 지금까지 어떤 걸 조사했어? 제일 힘들었던 건 뭐야?

토니
오, 관심 있어? 좋아, 가르쳐 주지. 밤은 기니까 말이야.



루키
──고마워, 토니. 다리 붓기도 가라앉았고, 이제 혼자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토니
그거 다행이네. 난 치유 마법은 아무리 해도 젬병이더라고. 샥 낫게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루키
아니야. 정말로……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어.

토니
응?

 

2화

루키
내가 좋아하는, 신비한 이야기. 내가 알지 못하는 거리와 국가의 이야기.
뜬소문 이야기, 그 진상의 이야기, 먼 세계의 이야기…….
마법사 이야기.

토니
…….

루키
전부, 네가 가르쳐 줬어.
너와 만나서 다행이야. 진심으로…… 고마워.

토니
……헤헤, 그래? 나도 뭐, 나쁘지 않았어. 너 같은 친구가 생겨서.

루키
……!

토니
다신 절벽에서 떨어지지 마라, 루키노. 난 서쪽으로 가니까 다음에는 못 도와준다고.

루키
잠입 조사를 하러 가는 거지. 토니야말로 조심해야 해.

토니
누구한테 하는 소리야. 발라드가 완성되면, 들려주러 올게.

루키
기대하고 있을게.
…….
……있잖아. 사실은…….
나도…… 토니처럼, 알지 못하는 걸 조사하고 정리하는 걸 좋아해.

토니
…….

루키
……나는 귀족이니까, 이 마음을 직업으로 할 수는 없겠지만…….
너만은, 알아줬으면 해서. 나에게 이런 마음이 있었다는 걸.

토니
…….
……집구석 따위, 아주 먼 옛날에 버리고 나왔으니까 뭐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기억해 둬, 루키노.
나는 언제까지고, 네 발라드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루키
……!

토니
건강히 잘 있어, 루키노!


현자
칸타스토리아인 토니씨…….

카인
좋은 친구였구나.

루키
네.

루키노는 무척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있어 상식이었던 것이, 점점 바뀌어 간다.
그것은, 형용할 수 없는 충격이었습니다. 마치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았어요.』
이전 루키노에게서 들은, 은인과의…… 토니씨와의 만남을 묘사하던 말이다.
세계를 여행하며 진실을 조사하고, 그걸 노래로 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토니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루키노에게 있어, 인생을 바꿀 정도의 충격이었으리라.

루키
토니와의 만남을 계기로 저는, 조사한 것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신문기자를 꿈꾸게 되었고, 사장님께서 저를 거둬주셔서 펠저 신문사에 입사하게 되어서…….
제 기사가 처음으로 신문에 실렸을 때, 토니가 마법으로 편지를 보내주었어요.
『읽었어. 조사를 아주 잘했던데, 좋은 기사야. 분명 훌륭한 기자가 될 수 있을 거야』라고요!

시노
이런 약소 신문을 잘도 찾았네.

네로
어이, 사장씨 앞에서 무슨 소릴…….

사장
아닙니다, 정말 그래요. 제가 평소에 가는 살롱에도 저희 신문은 놓여 있지 않은데.

샤이
그만큼 친구인 루키노씨에게 마음을 쓰고 있었다는 의미겠지요.

루키
에헤헤. 그치만 편지가 온 건 그 한 번뿐이었어요. 그 이후론 소식이 끊겨 버려서…….

무르
잠입 조사가 길어지고 있는 거 아니야?

루키
그럴지도 몰라요. 그래도 역시 걱정이 돼서, 저는 계속 그의 행방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요전에, 서쪽 국가의 어느 거리에 토니로 추정되는 인물이 머물고 있다는 정보를 사장님께서 입수해 주신 거예요.
하지만 토니가 마법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다면 인간인 제 눈으로는 알아볼 수 없죠. 조사 중이라면 방해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래서…… 같은 마법사인 여러분의 힘을 빌리고 싶습니다. 염치없는 부탁이라는 건 알지만,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사장
저도 부탁드립니다. 그에 관한 기사를 쓸 수 있다면, 이 아이는 분명히 기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겁니다.
펠저 신문사의 사장으로서, 무엇보다도 루키노를 키워온 부모의 마음으로서…… 이 기회를, 반드시 잡게 해주고 싶습니다.

카인
두 사람 다 고개를 들어줘.
나는 물론 힘을 보태지. 루키노에게는 신세를 많이 져왔으니까.
그리고 『마법사의 집』은 곤란한 일을 편하게 상담하기 위한 장소다. 곤란한 때에 우리를 떠올리고 의지해 줘서 기뻐.

루키
카인씨……. 감사합니다!

현자
마법사는 아니지만 저도 협력하게 해주세요. 여러분도, 괜찮으시다면 힘을 빌려주실래요?

주위를 둘러보니 믿음직스러운 끄덕임이 잔뜩 돌아온다.
조금 떨어진 소파에서 타르트를 먹어치우는 오웬만이 반응이 없었다. 그는 참가하지 않을 모양이다.

루키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장
협력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럼 저희와 여러분의 일정을 맞춰서…….

무르
『저희』? 사장도 같이 가려고?

사장
예? 예에. 루키노를 맡고 있는 몸으로서 토니씨에게 감사의 인사도 전하고 싶고…….

무르
그래.

무르
진심이야?

현자
(……무르?)

무르가 사장님을 가만히 쳐다본다. 사장님은 어째서인지 미소를 머금은 채 그 시선을 마주 본다. 그 옆에서 루키노가 사장님의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루키
사장님, 그건 좀 무리죠. 서쪽 그거 기사, 아직 손도 안 댔다고 들었는데요.
기사는 신선도가 생명이라고 사장님이 저한테 가르쳐 주셨잖아요.

사장
…….
……아이고, 귀가 아프다니까. 귀여운 후배를 너무 유능하게 키워버린 모양이야.
어쩔 수 없지. 이번에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물러서는 사장님을 향해, 샤일록이 한순간 와인빛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무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날카로운 미소는, 쥐를 쫓아내는 고양이를 닮아 있었다.



그 후 서쪽 거리로 갈 날짜를 정하고, 우리는 해산하게 되었다. 루키노와 사장님을 배웅하고 우리도 현관으로 향한다.

카인
……아. 미안, 두고 온 게 있어.

네로
그럼 밖에서 기다릴게.

(문 여는 소리)

카인
어디 보자, 펜이……. 있다 있다.

오웬
네 탓이네.

카인
우옷! 뭐야, 오웬인가. 안 돌아가나?

오웬
새마냥 떼 지어 돌아가는 건 사양이야.
그보다, 네 이야기야. 너 때문에 마법사가 노예가 됐어.

카인
……무슨 얘기야?

오웬
좀 전에, 그 꼬맹이한테 협력하겠다고 네가 말을 꺼낸 거잖아. 
그 바람에 다른 녀석들까지 협력하게 됐어. 아무런 대가도 없이 말이야. 그건 노예나 다름없지.

카인
아니지. 대가는 없는 게 아니다. 이미 받았어.
이 집이 생긴 뒤로 우리 모두 루키노에게 신세를 지고 있지. 이번 일이 그 답례인 셈이다.
게다가…….

오웬
게다가?

카인
…….
……나에게는, 이득이 있어.
루키노의 기사를 통해 마법사의 집이 보이는 행보[각주:3]나 현자의 마법사들의 평판이 오른다면…….
언젠가는, 마법기사단을 설립할 수 있을지도 몰라.

오웬
……마법기사단?

카인
그래. ……너에게는 미리 말해두려고 했어.
아서 전하께서 구상하고 계신 마법사와 인간 혼합의 이변 조사단이다. 그게 설립되었을 때는, 나를 단장으로 임명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어.

오웬
…….
……마법기사단장…….
기사님이 그게 되는 거야? 마법사의 집이 인간들한테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

카인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도 그 첫걸음이 마법사의 집이라는 건 확실하지.

오웬
…….

카인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줘. 오웬에게만, 이야기해도 좋다고 전하께 허락을 받았어. 
뭐라고 해야 할까……. 내 입장에 관해, 너는 관계가 있으니까.

(문 열리는 소리)

현자
카인? 찾으시던 거 있었나요?

시노
슬슬 놓고 간다!

카인
미안, 지금 가!
……그럼 가볼게, 오웬.

(나가는 소리)

오웬
…….

오웬
………….



며칠 뒤. 우리는 토니씨가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는 거리에 도착했다.
깔끔하게 정비된 석조길. 늘어선 건물들은 세련되었고, 평온하면서도 도회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거리 중심에는 강이 흐르고, 햇살을 머금으며 반짝이고 있었다.

루키
이 거리에 토니가…….

거리를 둘러보며 루키노가 가볍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급히 참가하게 된 두 사람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스노
저 루키노라는 소년, 분위기가 달라졌구먼.

오즈
아까는 말을 곧잘 하고 있었다.

현자
설마 두 분을 만나게 될 줄은 몰라서 기뻤던 걸 거예요.

두 사람의 참가를 알게 된 것은 나도 바로 며칠 전이었다.
아무래도 무르가 두 사람에게 『액막이』로서 참가를 부탁한 모양이다.

현자
(그런데 『액막이』가 무슨 뜻이지? 두 사람도 무엇 때문에 불려 온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자니 갑자기 바로 옆의 공간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현자
와악…….

오웬
…….

현자
엥, 오웬!? 당연히 안 올 줄…….

오웬
시끄럽게 굴지 마. 죽여버린다.

현자
네에!?

시노
갑자기 나타나 놓고 멋대로 살기 피우지 마.

카인
……오웬.

카인이 눈을 크게 떴다. 그에게는 재앙의 상처가 있지만, 오웬만은 닿지 않아도 볼 수 있다.
카인과 눈이 마주친 오웬은 웬일인지 독설 한 마디 내뱉지 않은 채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에 카인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어깨를 으쓱이고는 그만둔다.

스노
……잘은 모르겠다마는, 루키노의 은인 찾기를 도우러 온 게지?

오웬
…….

루키
오, 오웬씨, 감사합니다.

오웬
시끄러워. 죽어.

네로
애한테 뭔 소릴 하는 거야.

샤이
루키노, 신경 쓰지 마세요.
오웬도 너무 심술부리지 말고요. 모두 당신을 무서워하고 있답니다.

오웬
흥…….

현자
(어, 어쨌든 오웬까지 협력해 준다니 든든하네.)

 

3화

현자
(앗, 혹시 무르가 말했던 『액막이』라는 게 오웬의 억제장치라는 뜻이었나?)

하지만 오웬의 모습을 보자 무르의 눈이 천진난만하게 동그래진다.

현자
(어라? 그럼 무르의 목적은 또 다른 건가?)

???
──됐다니까, 그냥 팔아치우자고!

???
그래도 역시…….

생각에 잠기려던 찰나, 멀리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시노가 강변을 가리킨다.

시노
봐, 저쪽. 사람들이 몰려 있어.

샤이
두 파로 나뉘어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양이군요. 이 거리의 사람들일까요.

스노
……흠. 잠시 상황을 보러 가자꾸나.

인파에 다가가자 소수파 사람들이 다수파 사람들을 향해 뭐라고 대꾸하며 다투고 있는 듯 보였다. 무르가 구경꾼 중 한 사람을 쿡쿡 찔렀다.

무르
있지! 다 같이 싸우는 중?

키가 큰 남성
다 같이는 아니긴 한데. 강변으로 떠내려온 마나석을 어떻게 할지 의견이 좀 갈리고 있거든.

현자
네? 마나석이요?

스노
……기척으로 보아 마법과학장치 같은 것인가 했더니만, 돌 그 자체였는가.

키가 큰 남성
난 얼른 팔아버리자는 쪽인데 저 녀석들이…….

턱으로 가리킨 곳에는 소수파 사람들이 있다. 꼬질한 종이를 든 할아버지가 난처한 듯 뺨을 긁적인다.

할아버지
자네들 말도 이해는 가네. 나도 이 돌을 팔아서 술이나 한잔하고 싶지.
그래도 이 돌은 마법이 걸린 이 메모랑 같이 흘러왔어. 즉 마법사의 돌이란 소리다.
그리고 배운 것 없는 이 늙은이 눈에도, 이 글자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서 썼다는 건 보인단 말이다.
그걸 생각하면 여기 적힌…… 『루키노』?라는 사람을, 조금은 기다려 주지 않으면 가엾지 않겠어…….

현자
『루키노』……!?

루키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몸을 날리듯이 인파를 헤치고 무리의 중심으로 뛰어든다.

루키
저, 저예요! 제가 『루키노』예요! 마법사를 찾아서 이 거리에 왔습니다!
다, 다른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하지만요! 그래도, 그, 메모, 그거……!

주민들
…….

필사적인 표정으로 외치는 소년을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던 것이겠지. 다투던 주민들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할아버지가 종이 조각을 루키노에게 내민다.

할아버지
여기 있다. 만약 이 녀석이 아는 사람이라면, 이 돌은 자네에게 주마.
다들, 그걸로 괜찮지? 길에서 쓰러져 죽어 있을 때와 같은 방식이야.

주민들
어, 어어…….

루키노는 낚아채듯 메모를 받아 들었다. 종이 조각을 펼치는 그의 눈빛에는, 너무나도 간절한 기도가 담겨있다.
나도 사쿠쨩을 꼬옥 끌어안으며 기도했다. 부디 다른 사람이기를.
그러나…….

루키
……윽…….

하늘색 눈동자가 커다랗게 뜨인다. 시간이 멈춘 듯 굳어진 채, 유령보다도 창백하게 질려간다.

네로
……그럼, 설마…….

오웬의 긴 손가락이 종이 조각을 가로챈다. 루키노는 저항조차 하지 않았다.
모양 좋은 입술이, 내용을 읊조린다.

오웬
『루키노에게. 나에 대한 건 잊어. 이 사건에 끼어들지 마.』
『부디, 기자 같은 건 포기해 줘.』
『──토니가』



그로부터 얼마 후, 우리는 거리의 여관에 들어와 있었다. 앞으로의 일을 정하기 위해 모두 내 객실에 모인다.
루키노의 눈은 울어서 부은 채 새빨개져 있었다.

현자
(설마, 이런 일이 되다니…….)

테이블 위의 무지갯빛 돌이 차갑고 고요히 반짝일 때마다 가슴이 저릿해진다.
토니씨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던 루키노의, 보물을 어루만지는 듯한 표정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간단히 만날 수 없으리라고 각오하고는 있었지만, 이런 슬픈 이별은, 상상조차 못 했다.

(문 열리는 소리)

그때, 객실 문이 열렸다. 돌아보니 여관의 주인분이 음식이 놓인 웨건을 밀며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여기서 기르는 건지, 뒤에는 셰퍼드가 따라오고 있었다. 늠름하고 강해 보이는 굵은 목과 화사한 리본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현자
(사장님의 토이푸들도 리본을 매고 있었지. 서쪽 국가 유행인가……?)

여관 주인
손님들, 저녁 식사 가져왔어. 좀 이르긴 하지만 다들 젊으시니 배가 고플 것 같아서.

카인
고마워. 시노, 내 지갑 좀…….

여관 주인
됐어, 됐어. 서비스로 받아주셔.

현자
네?

여관 주인
……낮에 있었던 소동, 나도 봤거든.
나는…… 토니의 돌이란 걸 알면서도, 아무 말도 못 해서…….

루키
……!

시노
토니랑 아는 사이였나.

여관 주인
그럼. 이 거리에 막 왔을 무렵 여기에 한동안 묵었었거든.
……나이에 비해 묘하게 박식하고 세상 물정에 너무 밝았지. 아마 마법사이겠거니 생각은 했어.
그래도, 마법사라도 상관없을 만큼 마음씨 착한 아이였다고. 청소하면서 몇 번 수다를 떨었었지…….

네로
그거, 언제 있었던 일?

여관 주인
벌써 일 년 반쯤 지났겠네. 동경하던 『보석 클럽』에서 일하게 됐다면서, 그 아이, 여관을 나가버렸거든.

스노
보석 클럽?

여관 주인
어머, 모르니? 저기 창밖으로 보이는 저 으리으리한 저택 말이야. 이 거리에서 유명한 신사 클럽이지.

현자
……그러니까…….

샤이
다른 세계에서는 생소한 개념일까요. 신사 클럽은 그 이름대로 신사들의 회원제 모임을 말한답니다.

무르
대충, 비슷한 관심사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떠드는 모임이야!
보통 호텔이나 저택을 통째로 빌려서 회원들의 휴식처 같은 걸 만들지. 귀족이나 상인들의 폐쇄적인 사교장이야.

현자
(……동아리나 동호회의 초호화 버전,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나? 그 동아리 부실 같은 게, 저 저택인 거고…….)

카인
『보석 클럽』이라면 보석 애호가들의 클럽인 건가.

여관 주인
맞아맞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유명한 건 회장인 마추카토씨야. 정말 기분 좋게 돈을 쓰는 사람이지!
듣기로는 고용인들 급료도 금화 하나부터 시작한다나. 믿어지니
토니도 그 소문을 듣고 거기서 일하려고 일부러 여행해서 왔다더라고.

루키
……!

여관 주인
그래서, 고용됐다는 걸 듣고, 나도, 참, 기뻤는데.
……그게…….

말끝을 흐리며, 주인분은 고개를 숙이고 코를 훌쩍였다. 나도 덩달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오즈는 그런 것에는 일절 개의치 않고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오즈
……마법의 기척이 느껴진다.

여관 주인
어?

시노
하?

스노
……듣고 보니. 게다가 이 기척, 무언가와 닮은 듯한……?

무르
나랑 닮았어?

스노
……닮았을지도……? 어딘지 모르게, 희미하게, 무르……?

여관 주인
무르…… 무르라고 하면, 그 무르 하트 박사님? 그 사람의 기척?이라는 게 느껴진다고?

카인
아, 아아. 혹시 짚이는 바가 있나?

여관 주인
이 목걸이 때문 아닐까? 하트 박사님의 기운을 받아서 장사가 번창한다는 부적을 샀거든.
듣자 하니 이 리본은 아주 먼 옛날에 하트 박사님의 망토에 달려 있던 거라지 뭐야.
지금 왕도에서 무척 유행 중이야. 기왕 사는 김에 이 아이에게도 사줬지. 우리 마스코트견이거든.

마스코트견
우~…….

여관 주인
그르릉 그만, 그르릉 그만.

현자
(별로 안 따르는 건가…….)

스노
흐─음. 그럼 그 기척인 겐가……?

무르
몰라─!

샤이
………….

여관 주인
자, 이제 다시 일하러 가야지. 길게 붙잡아둬서 미안해요, 손님들. 편히 쉬셔요.

주인분이 나간다. 오즈와 스노우도 일단은 납득했는지 그대로 배웅했다.
닫힌 문을 바라보며, 이 거리에 온 토니씨를 생각한다.

현자
(보석 클럽…….)
(분명, 그곳이 토니씨가 잠입한 곳이었던 거야.)
(어쩌면──.)

오웬
그렇구나. 토니는 보석 클럽에 잠입해서 조사하려다 실패한 거야. 
그리고, 살해당했다.

루키
……!

거리낌 없는 오웬의 말에 루키노의 몸이 경직됐다. 하지만 누구도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창밖의 거리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간다. 
그 가운데서 한 알의 다이아몬드처럼 빛이 반짝이는 보석 클럽. 토니씨가 마지막으로 잠입했던 장소.
소문의 진상을 확인한다는 일은, 누군가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는 일이기도 하다.

샤이
……루키노. 당신은 이제부터 어떻게 하고 싶나요?
보석 클럽 건을 조사하고 싶다면, 저는, 당신의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루키
………….

푸른 눈동자를 불꽃처럼 일렁이며, 루키노는 한동안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입을 열려다가도…… 이내, 편지로 시선을 떨군다.
『나에 대한 건 잊어. 이 사건에 끼어들지 마.』
『부디, 기자 같은 건 그만둬 줘[각주:4].』

 

4화

루키
……아뇨……. 괜찮습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샤이
……그러신가요.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마음에 다가서는 듯한 샤일록의 목소리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루키노는 가만히 편지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기댈 곳을 잃은 소년의 어깨가, 연약하게 떨린다.

루키
……줄곧……. 계속, 그날은 내 희망이었는데…….
토니는, 마지막 순간에, 그날을 후회했구나.
……내, 기자의 꿈이 시작된 그날을…….

오열하듯이 루키노의 숨이 가빠진다. 하지만 눈물은 더 이상 흘리지 않았다. 너무 많이 울어서, 다 말라버린 것이리라.
텅 빈 오열이 너무나도 애처로워서, 숨이 막혀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카인을 따라서 가냘픈 등을 진심을 담아 부드럽게 쓸어내릴 뿐이었다.
인생을 바꾸고 꿈을 심어준 친구가, 더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것.
기적처럼 만난 그 친구가…… 우리가 만난 걸 잊으라고 말한 것.
꿈을 버리라고 말한 것.
그것들이, 변덕도 심술도 아닌, 간절한 마지막 기도라는 것.
이런 상황에 어울리는 말 따위, 어디에도 없다.

무르
그래애, 조사 안 하는구나.

무르
그럼 난 내 맘대로 조사할게!

루키
에…….

샤이&오웬
어?

카인&시노&스노&네로
하?

오즈
…….

현자
무, 무르? 저기, 루키노가 방금, 조사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는데…….

무르
그렇지! 하지만 나는 루키노가 아닌걸!
진실에 목숨을 건 용감한 칸타스토리아. 그가 마지막으로 쫓았던 수수께끼!
그 수수께끼는 무엇이었을까, 그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가 목숨을 걸고 밝히려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무르
나는 알고 싶어! 그러니까 조사할래!

샤이
……무르…….

스노
취소해라. 지금이라면 실언으로 치부하고 용서해 주지 못할 것도 없어.
죽은 자가 제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남기려 한 염원이다.
자신의 욕구만을 스스럼없이 내세우며 호기심 따위의 값싼 충동으로 타인의 생애를 건 선택을 짓밟는다…….
슬슬 그 경솔함을 반성해 보는 게 어떻겠는가. 그대의 탐구라는 것도, 목숨이 붙어 있어야 가능한 법…….

무르
그럼 이만!

현자
아니, 기다……!

네로
……창문으로 날아가 버렸다…….

시노
무슨 정신머리인 거야, 저 녀석.

루키
……, 아…….

오즈
무르를 어딘가에 봉인할까.

스노
……샤일록이여, 어찌하겠느냐.

샤이
…….
……부디, 관용을. 나중에 잘 타일러 두겠습니다.

스노
그렇다면, 모쪼록 단단히 일러두거라.

샤이
네. 루키노, 무르가 심려를 끼쳐 면목이 없습니다.

루키
아니에요…….

스노
루키노여. 강의 상류 부근에서 희미하게 토니의 기척이 느껴졌네. 연이 깊은 물건이나 돌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지.
오늘 밤부터 며칠간 이곳에 머물며 가급적 그대의 손에 돌려주마.

루키
……감사합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다음 날.

샤이
……자, 무르. 오늘 할 일은?

무르
다 같이 강에 간다! 가서 토니의 유품과 돌을 회수한다!

샤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무르
모두와 함께 물건을 찾는다─!

네로
진짜 알고 있는 거 맞나.

카인
어제도 늦게까지 안 돌아왔었지. 어디서 뭘 하고 다닌 걸까…….

(노크소리)

스노
인간이로구나. 시노, 열어주려무나.

근처에 있던 시노가 문을 열자 그곳에는 신사가 서 있었다.
나이는 30대,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젊은 정도일까. 등 뒤로 묶은 옅은 황갈색의 머리카락이 윤기가 흘러서, 아마도 부유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자신이 부자라는 걸 어필하고 싶은 거겠지, 생각하기도 했다. 마법관에서 만난 진짜 셀럽들은 이 사람처럼 방문한 곳을 훑어보며 견적 내지 않으니까.

오웬
누구야, 너.

???
당신들이…… 하트 박사와 함께 머물고 있는,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이십니까.

세베로
저는 세베로 마추카토. 마추카토 보석상회의 상회장이자 보석 클럽의 회장입니다.
『클럽 입회를 고려 중이다. 하여 클럽 내부를 안내해 달라.』라는 박사의 편지를 받고 찾아왔습니다.

마법사들&현자
에엑!?

루키
……무…….

세베
마법사의 입회는 금하고 있습니다만…… 세기의 천재 무르는 우리나라의 보물. 이번만큼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무르
와─아! 그래야지!

무르
이걸로 됐어. 다녀오겠습─…….

카인
기다려기다려기다려! 마추카토 회장, 잠깐 시간을 다오……!

카인이 무르의 뒷덜미를 잡고 서둘러 방구석까지 끌고 갔다. 따라간 우리도 황급히 무르를 둘러싸고 작은 목소리로 추궁한다.

현자
무르, 저 사람에게 보석 클럽을 보고 싶다고 부탁했나요?

스노
설마 보석 클럽에 잠입할 셈이냐?

무르
응! 어제 클럽을 구경시켜 달라고 편지를 써서 정원에 던져뒀어.

네로
행동 너무 빠른 거 아냐……!?

시노
아까 『물건을 찾는다─!』인가 뭔가 말한 건 뭐였는데.

샤이
……무르. 이번만큼은 악취미가 지나치네요.
당신은, 그저 알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말의 울음소리)

오즈
……밖에 마차가 와 있군.

카인
무르를 데리러 온 건가.
……회장 본인이 여기까지 온 이상 클럽 방문을 취소하기도 어렵겠지.
그렇지만 무르, 너 혼자서 보낼 수는 없어. 만일의 사태에 너를 끌고서라도 돌아올 수 있는 녀석들과 동행해 줘야겠다. 괜찮지?

무르
네─에.

카인
좋아, 일단은 착한 아이다.
오즈, 스노우님, 샤일록. 현자님이랑, 그리고…….
……오웬. 당신들이, 무르를 따라가 주지 않겠어?

스노&오즈
알았다.

현자
알겠습니다!

오웬
…….

오웬
……어쩔 수 없네.

현자
(어라, 거절 안 하나. 드문 일이네, 오웬…….)

하지만 더 드문 일은 샤일록이었다. 우아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무르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카인에게 사과하듯 눈을 내리깐다.

샤이
……저는, 따로 행동하고 싶습니다.

카인
물론, 상관없어.

무르
에이─ 안 와?

쫓아가서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하는 무르를 얼어붙은 장미 같은 눈동자로 일별하고, 샤일록이 천천히 파이프를 피웠다.
화려함 없이 오로지 마음을 가라앉히는 향은, 우리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 피우는 것 같았다.

샤이
……대신이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클럽에 가실 여러분의 옷은 제가 준비해 드리지요.
<인비벨>

스노
오오! 멋진 차림새로다, 고맙구나.

오웬
흐응.

오즈
………….

현자
감사합니다, 샤일록!

샤이
아니에요. 여러분, 수고를 끼치겠습니다.

카인
다들 고맙다. 무르를 잘 부탁해.

네로
무르, 진짜 얌전히 있어야 된다…….

시노
루키노나 우리한테 민폐 끼치지 마.

무르
으─음, 끼쳐버릴지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거니까.

루키
………….



세베
──자, 들어오십시오. 이곳이 우리 『보석 클럽』입니다.

발을 들여놓자, 그 찬란함에 숨이 막힌다. 그곳은 마치 보석함 속 같았다.
목걸이에 티아라에 반지, 너무 생소해서 이름조차 모르는 온갖 주얼리.
그리고 천장마저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보석 원석.
『보석』에 관련된 것들이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장식되어 있어서, 눈이 따가울 정도로 반짝였다.

무르
어딜 봐도 보석투성이!

스노
굉장해─! 예쁘다─!

오즈
……눈부시군.

세베
제 개인적인 소장품들입니다. 아직은 빈약한 구색입니다만.

말과는 달리, 세베로씨가 자랑스러운 듯 웃는다. 컬렉션의 내력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들으며 걷다 보니 근처에서 담소를 나누던 신사들이 잇따라 일어나 정중히 인사한다.
모두 보석 애호가답게 보석을 몇 개씩이나 달고 있어서 무척이나 화려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주인인 듯한 신사의 발치에 누워 있는 비글의 목걸이에조차 작은 파란 돌이 빛나고 있었다.

현자
(어, 그런데 저 목걸이의 천 부분은 무르의 부적이라는 리본이랑 비슷하네. 정말로 유행인가 봐.)

신사들을 무시하기도 좀 그래서, 나는 연신 꾸벅꾸벅 인사를 받아주며 걸었다. 세베로씨는 아무래도 신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만을 골라서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정작 본인은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면서.

현자
(……안내받는 입장이라지만, 좀 거북하다…….)

검양
……환담 도중 대단히 죄송합니다. 세베로님, 잠시 드릴 말씀이…….

세베
무슨 일이죠? ……그 에메랄드가? ……, …….
하아, 그렇군요. ……쯧…….

검양
……죄송합니다.

무르
혀를 화려하게 차네. 무슨 일이야? 싸움?

세베
아뇨, 별것 아닌 잡무[각주:5]입니다. 저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만, 부디 클럽 안을 자유롭게 둘러보십시오.
흰 양복을 입은 자가 보석 클럽의 관리인, 검은 양복을 입은 자가 마추카토 보석 상회의 부하들입니다. 용건이 있으시다면 무엇이든.

(걸어가는 소리)

오웬
좋네, 저 녀석. 프라이드는 높은데 비굴해.

무르
자신감은 없으면서 과시욕은 강한 타입이네! 그런데 그걸 우아하게 포장하는 기품이나 자제력은 없고.

오웬
저런 녀석이 울고 있을 때가 제일 즐겁단 말이지.

현자
(엄청나게 막말하네…….)

 

5화

스노
적당히들 하거라.
……핫! 저기 쇼케이스에서 반짝이는 옐로 사파이어 반지는!
세상에, 화이트의 눈동자 같은 광채로구나! 껴보고 싶어─! 오즈쨩, 꺼내줘 꺼내줘!

오즈
이건가.

현자
잠, 오즈, 그거 함부로 만지면 안 되는 걸지도 몰라요……!

흑신
아니요, 만져보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꺼내 드릴게요.
자, 받으렴 도련님.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하고.

스노
와아─!

무르
너, 흰 양복도 검은 양복도 아니지? 마음대로 그런 짓 해도 괜찮아?

흑신
예. 여기 있는 것은 하나같이 일류 보석들입니다만, 세베로님 말씀에 따르면 『별것 아닌 돌』이라고 하니.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면 마음껏 만져봐도 좋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오웬
헤에. 그럼 이 돌을 끼고 그대로 나가버리면 마음껏 훔칠 수 있겠네.

흑신
하하하. 그건 좀 어려울 겁니다. 보시다시피 검은 양복들이 마법과학병기를 휴대한 채 경비 중이라서요.

신사의 눈짓을 따라 주위를 둘러본다. 그의 말대로 내 세계의 보디가드풍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서 있었다.
다들 금속 배낭 같은 크고 무거워 보이는 걸 메고 있었다. 배낭에서는 코드 같은 것이 뻗어 나와, 손에 든 투박한 석궁과 연결되어 있다.

현자
(조, 좀 뒤숭숭한데……. 석궁도 꽤 크고…….)

흑신
대단한 물건이죠. 최신식 마법과학기술로 제작된 초소형 석궁입니다.
동력장치도 석궁의 본체도 저렇게나 작은데 대인용 석궁과 맞먹는 위력이 나온다고 해요.

현자
(저게 초소형이라고!? 근데, 그렇네, 마법과학장치들은 죄다 꽤나 커다랬지…….)

스노
호오. 세베로라는 자, 제법 비위에 거슬리는 놈이다만…….
그 정도까지 해가며 클럽에 부를 쏟아붓다니, 제법 가상한 녀석이 아니냐.

스노우의 듣기 좋은 말에 신사는 눈을 내리깔고 웃었다. 입가를 가리며 우리에게 슬쩍 거리를 좁혀온다.

흑신
……그렇게까지 해서, 자랑하고 싶은 겁니다. 자신의 컬렉션을요.
소문으로는 클럽의 격을 높이기 위해 그 대천재 무르를 초대했다더군요. 컬렉션을 도둑맞으면 견딜 수가 없다며 마법사의 입회를 금지하는 규칙을 만든 건, 세베로님 본인인데도요.

현자
어…….

흑신
물론, 도량이 넓은 분이기도 합니다만!
한 달에 한 번 있는 『알현일』 제도도 세베로님의 발안이고요.

스노
알현일? 어디 왕족이라도 클럽에 오는 게야?

흑신
아뇨아뇨, 세베로님이 보석상으로서 『이거다』 싶은 돌을 저희 클럽 회원들에게 특별한 가격으로 팔아주시는 날입니다.
저 같은 시골 상인으로선 가늠도 못 할 그 부유함에, 대단한 너그러움까지. 『보석 클럽의 왕』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은 분이죠.

신사는 큰 소리로 말했다. 방금 속삭인 세베로씨를 향한 불신을 지워버리듯이.
반짝이는 사교장 너머로 내비치는 뒤틀림에 마법사들이 시선을 맞춘다.

현자
(정말로 세베로씨는 이 클럽의 왕이구나.)
(별거 아닌 험담조차 대놓고 못 할 정도로…….)

그때, 무르가 불쑥 신사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무르
그거, 무슨 돌?

흑신
헤? 으음, 루비인데요.

무르
그래. 유품이라든가, 추억이 깃든 물건? 아니면 첫눈에 반했어?

흑신
그런 건 아닙니다만, 일 년 전 즈음 사서…….

무르
그렇구나. 바이바이!

흑신
하아, 바이바이……?

(걸어가는 소리)

현자
가버렸다……. 무르,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했어요?

무르
아저씨가 그냥 특이한 취향인 건지, 아니면 보는 눈이 없는 건지 알고 싶어서.
『루비』라고 한 저 돌, 아무리 봐도 스피넬이거든.

현자
네?

오즈
스피넬…… 루비의 대체석이었나.

스노
『가짜 돌의 여왕』이라 불리는 돌이지. 색도 광채도 루비와 닮았으나, 희소성은 몇 단계나 떨어지는 저렴한 돌이다.

오웬
……그럼 저 녀석, 가짜를 산 거야? 보석 클럽 회원인데?

무르
그렇게 되네! 그리고 클럽 인원의 과반수가 하나 이상의 가짜를 지니고 있어. 
그런데 세베로는 당사자들에게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지. 그의 컬렉션에는 가짜가 단 하나도 없는데 말이야. 감정안은 확실할 텐데도.

오웬
즉, 그 녀석은 저 돌이 가짜라는 걸 알고 있다는 거네.

오즈
……그럼에도 침묵하고 있다고.

가슴이 술렁이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어째서, 보석 애호가들이 모인 클럽 회원들 사이에, 가짜 보석이 이렇게나 판을 치고 있는 걸까?

현자
(……이 일, 토니씨가 파고들었다는 『소문』과 관계가 있을 것 같아.)
(어쩌면, 토니씨는 무언가를 너무 깊이 알게 돼 버려서…….)

스노
……다들, 거기까지다.

불현듯, 스노우가 낮은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다.
세상사에 밝은, 세월이 깃든 표정으로 조용히 우리를 둘러본다.

스노
이곳에 어떤 비밀과 거짓이 있든, 토니도 루키노도 그것을 밝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이에 관여할 까닭은 없네.

현자
아……. ……그렇죠…….

스노
무르. 그대도, 여기까지 하거라.

스노
본인들, 그대의 변덕스러운 호기심의 끝을, 아주 잘 알고 있으니.

무르
………….



시노
──찾았다. 마나석 조각이야.

네로
강 속에 떨어져 있었어. 상류까지 보러 오길 잘했네.

샤이
……아무래도 토니는 이 주변에서 돌이 된 모양이군요. 저 수풀 근처에도 그의 기척이 남아있습니다.

카인
정말이네. 어디 보자…….
……아, 찾았다. 돌은 아니지만, 자.

네로
이건, 종이뭉치…… 아니 수첩인가? 너덜너덜하다고 해야 할지, 거의 숯이랑 흙덩어리네…….

샤이
복원이 가능할지 시도해 보겠습니다.
<인비벨>

샤이
……이 이상은 돌아오지 않는군요. 상당히 강력한 마법으로 불태워진 모양입니다.
토니가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힘을 다해 태우려 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카인
이거…… 루키노에게 남긴 메모랑 같은 종이야. 토니에겐 미안하지만, 다른 메시지가 없는지 살펴두자.
이렇게 말해도 벌레 먹은 자국이나 물에 젖은 게 심해서, 읽을 수 있는 글자가 거의 없다만……. 어디…….
『세베로 마』……. ……『클럽』…….
『돈』…… 한참 비어 있고, 『이야기, 듣기』…….

네로
……이거, 취재기록이라는 거 아냐?

시노
역시, 토니는 보석 클럽을 조사하고 있었던 건가.

카인
그런 모양이다.
………….
(……저쪽 나무들 사이에 좁은 짐승 통로가 있어. 방향으로 보면 거리까지 이어져 있겠지.)
(만약 내가 거리에서 도망친다면 이 길을 택하겠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강을 건널 수 있는 최단 경로니까.)
(강 건너에는 다른 거리의 성문이 있어. 거기까지만 가면 추격하는 쪽도 포기하겠지. 토니도 그렇게 생각해서…….)

샤이
……카인.

카인
……샤일록…….

샤이
지나친 부탁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당신이 무엇을 알아차렸든, 루키노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카인
…….

샤이
토니는 한을 품고 떠났을 겁니다. 그렇기에 그의 마지막 기도 정도는 들어주고 싶어요.
『이 사건에 끼어들지 말라』라는…….
……호기심 왕성한 친구를 걱정하는, 그 염원만큼은 말이죠.

카인
………….
알고 있어. 나는 루키노의 마음을 따를 거다.

카인
나조차도……. ……, 나 역시도…….

 

카인
존경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샤이
………….


 


루키
………….
(다들 배려해서 나를 혼자 있게 해주셨어. 지금도 유품을 찾아주고 계셔.)
(그렇다면 나는 내가 할 일을 해야 해. 이 결말까지도 포함해서, 제대로 쓰는 거야.)
(……토니는…….)
(기자를 그만두라고 했지만…….)
………….
……토니…….
(너는 무엇을 조사하고 있었던 거야?)
(왜, 내가 기자를 그만두길 바란 거야?)
(왜, 너는 죽어야만 했던 거야?)
윽, 가르쳐 줘, 토니. 노래해서, 들려줘…….
……알고 싶어…….
(……아니야, 안 돼. 토니는 분명 내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편지를 남긴 거라고.)
(어떤 사건에 휘말려서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고.)
(마지막 순간에, 나만큼은 무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준 거야…….)
……잊어야 해. 나는 끼어들면 안 돼. 적어도 이 사건만큼은.
그게 토니의 소원이니까…….
………….
(……그렇지만…….)
(어째서…….)



보석 클럽과 강가 수색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는 여관에서 조금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법사들
………….

숲에서 찾은 돌과 유품을 루키노에게 건넨 뒤, 카인 일행은 말을 아꼈다. 보석 클럽에 갔던 우리도 마찬가지다.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려 애쓰면서도, 어딘가,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위로와, 정적 속의 긴장이 감돈다.

네로
루키노. 수프 좀 더 안 먹을래?

루키노
……아뇨.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카인
괜찮겠어? 오늘 아침에도 거의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오즈
몸이 버티지 못한다. 움직일 수 없게 될 거다.

루키
하지만, 입맛이 없어서요…….

종일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음에도, 루키노는 여전히 초췌했다.
하루 이틀 만에 소화할 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 하지만 오즈의 말대로, 이대로라면 몸까지 상하고 말 것이다.

 

6화

우리가 얼굴을 마주 보았을 때──.

무르
보석 클럽, 이상한 곳이더라! 보석 애호가들이 모이는 장소인데, 가짜를 몸에 지닌 사람이 많았어.

마법사들&현자
……!?

마법으로 주걱을 빼앗은 무르가 멋대로 루키노의 그릇에 수프를 떠 넣었다.
그러고는 장난감을 가져온 고양이처럼 루키노를 빤히 들여다본다. 루키노는 홀린 듯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무르
그리고 있지──.

카인
이봐, 기다려 무르!

스노
……입 다물어라, 이 어리석은 것. 경망하게 발을 들여도 될 이야기가 아니야.
루키노 본인이 이 일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 않다고 결정하지 않았느냐. 죽은 자가 남긴 기도를 존중하는 길을 택한 게다.
그것을 재미 삼아 짓밟겠다면, 나 또한 용서치 않겠다.

말과 함께 스노우가 공중에서 마도구를 꺼내려던 찰나, 샤일록이 재빨리 손가락을 흔든다. 접착제를 바른 것처럼, 무르의 입이 갑자기 찰싹 다물어진다.

무르
으으읍~!

샤이
무르가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루키노, 송구합니다.

루키
아…….

샤일록이 고개를 숙이자 루키노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 움직임에서 알 수 있었다. 무르의 이야기에, 그가 몸을 내밀고 있었음을.

루키
……, 그…….
……죄송합니다, 전 이만 쉬러 갈게요. 잘 먹었습니다.

현자
루키노……!

무르
……! 읍!

시노
앗, 이 녀석 자력으로 마법을…….

무르
루키노! 기억해 둬!

멀어져 가는 등 뒤로 무르가 목소리를 높인다. 그 눈동자의 선명함에, 덜컥 숨을 삼킨다.
유구한 시간을 넘어 반짝이는 에메랄드처럼, 변함없이, 오래도록, 계속해서 살아가는 마법사.
그럼에도 여전히, 천진하게, 순수하게, 갈구하듯 수수께끼를 향해 손을 뻗는 탐구자.

무르
너는 그 무엇에도 얽매여 있지 않아.
너에게 어떤 기도나 사랑이 남겨져 있다 해도, 그건, 결코 저주 같은 게 아니야.
너는, 너의 길을 선택하면 되는 거야.

루키
………….

루키노는 돌아보지 않았다.
떨리는 손가락이, 문고리를 돌린다.
그렇게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고, 그는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다.



스노
(모두 잠들었구먼. 분명 무르의 방이…….)

오웬
(여기였을 텐데.)

스노&오웬
왁.

오웬
잠깐, 왜 그림에서 빠져나와 있는 거야. 놀라게 하지 마.

스노
이쪽이 할 소리구나. 이미 잠든 줄로만 알았거늘.

스노&오웬
………….

오웬
……여기 뭐 하러 온 거야?

스노
그놈을 막으러 왔단다.

오웬
막는다고?

스노
음. 토니도 루키노도, 이대로 제멋대로 굴게 내버려 두어서는 가련한 일이지 않느냐.
그놈이 파헤칠 진실 따위, 어차피 보잘것없는 것일 테지.
……모르는 편이 행복했으리라 탄식해도, 이미 늦었다.

오웬
…….

오웬
………….

스노
무슨 짓이냐.

오웬
나는 반대. 세베로의 악행을 폭로하고 루키노가 기사를 쓰게 만들어야 해.

스노
못된 아이로구나…….

오웬
그렇게 하면 우리가 훌륭한 마법사라는 게, 알려질 거야. 마법사의 집이 세상 사람들한테 인정받게 되는 거지.

스노
………….
……어째서지? 악의와 공포야말로 그대의 양분. 마법사의 집의 신용 따위, 땅에 떨어지는 편이 그대에게는 즐거울 터인데.
……아니, 생각해 보니 낮에도 이상했구먼. 카인의 요청 따위, 일단 비웃고 거절하는 것이 그대거늘, 순순히 따르고는…….

오웬
아니야. 이상하지 않아.
난…… 마법사의 집이 유명해진 다음에 최악의 짓을 벌여줄 생각이니까. 명성도 지위도, 엉망진창으로 짓밟아 줄 거야.
그때 너희는 어떤 목소리로 울어댈까? 하하, 상상만 해도 멋지잖아.

스노
허튼소리를. 그대가 진심으로 악행을 꾀할 작정이었다면 본인에게 고하지도 않았을 게다.

오웬
…….

스노
……그대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게지.

오웬
………….

오즈
──뭘 하고 있나.

스노&오웬
……!

오즈
……마도구……. 현자를 깨우겠다. 마법관에서 데려온 그림 속의 화이트도…….

스노
되었다, 오즈. 잠시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뿐이야.

오즈
마도구를 든 채로.

스노
그렇다고 말하지 않느냐. ……오웬이여, 오늘 밤은 물러가려무나.

오웬
하? 왜 내가…….

스노
본인도 물러가마. 비긴 셈 치자꾸나.

오웬
…….

스노
본인의 생각은 변함없다. 그대가 무르를 돕게 두지 않아.
허나 그대를 보아, 본인 역시 무르에게 손을 대는 것은 참아주마.

오웬
……뭘 멋대로…….

(문 열리는 소리)

카인
무슨 일이지? 소란스러운데, 싸움이라도 났나?

오즈
카인.

오웬
…………. 칫…….

(사라지는 소리)

카인
오즈랑…… 스노우님인가? 오웬도 있었던 것 같다만…….

스노
고 녀석은 그저 지나가던 길이었네. 우리도 이만 잠자리에 드마.
카인, 아무 걱정 말거라. 푹 자렴.



무르
오오, 이 출입금지 구역, 마법과학병기가 한가득!
……그런데 전부 너무 작네. 이 정도 사이즈의 석궁을 대인 병기로 쓴다면 이것보다 세 배는 큰 동력원이 필요할 텐데.
무슨 가공을 한 거지? 어딘가의 회로를 단축했나? 어디어디…….
……아아! 응응, 그렇구나. 제어장치랑 제4마도회로를……. 우왓……! 여기까지? 대담한 발상!
확실히 이러면 위력도 확보할 수 있고, 살지 죽을지 모르는 스릴도 맛볼 수 있겠네! 설계자가 갬블을 좋아하는 걸까?
…….

무르
……샤일록! 숨어있지 말고 나와!

샤이
…….

무르
아하하, 찾─았다! 숨바꼭질 중? 다음엔 술래 교대할까?
그런데 그전에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네. 신사 클럽에서 평상복이라니 재미없잖아. 얍!

샤이
……싫은 사람. 당신을 막으러 온 겁니다.

무르
에─ 숨바꼭질 안 해?

샤이
안 합니다. 몇 번이고 말하겠지만 이 사건을 조사하는 것은 그만두세요.
당신이 진상에 다가갈수록, 루키노 역시 그곳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그것은 고인의 의사를 짓밟는 행위예요.

무르
그건 책임 전가 아냐? 내 『알고 싶다』라는 마음이 루키노를 휘말리게 한다고 단정 짓는 건 말야.

샤이
당신이 주변의 심정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답니다.
하지만 행동을 함께하는 이상, 루키노의 마음은 당신의 행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요. 반드시 조사의 동향에 신경을 쓰게 될 겁니다.
그것은 그의 선택이 아니에요. 그의 의지는, 토니를 존중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선택했으니까요.
……당신이 적어도 루키노나 토니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면 저도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저 진실을 파헤치며 놀고 싶을 뿐이지 않나요.
……바다를 오염시킨 마법과학이며, 영혼을 깨뜨린 달의 연구와 똑같이, 무책임한 호기심 그대로.

무르
너무하네, 샤일록. 그렇게 호기심을 업신여기지 마!
『알고 싶다』는 열망은 지적 생명체의 근원적인 욕망이야.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최초의 충동이지.

무르
네가 가르쳐 준 거잖아. 너와 내가 말을 나누게 된 건, 호기심으로, 내가 너에게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라고.
네가 그날 가게 문을 닫은 건……. 단 둘이서 이야기한 건…….
네가, 나에게 흥미를 가졌기 때문이잖아?
그런데 지금, 내가 똑같은 충동으로 진실을 알려고 하는 건 어째서 비난받아야 해?

무르
너와 나의 우정을 낳은 것도 운명이나 인연 같은 게 아니라, 단순하고 무책임한 호기심이었는데!

샤이
……읏. ……!

무르
와우. 실력 행사는 드문 일이네.

샤이
……윽……. 당신은…….

무르
기도로도, 사랑으로도 멈출 수 없는 게 호기심이야.
그래서 학문이 발전했지. 그래서 발라드가 노래됐어. 그래서 신문기자라는 직업이 생겨났고…….
그래서, 우리는 친구가 된 거야.

샤이
………….

무르
기다려 봐, 샤일록. 난 예언자는 아니지만 신문기자의 마음이라면 다소 이해할 수 있어.
루키노는 곧 결단을 내릴 거야.
내가 너의 기도보다도, 나의 호기심을 선택했듯이…….
루키노도, 자신의 길을 선택할 테니까.



루키
………….

(물에 들어가는 소리)

루키
……차가워…….
이렇게 차가운 물속에서……. 돌이 된 너는, 내내…….


토니
……모르는 것을 조사하고, 그걸 정리해서 노래로 만들고. 그걸 사람들이 들어주는 건, 정말이지 즐거운 일이야.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건져 올리는 일이지.


루키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이야기…….
(토니. 너는, 마지막에 무엇을 조사한 거야?)
(어째서, 목숨을 잃은 거야?)
(어째서, 나한테 기자를 그만두라고 한 거야?)
(칸타스토리아라는 일을 그렇게나 자랑스러워하던, 네가…….)
………….
……이제 그 누구도, 토니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
……그렇다면…….

루키
……미안해, 토니.
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를 지키려고 해줬는데. 필사적으로 기도해 줬는데.
……그래도…….

 

7화

──며칠 후.

검은 양복의 남성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오늘은 저희 클럽의 알현일입니다.

흰양
멋진 돌과의 만남이 있으시길.

무르
고마워!

마법사들&현자
………….

세베로씨가 보석을 도매하는 알현일, 손님으로 초대받은 무르와 동행해 우리는 보석 클럽을 방문했다.

루키
………….

다크한 의상을 차려입은 루키노는, 지금까지의 솔직하고 밝았던 그와는 어딘가 달랐다.
칼집에서 빼어든 날카로운 칼날처럼 숨이 막힐 정도로 예리한 옆모습으로, 똑바로 앞을 응시하고 있다.


루키
──여러분. 보석 클럽의 조사를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역시 저는, 토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샤이
………….

루키
……한 차례 거절해 놓고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뻔뻔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무르
난 대찬성!

오웬
좋아. 최악인 걸 파내고 싶네.

시노
그런 이유로 협력하지 말라고.

카인
나는…… 루키노의 의사를 존중하겠다. 하지만…….

네로
……진짜 괜찮겠어? 토니는 당신이 이런 짓 하지 않도록 그 편지를 남긴 거잖아.

루키
……토니에겐 면목이 없다고 생각해요. 천국에서 화내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알고 싶어요. 이 마음을 따르지 않는 한 저는 토니의 죽음도, 이 직업도, 제대로 마주할 수 없어요.
……복수를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건져 올리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현자
……루키노…….

스노
……그런가. 그렇다면 그대는 토니의 마지막 염원을 짓밟고 나아가는 길을 택한다는 게로구나.

루키
……읏.

오즈
아이를 상대로…….

스노
오즈, 물러나 있거라. 본인은 지금, 루키노의 각오를 묻고 있다.
……루키노여. 그 끝에는, 이야기 같은 아름다운 진상 따위는 없네. 현실이란 이따금씩, 잔혹하고도 허무한 것이지.

루키
………….

스노
……허나, 그럼에도 그대가 그 길로 나아가겠다 한다면 한 가지만 일러두마.
죽은 자의 염원을 넘어서 나아간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각오로 짊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루키
…….
각오하고 있습니다. 입장이 반대였다면 토니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토니를 존경했기에, 저는 기자가 된 것입니다.

샤이
…….

스노
……그래. 그럼 늙은이의 간언 따위, 귀에 들어오지도 않겠구나.

스노
마음껏 실망하려무나, 루키노. 내 끝까지 지켜봐 주마.

루키
스노우님…….

카인
루키노, 네 각오에 경의를. 기꺼이 힘이 될게.

시노
나도, 뭐.

네로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말이지. 끝까지 함께 가줄게.

현자
저도요!

오즈
……현자를 따르겠다.

샤이
………….
……알겠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선택이라면.

루키
여러분……. 정말로, 감사합니다!

무르
결정이네! 그럼 다 같이 보석 클럽 잠입이다!
마침 곧 알현일이야! 나, 초대장 받았거든. 어떻게 진상을 파헤칠지 작전도 세워야겠네!

루키
네……!


루키
그럼 여러분, 작전대로. 잘 부탁드립니다.

모두 얼굴을 마주 보고 끄덕인다. 우리는 몇 개 조로 나뉘어 저마다 목적지로 향했다.



시노
가자. 우린 이쪽이야.

오웬
아아…….

보회
음? 잠깐, 기다려 너희들. 그 문 너머로는 흰 양복이나 검은 양복 외에는 출입 금지…….

보회
쉿! 목숨이 아까우면 내버려 둬. 저 은발은 무르가 데려온 북쪽의 오웬이랬어.

보회
힉!? 미, 미안하다. 지금 그건, 없었던 걸로…….

오웬
…….

시노
……후우, 나 참. 잘 잠입했네.

오웬
………….



네로
으─음. 우린 가짜 돌을 달고 있는 녀석을 찾는 역할인데……. 실버라면 모를까, 돌은 이렇게 멀리서 봐서는 잘 모르겠네.

샤이
저도 그다지……. 하지만 저 신사가 차고 있는 핑크 다이아몬드 타이핀은 조금 수상해 보이네요.
백여 년 전에 완전히 동일한 디자인의 물건을 손님께 받은 적이 있는데, 저런 식으로 빛나지 않았던 것 같아서요.

네로
피, 핑크 다이아를 조공받았다고? 고객층 미쳤네…… 이젠 무서워…….

샤이
후후. 저 신사분께 말을 걸어보도록 하죠.

(걸어가는 소리)

샤이
실례합니다. 무척 아름다운 타이핀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네로
가까이서 좀 봐도 돼?

타신
오오, 물론입니다! 이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샤이&네로
(……. 유리…….)

네로
……이야아, 좋은 물건인데. 나도 탐날 정도야.

샤이
어디서 구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타신
하하하. 저번 알현일에 세베로님께 구매한 거랍니다.

네로
……. 아하?

샤이
그런데 같은 자리에 있어도, 보석을 많이 구매하실 수 있는 분과 그렇지 못하신 분이 계신 듯하더군요. 이건 어째서일까요?

타신
세베로님 재량이라 저도 잘은 모르지만……. 역시 클럽 가입 기간이 중요하지 않으려나요.
저는 클럽 내에서도 꽤나 고참이니까요. ……저와 비슷한 시기에 클럽에 들어오신 분들은 몇 년 전쯤 몽땅 추방당하셔서.

샤이
세상에. 대체 무슨 짓을 하셨기에?

타신
글쎄……. 너무나도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세베로님이 죄목을 공표하지 않으셔서 자세히는……

네로
공표도 안 하고 추방이라……. 참고로 그 사람들 이름은 뭐야?

타신
……그건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석상이나 광물 박사로서 이름이 알려진 분들이시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에게는 친절하셨으니까요.
안목이 전혀 없는 저를 다들 챙겨주셨거든요. 돌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이것저것 가르쳐 주기도 하셨고.
불명예스러운 퇴출이었기에 관례상 연락도 삼가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믿기지 않는 기분이라…….

네로
……그렇구나, 고마워. 그럼 실례할게.

타신
예에, 그럼 이만…….

(걸어가는 소리)

샤이&네로
……. 즉…….

네로
가짜 돌은, 세베로가 팔고 있다.

샤이
그리고 세베로가, 감정할 수 있는 사람들을 추방했다……?



카인
…….

검양들
………….

카인
……저기, 왜 나만 그렇게 감시하는 거야? 마법과학병기까지 들고 말이지.

검양들
…………! 아닙니다, 감시라뇨…….

검양
카인님께서는 중앙 국가의 요인이시지 않습니까. 세베로님께서 각별히 지켜드리라고 당부하셨기에.

카인
하하, 요인? 기사단장이라면 한참 전에 그만뒀는데. ……아아, 그래.
만일의 사태가 벌어지면 나를 인질로 잡을 생각이구나. 오즈나 스노우의 억제장치로.

검양
……! 아뇨, 그, 그런 것은, 결코……!

카인
나를 너무 얕보면 곤란해. 나라도 그 정도는 알 수 있다고.
그래도 뭐, 탓할 생각은 없어. 그보다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면, 한 가지 질문에 대답해 주겠어.

검양
질문……?

카인
아아. 세베로라는 녀석, 돈 씀씀이가 어지간히도 화려하잖아?
그렇게나 돈을 쓰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자금난을 겪은 적은 없는 건가?

검양들
………….

검양
……몇 년 전에, 어느 정도는…….

카인
역시나.

검양
하지만 이 알현일을 시작했을 무렵부터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세베로님께서는 유례없는 경영수완을 가지고 계시니까요!

카인
……. 흐응?



스노
어디─. 이 돌이랑 이쪽 돌, 그리고 팔찌도 전부 주렴!

검양
가, 감사합니다! 이렇게나 많이 구매해 주시다니……!

흰양
바로 포장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스노
응응, 부탁해─.

오즈
…………. 이렇게나 필요한가.

스노
필요하고말고! 우리는 다른 이들이 움직이기 편하도록 검은 양복과 흰 양복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역할이니 말이지.
보아하니 전부 가짜 같구나. 나중에 아서의 장난감으로라도 주거라.

오즈
……아서는 이제 소꿉장난은 하지 않는다.

보회
이야, 두 분 다 처음 뵙는 얼굴이시군요. 마추카토 상회에서 저렇게나 많은 돌을 팔아주다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스노
호호호. 우리는 특별한 손님이니 말이지.
헌데 세베로 본인은 어디 갔느냐? 전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만…….

보회
아마 지하에 있는 『왕의 방』에 계실 겁니다.

스노&오즈
왕의 방?

보회
네. 특히 눈에 든 클럽 회원에게만, 진심으로 마음에 든 보석을 파는 특별실이죠.
그렇다곤 해도 요 일 년 정도는 아무도 불려 간 적이 없네요.

스노
일 년이나? 꽤나 오래됐구먼.

오즈
일 년 전에는 누가 불려 갔지.

보회
그게, 이 클럽의……. ……, 어라……?
그러고 보니까……, 어? 그게 누구였지?

스노&오즈
………….

보회
그날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아니, 아닌가?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래, 침입자가 있었다고……. 변장, 아니야, 원래는 흰 양복……. 웨이터…… 하지만…….
……윽, 아파, 아파, 아파, 머리가…….

스노
그만.

보회
읏……!
……, 어라? 나는 대체…….

스노
괜찮은가? 그대, 갑자기 말을 멈추고는 멍하니 서 있었다네.

보회
이상하네……. 어제 너무 많이 마셨나. 실례, 오늘은 이만 돌아갈게요…….

(걸어가는 소리)

오즈
……환혹과, 혼란의 마법인가.

스노
음. 과거에 걸린 마법이 불완전하게 남아있던 모양이로구먼.
아마도 일 년 전 지하로 안내받은 자가 건 마법일 테지.

 

8화

스노
변장…… 변화의 마법과 환혹, 혼란의 병용. 미숙한 마법사가 가끔씩 쓰는 수법이구먼.
마법사이자 동시에 전 웨이터였던 자라면 한 명뿐이구나.
그런고로, 오즈쨩. 현자쨩에게 전언 잘 부탁해~!

오즈
………….

오즈
……들었나. 그 마법사는 일 년 전, 지하 방으로 안내받은 모양이다.



현자
……라고, 하시네요.

무르
과연~!

루키
감사합니다, 현자님! 여러분의 목소리를 한 곳에 모으는 마도구, 정말 편리하네요.
취재할 때도 쓸 수 있으면 상당히 편리할 텐데.

현자
어, 어떨까요? 마이크…… 집음 마법의 귀걸이는 몰라도, 수신기는…… 읏, 엄청나게, 무거워서요……!

오즈로 세 번째 전언을 도와준 사쿠쨩이 품속에서 묵직하게 무게를 더한다.
오늘 아침, 스노우가 뭔가 엄청난 마법으로 주무른 결과, 사쿠쨩에게는 지금 한정으로 음성 수신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속삭임 정도의 음량이긴 해도 무전기 같은 기능에 감동했는데, 이 사쿠쨩이 이젠, 거의 쇠공 수준으로 무거웠다. 심지어 음성을 한 번 수신할 때마다 무게가 3할씩 늘어나는 것이다. 
기분 탓인지 간식을 너무 많이 먹은 고양이처럼 형태도 동글동글해지고 있었다.

현자
(으으…… 절대로 절대로 사쿠쨩을 떨어뜨리지는 않을 거지만, 계속 들고 있다간 팔이 떨어지겠어……!)
(게다가 한 번 더 같은 마법을 걸면 사쿠쨩이 풍선처럼 터져버린다니……. 스노우 말대로 이번 한 번만 쓰는 걸로 하자.)

모두의 보고를 수첩에 메모해 주고 있던 루키노가 턱을 매만졌다.

루키
그러니까, 정보를 종합해 보면…….
세베로는 돈을 지나치게 펑펑 쓰다가 몇 년 전 자금난에 빠졌다.
그에 따라, 감정할 수 있는 회원들을 추방하고, 『알현일』이라는 명목을 대며 가짜 보석 판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웨이터로 클럽에 잠입해 있던 토니는 마법을 사용해 그 현장을 덮치려고 했으나…….
……아마도, 실패.
살해당했다.

마지막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펜을 쥔 손에, 마디가 하얘질 정도로 세게 힘을 준다.
그때, 우리가 기다리던 인물이 드디어 안쪽에서 나타났다.

세베
──무르 하트 박사. 잘 와주셨습니다.

무르
잘 와줬어! 반짝반짝이 한가득! 예뻐!

세베
좋아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당신께 꼭 보여드리고 싶은 보석이 있습니다.
특별한 손님들만의 방, 『왕의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도, 부디 함께 가시죠.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특별실에 초대받는 건 예상 밖의 일이다. 원래는 이곳에서 세베로씨를 붙잡고 토니에 대해 떠볼 예정이었다.
안색이 살짝 창백해진 루키노가 떨리는 손을 등 뒤로 숨기고 결연히 고개를 끄덕인다.
세베로씨의 뒤를 따라 우리는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갔다.



『왕의 방』은 어두운 조명과 호화로운 가구들이 부를 뽐내는, 마치 궁전 같은 응접실이었다.
세베로씨가, 스스로 가장 큰 의자에 앉는다.
왕좌인 것처럼.

세베
……자, 하트 박사. 당신은 운이 좋군요. 사실 이번 알현일에, 아주 특별한 돌이 들어왔거든요.

무르
특별한 돌?

세베
이것입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은, 큼지막한 알의 초록색 돌이 박힌 반지였다.

루키
이건…… 에메랄드일까요. 이렇게나 선명하고 맑은 것은 드문데요.

세베
오호, 그쪽 자제분도 돌을 좀 아는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기적 같은 일품이지요.
본래는 다른 분께 양도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그분이 형편이 되지 않아…….
하지만 이 또한 무언가의 운명이겠지요.
하트 박사, 이 돌은 부디 당신이. 조금, 가격이 나갑니다만…….

무르
헤에?

무르가 휙 반지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빛에 비춰보며 이리저리 뒤집어 보더니, 시원스럽게 홱 던져버린다.

세베
우왓, 잠…….

무르
안 살래─. 그야 이거, 더블릿인걸.

세베
……무……!?

현자
더블릿?

루키
『접합 보석』입니다. 수정과 색유리를 붙여서, 보석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예요.
상감 세공의 가짜로 자주 쓰이는 수법입니다.

무르
위쪽 수정의 내포물은 확실히 에메랄드 같고 나쁘지 않네.
유리와 수정의 이음매도 거의 안 보여. 제법 솜씨 좋은 위조꾼의 작품이겠어.
그렇지만, 이 광채는, 아무리 봐도 수정일 수밖에 없거든.

세베
아니…… 아니야! 네놈이 안목이 없을 뿐이다!

무르
와우,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학자의 경력 같은 건 꽤나 금방 조사할 수 있는데, 너는 그 노력도 안 했구나!
아주 옛날에 떠나긴[각주:6] 했지만, 나는 보석상의 아들이자 광물학자라고.
속일 거라면 더 제대로 해야지!

세베로씨가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그 눈앞에 루키노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을 밀어놓는다.

루키
이걸 본 기억은?

세베
……이, 건…….

루키노가 보여준 것은 타들어간 수첩. 카인 일행이 찾아낸 토니씨의 취재수첩이었다.

세베
네…… 네놈들, 그 마법사의 동료였나? 일 년 전, 이 왕의 방에 찾아온…….

무르
정답~!

루키
소개가 늦었지만, 나는 펠저 신문사의 기사 루키노. 직업은 다르지만…… 토니의 후배입니다.
나는 당신을 관리에게 넘기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저 기자로서, 모든 진상을 알고 싶…….

세베
……큭, 젠장!

느닷없이 세베로씨가 의자에 박힌 보석 하나를 세게 두드렸다. 다음 순간, 일제히 교회의 종을 백 개는 울린 듯한 요란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란한 종소리)

현자
우와악!?

세베
하하하……. 이 정도 일을, 내가 예상 못했을 것 같나?
그렇게 알고 싶다면 가르쳐 주도록 하지. 확실히, 그 마법사는 고객으로 변장해 이 지하실에 왔다.
하지만 나는 그놈의 수첩을 완벽히 알아챘지. 그리고 그놈의 정체를 밝히고, 이 종으로 비상사태를 알렸다!
마지막엔 내 부하들이 이 방으로 들이닥쳐서, 최신식 마법과학병기로 그놈을 벌집으로 만들어 준 거다!

루키
……!

세베
혐오스러운 마법사 자식들. 그 꼬맹이랑 똑같이 죽여주마!



(요란한 종소리)
보회
우와, 뭐야!?

보회
이 소리는……. ……윽, 언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검양
침입자 발생!

검양
왕의 방에 이변! 전원, 대마법배치로!

흰양
회원 여러분, 밖으로 대피하십시오! 마법사의 습격입니다, 도망치세요!

보회
와아악…….

(달려가는 소리)

카인
………….

검양
카인 기사단장……!

카인
전, 기사단장이지.

검양
움직이지 마십시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것은 최신식 마법과학병기입니다.
북쪽의 마법사들을 제압할 때까지 당신은 저희와 함께 계셔주셔야겠습니다.

카인
…………. 하아.
아─아. 그 정신 나간 고양이 말대로 됐네.

검양
하?

카인
<쿠레・메미니>

검양
끄아악!? 뭐야, 눈보라!?

검양
소, 손이 얼어붙는다……! 그만, 그만, 제발 그만해 줘!

검양
추워, 졸려, 아파, 추워추워추워……. 어째서…….

검양
카인 기사단장은, 사람을 해치지 않는, 마법사라고…….

오웬
하하……. 다정한 기사님이 아니라 유감이네.
난 그 녀석이랑 정반대인, 사람을 해치는 마법사거든.
최고의 악몽을 보여줄게.
<쿠아레・모리토>



(요란한 종소리)

시노
시작됐나.

오웬?
………….

시노
………….

 

시노
……간질간질!

오웬?
으어!? 잠깐, 시노!

 

카인
읏, ……아, 돌아왔다. 오웬이 마법을 풀었나 보네.
하아, 그 녀석 흉내 내느라, 어깨가 엄청나게 결렸어…….
이봐, 시노. 왜 간지럽힌 거야?

시노
미안. 카인인데 너무 붙임성이 없길래, 한순간 진짜로 오웬인가 싶었어.
너네들, 눈 때문에 기척이 좀 닮기도 했고, 아까 봤던 오웬의 카인 흉내도 묘하게 비슷했고.

카인
다른 방법으로 확인할 수도 있잖아……. 진짜 오웬이었으면 너 날려졌을 거라고.
뭐, 됐어. 『일』…… 무르가 시킨 마법진도, 주요 부분에는 대강 다 그렸으니까.
가자. 지하에서 모두와 합류하러.



(요란한 종소리)

보회
으아아아……! 마법사다……!!

흰양
부, 부탁이야. 이쪽으로 오지 말아 줘!

스노
말하지 않아도. 그대들에게는 흥미가 없으니.

보회
엣, 그건 좀 섭섭해…….

스노
나 원, 이래서 서쪽의 녀석들은!
어서 가거라, 전부 얼음 조각상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

보회
와─!!

리본 목걸이를 한 비글
멍멍멍!

오즈
스노우. 저쪽에서 샤일록과 네로가 온다.

샤이
두 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네로
무사히 합류했네.

검양들
찾았다! 마법사 놈들이다!

(달려오는 소리)

검양들
움직이지 마! 네놈들은 포위됐다!

 

9화

네로
우왁……. 저 마법과학병기, 개량형 석궁인가? 묘하게 작은데, 서쪽은 저렇게나 발달한 거야?

샤이
글쎄요,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확실히 이상하리만큼 작네요.
……다만, 저것과 닮은 것의 소문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마법과학장치는 아니고 마차였지만요.
말을 제어하는 고삐도 차륜의 안전장치도 제거하면, 한 마리만으로 네 마리 수준의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마차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자가 있었다지요…….

네로
아─ 그렇구나……. 결말이 보였다…….

스노
앗, 지하실로 가는 계단 발견! 오즈쨩, 다들, 가자꾸나─.

오즈
아아.

검양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검양
멈추지 않으면 쏜다! 마지막 경고다!

샤이
어머. 앞을 가로막아 버렸네요.

스노
아저씨들, 잠깐 비켜줄래? 그쪽이 아무것도 안 하면 우리도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말이야~.

검양
다들 속지 마라! 이놈은 북쪽의 쌍둥이 중 한쪽이다!

젊검
……윽, 위험한 마법사 놈, 여기서 숨통을 끊어주마! 넘어갈까 보냐!

네로
쐈다!

샤이
저런.

젊검
해, 해냈다! 봤냐, 내가…….
윽, 갸아아아!?

검양들
하!?

검양
뭐, 뭐야!? 왜 화살이 저 녀석의 손을 관통한…….

검양
화살이 멋대로 움직였어! 마법사에게, 조, 조종당해서…….

스노
호호호. 기운찬 어린아이는 싫어하지 않으니 말이다. 심장은 봐주었네.

검양들
……!

스노
수천 년을 살아온 마법사에게 이런 장난감이 통할 것이라, 진심으로 믿은 게냐?
백 살 남짓한 어린아이를 잡은 정도로 너무 우쭐해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게다.

검양들
히익……!

검양
도…… 도망쳐! 도망쳐! 이딴 괴물 놈들을 어떻게 상대해!

검양
거, 거기 서! 숫자는 이쪽이 많다고! 그때처럼 벌집으로 만들어 버려!

네로
그려놓은 듯한 대혼란이네. 도망가는 놈에, 달려드는 놈에…….

스노
귀찮구먼. 오즈여, 어떻게든 하거라.

오즈
………….

샤이
오즈. 혹시 몰라 덧붙입니다만, 부디, 피가 흐르는 일은 없도록.

오즈
………….
<복스노크>

검양들
!?

스노
앗, 사라졌다!

네로
깔끔하게 무기만 남았네.

샤이
회원들과 흰 양복의 분들도 한꺼번에 사라져 버렸습니다만, 어디로…….

(거대한 첨벙 소리)

???
와아아아……!!

샤이&스노&네로
………….

샤이
무언가, 무척이나 시원한 소리가…….

네로
저, 뭐 하신 검까……?

오즈
세베로와 우리를 제외한, 이 건물에 있던 자 전원을…….
거리의 강에 떨어뜨렸다.

샤이&네로
………….

스노
에─! 오즈쨩, 장해라─! 너그러워[각주:7]~!

네로
너그……럽긴 한가……. 뭐, 죽는 것보다야…….

샤이
피가 흐르지는 않았고요……?

스노
좋─아! 다들, 왕의 방으로 렛츠 고다!



(요란한 종소리)

종이 울린 뒤, 위층은 돌연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얼마 뒤, 계단을 내려오는 많은 발소리에 세베로씨가 기쁜 기색을 띤다.
하지만…….

스노
기다렸지─.

오웬
끝났어.
거기 멍청한 고양이, 다음에 나한테 그런 잡일 시키면 죽여버릴 줄 알아.

현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세베
뭣…… 하아!? 위층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검은 양복들은 뭘 하고 있어!?

오즈
강물 속이다.

세베
하?

네로
다 같이 물놀이하러 나갔어. 무기는 놔두고 말이지.

시노
그러고 보니 아까 한순간 공간 이동의 기척이 났지.

오웬
그 화려한 물소리, 그런 거였구나.

세베
하……, 무…….

세베로씨는 서서히 파랗게 질려갔다.
이번에는 토니씨 때처럼 되진 않는다는 걸…… 역전의 마법사들을 당해낼 수는 없다는 걸 끝내 깨달은 것이리라.
왕좌에 몰린 보석 클럽의 왕을 향해, 루키노는 이를 악물면서도 자신의 수첩과 펜을 꺼내 들었다.

루키
마추카토 회장. 정직하게 답해주십시오.
어째서 보석 매매를? 어째서 토니의 살해를 지시했습니까?

세베
다…… 당연한 거 아니겠어! 보석 클럽을 위해서다!
보, 보석값 내랴, 클럽 회원들 대접하랴, 거기다 종업원들 팁까지 주랴. 이래저래 우리 클럽은 돈이 많이 든다고!
그런 중에도 위엄을 지키고 화려함을 유지하는 건 『왕』인 나의 의무다!
그걸 위해서 필요한 돈이었어! 그걸 회원들한테 회수하는 게 뭐가 나쁘단 말이냐!?
우리 클럽에 이름을 올린 고귀한 자라면 다들 이해할 거다! 내가 얼마나 고통을…….

 

샤이
……무슨 말씀을 하시나 했더니.
정말로 그 지위가 고통이었다면, 죄를 범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시점에 기꺼이 왕좌에서 내려왔을 터.
당신은 그저 특권과 사치를 내려놓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세베
아니야! 아니야아니야아니야! 나는 왕이다! 왕이어야만 해! 그 고통을 네가 알 리가 있나!? 그 마법사를 죽인 것도 왕으로서의 결단이었다!
그것은 왕이 백성을 지키기 위한 정의였단 말이다!

카인
……이 녀석, 진짜 왕족 앞에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네.

오즈
할 거다. 이런 부류는.

오웬
나, 역시 이 녀석 마음에 들어. 꼴사나워서 재밌어.

루키
……당신은, 고작 그런 걸로, 죄를 지은 겁니까?
이 정도 일로, 사람을 죽인 건가요?
이런……. ……윽, 이런 것 때문에……. 토니는, 죽은 건가…….

루키노가 천천히 얼굴을 감싸 쥐었다. 눈동자가 일그러져, 허망하게 번진다.
나는 여관에서 스노우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이야기 같은 아름다운 진상 따위는 없네. 현실이란 이따금씩, 잔혹하고도 허무한 것이지.』
그러나, 그런 허무한 현실을 위해 목숨을 잃는 일마저 있는 것이, 『진실을 전한다』라는 일이다.

현자
(……그래서 토니씨는 루키노에게 기자를 그만두라고 적었던 걸지도 몰라.)
(적어도 친구만큼은, 자신처럼 죽지 않았으면 해서…….)

하지만, 루키노는 고개를 들었다.
푸른 눈동자는, 놀랄 정도로 올곧았다.
여리지만, 단단하고, 강하고, 긍지 높다. 보석처럼.

루키
이 일은, 제가 반드시 기사로 쓰겠습니다.
당신의 진실을 세상에 알려 보이겠어요.

세베
……하……. 뭐야, 기삿거리가 필요했을 뿐이냐. 맘대로 해라, 삼류 기자놈아.

세베로씨는 기운을 차린 듯한 모습이었다. 루키노가 『관리에게 넘기고 싶은 게 아니다』 하고 말했던 것도 떠올랐을지 모른다.
아둔한 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눈빛으로, 팔짱을 낀다.

세베
온 나라를 노래하며 누비는 칸타스토리아라면 몰라도, 고작 기사 한 장에 내가 흔들리기라도 할까 봐?
네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즉, 무명 기자거나 타국의 기자, 혹은 둘 다라는 뜻이겠지.
너, 내 상회의 거래처를 알고 있나? 귀족, 대상인, 왕족…… 즉, 신문의 독자들은 모조리 내 편이라는 소리다. 삼류 신문이 어떤 추문을 써대든 간에 아무런 의미도 없어.

루키
그래도, 나는 쓴다.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건져 올리기 위해서.

현자
……루키노…….

무르
──잘 말했다. 그 호기심과 신념에 축복을!

세베
우왁……!?

갑자기 무르가 세베로씨의 의자 등받이 위로 뛰어올랐다. 뒤에서 세베로씨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미소를 건넨다.
타이르듯이. 혹은 가여워하듯이.

무르
세베로. 네 말대로, 루키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대단한 힘을 가지지 못할 거야.
그렇지만 넌, 의지가 가진 힘과 그 파급효과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진실을 알고, 전하고 싶다』라는 마법사의 소박한 의지가, 한 소년을 감화시켜 기자로 만들었어.
그 기자의 의지가 다시 아홉 명의 아군을 낳아, 지금 넌 이렇게 진실을 폭로당하고 있지.
그 사실을 조금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편이 좋아.

쇼를 시작하는 것처럼, 무르는 손을 높이 들고 손가락을 튕겼다. 저택 곳곳에서 마법으로 불을 켰을 때와 같은 가볍고 은은한 소리가 난다. 
뒤이어 웅웅거리며 무언가 낮게 울리는 소리. 
방 안의 온도가 서서히 오른다.

현자
(어……?)

세베
뭐,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무르
네 마법과학병기가 열폭주를 시작한 거야. 
카인과 시노가 보석 클럽 곳곳에 마법진을 그리고 다녀 줬거든. 지금, 그 진이 마법과학병기의 동력부에 간섭하고 있어!

카인
뭐? 그 진은 세베로를 확보하기 위한 거라고…….

무르
확보하기 위한 거라고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마법과학병기에 간섭하지 않는다고는 말 안 했어

스노
하이고. 묘한 진이라고 생각하긴 했다마는…….

오웬
있지, 마법과학병기가 폭주하면 어떻게 돼?

무르
세베로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사라져!
네 죄의 원천은 이 클럽이자, 부이자, 명성이지. 그것들이 전부 무너지면 넌 어떻게 할래? 죄를 인정할래? 아니면 너 자신이 망가질래?
너를 보고 있자니 알고 싶어졌어!

샤이
무르…….

무르
그러니까…….

세베
윽, ……!

현자
앗……!

 

10화

무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베로씨가 달려 나간다. 그 등 뒤로 무르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무르
콰앙─!

(격렬한 파괴음)



그로부터 얼마 지난 후──.

(문 열리는 소리)

루키노
여러분, 안녕하세요!

샤이
루키노.

무르
어서 오세요─!

모두 함께 루키노를 맞이하며, 나는 쥐고 있던 신문 기사를 들어 올렸다.

현자
루키노. 요전 보석 클럽 기사, 읽었어요!

스노
음. 핵심을 정통으로 찌른, 아주 좋은 기사더구나.

카인
뭐랄까, 기자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느낌이네.

루키
와아, 기뻐요……! 여러분 덕분에 쓸 수 있었던 기사예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오웬
그래 봤자, 세상 사람들은 무시했지만.

오웬이 날카롭게 웃는다. 반론할 말이 없어 나도 모르게 신문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둥실둥실 떠 있던 사쿠쨩이 위로해 주는 것처럼 내 어깨 위로 내려와 준다.

현자
(확실히…… 세간은 무반응에 가까웠다고, 샤일록이 그랬지…….)

──오즈의 마법으로 지하를 탈출한 뒤.
루키노는 현자의 마법사들의 협력을 언급하면서도 세베로씨의 죄를 낱낱이 폭로해 기사로 썼다.
그러나, 세상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살롱에서도 그 누구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서쪽의 사건을 중앙의 신문에서 다루는 건 의미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세베로씨 말대로, 거래처로 관계를 맺어온 높으신 분들이 입을 다물었기 때문일까.
오웬이 지루한 듯 다리를 꼰다.

오웬
토니는 이 진실을 위해 목숨을 잃었어. 너는 이 진실 때문에 친구를 잃었고, 위험한 잠입 수사에도 뛰어들었지.
그런데도, 아무런 성과가 없었어. 우리 이야기까지 덤으로 무시당하고 말이야.

카인
오웬…….

오웬
즉, 토니의 목숨도, 너의 말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거지.

쿠키로 루키노를 가리키며 오웬이 유독 심술궂게 웃었다. 하지만 루키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루키
아니요, 의미는 있었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기자로서, 저는 처음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토니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전달되었으니까요.
……토니가 같은 내용을 노래로 했다면 훨씬 더 잘됐겠지, 같은 부족함도 뼈저리게 깨달았지만요…….
그 모든 걸 포함해서, 이 기사를 쓰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루키노가 항상 입고 다니는 재킷의 주머니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약간 불룩한 그 안에는 토니씨의 돌과 타다 남은 수첩이 들어있다.

제멋대로 천장에 매달려 있던 무르가, 에메랄드를 닮은 이지적인 눈동자를 살짝, 상냥하게 좁힌 것처럼 느껴졌다.

스노
그나저나 세베로의 행방은 찾았느냐? 그 후 오즈가 찾아보아도 발견되지 않았지 않느냐.

오즈
……마법진이 폭파당한 탓이다. 무너진 술식으로 장이 어지럽혀져 있었어.

루키
아니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모양이에요.

무르
치─ 뺏겨버렸네.

네로
……?

사장
안녕하세요. 이곳에 저희 회사의 루키노 아딘슨이 와 있다고 들었습니다.

루키
어라? 사장님?

현자
제가 문 열어드릴게요.

(문 여는 소리)

현자
사장님. 오랜만이──.

사장
현자님, 그리고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내서니엘 펠저라고 합니다.

마법사들
……하?

현자
아니, 네……? 처음 뵙는 게 아니잖아요? 분명 저번에…….

사장
……? 실례지만 다른 분과 착각하신 것이 아닌지요? 저는 어제 막 서쪽에서 돌아왔습니다.

마법사들
에!?

사장
본래는 더 빠르게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관리들의 실수로 한동안 출국하지 못하게 되어…….

루키
아…… 아니아니아니!! 사, 사장님, 저희 놀리시는 거죠?
보세요, 이 원고의 최종 결재 사인! 사장님이 직접 하셨잖아요!

사장
응? ……하하하, 루키노야말로 아저씨를 놀리는 건 그만두렴. 이건 부편집장의 대리 사인이잖니.

루키
어…… 어라!? 분명 사장님께 사인을 받았는데…….

사장
그보다 루키노! 그 기사 말이다!
보석 클럽 기사, 나도 읽어보았단다. 정말 훌륭하더구나!
토니의 일은 유감스럽지만……. 네 펜이 세상의 어두운 곳을 파고들어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 기세로 정진하거라!

루키
넵! ……이 아니라! 그럼, 그러니까…….

오웬
그 사장, 가짜였어?

시노
누군가가 마법으로 사장으로 변신해서 여기 온 건가.

오즈
……무엇을 위해서.

카인
마법사 쪽 첩자인 건가? 전하와 드라몬드에게 보고를…….

샤이
……아서님은 차치하더라도, 드라몬드에게는 숨기는 편이 낫지 않을지.

무르
아마 다신 안 올 테니까 말이야!

스노
어째서 그리 단언하는 게냐.

현자
혹시 침입자에 짐작 가는 바라도……?

무르
………….




……이상. 『마법사의 집』에 대한 잠입 조사 결과를 보고 드렸습니다.
조사 감독자, 마법과학병단장 질 바넷. 및…….

영무
……조사원, 무르 하트. 아아, 『영혼 조각인』이라고 덧붙이는 게?

릴리
됐다. 내가 변화와 환혹을 도와주었거늘, 알아낸 것은 고작 이것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도 병단의 군용견을 빌려주며 내심 박사를 지원했습니다만…….

영무
토이 푸들과 셰퍼드, 비글이 나를 옮겨다 주었지. 전혀 나를 따르지 않았지만, 똑똑한 아이들이었어.
그래서, 여왕 폐하. 나로서는 네 리퀘스트에 전부 답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기자의 은인을 찾아서, 그 발자취를 조사하고…….
어떤 때는 신문사 사장으로. 어떤 때는 여관 주인으로. 어떤 때는 보석 클럽 회원으로 변신해서…….
그들에게 조사의 힌트를 주고, 가능한 한 가까운 거리에서 행동을 감시했어. 리퀘스트대로잖아?

릴리
입을 삼가라.
우리가 그들에게 조사의 힌트를 준 것은 『마법사의 집』에 대한 잠입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즉, 변신한 정체를 들키기 전에 그 활동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기 위해서였지. 그것도 그들의 바로 곁에서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일찌감치 『사장』으로서의 잠입을 거부당했다. 너의 과실이야.

영무
그래? 그럼 다음부터는 나에게 부탁하는 건 그만두는 게 좋겠네. 나는 새로운 연구설비 투자를 대가로 정찰을 맡았을 뿐이니. 그리고, 그 교환 조건에 적합할 만큼의 일은 했다고 자부해.
그래서? 투자의 이야기는?

릴리
……. 질.


여기 송금에 관한 서류가. 확인해 보시길, 박사.

영무
고마워. 원하는 인재와 설비 리스트를 만들었어. 연구실로 보내줘.

영무
그럼, 나는 이만. 평안하시길.

(고양이 울음소리)

영무
가자, 새까만 너.
자, 재미있어 보이는 실타래[각주:8]가 있어. 걷고 또 걷자고.

(걸어가는 소리)

릴리
……저 남자와 대화하면 진이 빠지는군.
그래서 질, 마추카토에 대해서는 추가 보고가 있다고 들었다만.


예. 운 좋게도 폭발 후 현장에서 그의 신병을 극비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릴리
……무엇을 위해? 그의 소형 마법과학병기는 단순한 잡동사니에 불과해 우리의 개발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몇 달 전, 그렇게 보고한 것은 너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그렇지만 일개 보석상이 마법과학병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에는, 주목할 점이 있죠. 즉, 그의 재산과 인맥에는 아직 이용가치가 있다고 사료됩니다.
물론 당신의 명이라면 즉시 해방하겠으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릴리
……그래. 그럼 사고를 조종해서 재산과 인맥을 우리 연구에 이용하도록.
어차피 사교계에 돌아가지 못할 몸. 나라를 위해 도움이 된다면 여한이 없겠지.


명 받들겠습니다.

릴리
질. 이 전말을 토대로 묻겠어.
『마법사의 집』에 우리나라가 개입할 여지, 혹은 필연성은?


……여지는 있겠지요. 하지만 필연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의할 준비만을 갖춰두고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상책이 아닐지.

릴리
그건 저자세가 아닌가? 중앙 국가에 얕보일[각주:9] 거다.


그렇다 해도 무르와 샤일록이 파고들 틈을 주는[각주:10] 것보다는 낫습니다.

릴리
……놈들에게 들킨 건가?


안심하십시오. 사장이 가짜라는 것은 이미 들통났겠지만, 저희와 연결된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무르 하트는 처음부터 『사장』의 정체를 의심하고, 오즈와 스노우의 동행을 준비해 둔 모양이었습니다. 개입을 계속한다면, 머지않아 두 사람이 모종의 수를 써올 겁니다.

릴리
…….


이번 일로 저희가 『마법사의 집』의 내부 사정을 낱낱이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결과적으로 마추카토의 방대한 자금과 인맥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처럼 멀리서 정황을 살피며 필요에 따라 그들을 유연하게 이용하는 것이, 결국 저희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을지요.
……라스티카경을 신경 쓰시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부디 영단을. 여왕 폐하.

릴리
…………. 흥…….
물러가라, 질.

릴리
그들이 무엇을 할 속셈인지, 나는 이곳에서 지켜보도록 하지.

 

  1. 이탈리아어로 Canta(노래하다)+Sotria(이야기/역사)가 합쳐진 단어로 이야기를 노래하는 사람. 주로 시각적인 자료를 들고 다니면서 노래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2. Ballad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노래로 부르는 것. 즉 칸타스토리아가 부르는 노래의 형식이 발라드.
    16-17세기 유럽에서 칸타스토리아 공연자들은 노래를 부르고 나서 가사가 인쇄된 Broadside Ballads(발라드 종이)를 사람들에게 팔았다고 합니다. 이 발라드가 오늘날의 신문이나 뉴스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본문으로]
  3. 取り組み [본문으로]
  4. 辞めてくれ [본문으로]
  5. 野暮用 [본문으로]
  6. 出奔 주로 무단으로 떠나서 돌아가지 않는 걸 말한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7. 穩便 [본문으로]
  8. 紐 끈이라는 뜻과 어떤 사건의 실마리, 추적할 단서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고양이한테 재밌어 보이는 실(끈)이 있으니까 와보라고 하는 의미랑 새로운 사건을 따라가 보자는 의미로 중의적으로 쓰인 것 같아서 이렇게 의역함 [본문으로]
  9. つけ込まれる [본문으로]
  10. つけ込まれる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