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 라스티카, 티타임 중이신가요? 라스티카 네. 보석처럼 아름다운 호숫가를 바라보며 차를 즐겨볼까 하고요. 부디 그쪽 의자에 앉으세요. 지금 현자님의 홍차도 준비해 드릴게요. 현자 감사합니다. 말씀에 기대서……. 그나저나, 그 홍차, 새빨간데요!? 라스티카 네. 선명하고 아름답죠? 현자 라스티카, 혹시 지하호수의 물을 사용해서 내린 건가요……? 라스티카 역시 현자님. 잘 아시네요. 이 아름다운 붉은색이 저를 유혹하는 것 같아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답니다. 현자 확실히 아름답네요……. 그런데, 괜찮은 건가요? 라스티카 후후, 걱정 마시길. 마법으로 불필요한 요소는 제거해 두었으니 안전하답니다. 그리고 저보다 미스라나 루틸이 먼저 맛보았어요. 두 사람이 『달콤하다』고 말해서 궁금했거든요. 현자 그렇군..

현자 ──아야! 네로 우왓, 현자씨, 화려하게 넘어졌네. 괜찮아? 자, 잡아. 현자 아야야…… 죄송합니다. 일으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관 근처는 땅이 어는 일도 적으니까, 걷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네로 이런 땅, 북쪽 마법사 말고는 넘어지는 것도 당연해. 다른 곳에서 온 녀석들은 대개 한 번은 넘어지거든. 현자 그래요? 마법사라도요? 네로 그래, 그래. 뼈가 부러지는 녀석도 가끔 있어. 그러니까 현자씨도 일단 다친 곳이 없는지 피가로에게 진찰받자. 자, 이쪽으로. 나는 그래도 북쪽 출신이고, 어느 정도──으악!? 네로 ……. ……아파……. 현자 네로!? 괜찮아요? 네로 괜찮아……. ……몸은……. 현자 (마음은……?) 네로 미안…… 하필이면 지금, 이렇게, 성대하게……. 쪽팔려……. 현자 시, ..

1화라스티카 읏차……. 미스라 뭔가 있나요? 호수 안을 들여다보고. 라스티카 아, 미스라. 이 붉은 물을 긷고 있던 참이야. 꽃의 꿀처럼 달콤하고 맛있어서, 마법관에 가져가서 홍차에 시럽 대신 넣어보려고. 미스라 네, 그렇군요……. 앗. 좋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보세요. 라스티카 이야, 아름다운 조개네. 빛을 받은 껍데기가 무지개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 미스라 그렇죠. 북쪽 국가 동굴 안에서 가끔 채취할 수 있습니다. 맛도 꽤 괜찮거든요. 라스티카 ……어라. 지금 저쪽에서 빛난 것도 같은 건가? 나도 주워 봐야겠네. 미스라 오물오물……. 그러고 보니 당신 수영할 수 있던가요? 어라, 없네. 뭐, 됐나……. 라스티카 부글부글……. 2화라스티카 부글부글부글……. 미스라 응? 수면에 돋아난 손이, 손을 ..

1화화이트 여기 있었구나. 루틸이여. 루틸 화이트님. 제게 무슨 용무가 있으신가요? 화이트 음. 용무라기보다는, 그대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 말이네. 루틸 저에게 감사를……? 화이트 호호호.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군. 그런 점도 그대답지만 말이다. ……그런 일이 있고 현자가 몹시 침울해 있을 때, 현자의 방에 방울을 달아 주었지? 그 방울이 있다면, 사람을 마주치지 않고도, 방 앞에 옮겨진 따뜻한 식사를 알아챌 수 있다. 명안이로군. 루틸 어머,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다니 기뻐요. 현자님께는 정말로 괴로운 일이 있었으니까, 혼자서 지내시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주시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런 때이기에 더욱……, 따뜻한 식사를 드셨으면 했습니다. 그런 제 억지를 들어주신 거예요. 화이트 ..

1화루틸 꿀꺽꿀꺽……. 음, 역시 맛있는 물이네. 색은 엄청나지만. 피가로 루틸. 또 호수 물을 마시고 있는 거야? 루틸 네! 색은 엄청나지만, 달콤하고 맛있고 모처럼이니까요. 피가로 그래, 마음에 들었으면 다행이고. 남쪽에서는 아마 못 마실 테니까, 많이 마셔두렴. 그런데 루틸, 어릴 때부터 몇 번이나 가르쳤잖아. 연못이나 호수 물을 많이 마실 때는……. 루틸 ……앗! 끓인다! 피가로 정답. 색이 너무 엄청나서 평범한 물이라는 느낌이 안 들지만, 기생충이나 질병의 위험성은 똑같으니까. 마실 때는 이렇게 컵에 떠서……. 자, 이제 괜찮아. 마셔, 루틸. 루틸 와아. 감사합니다! 피가로 제대로 후후 불어서 마셔야 해. 꽤 뜨겁거든. 루틸 알겠습니다! 후─. 잘 마시겠습니다. 피가로 응? 2화피가로 응? ..

1화사건이 해결된 뒤, 나와 미틸은 발푸르기스의 거처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다. 미틸 ……발푸르기스가 없으니 역시 조용하네요. 현자 그러게요. 어딘가 쓸쓸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새하얀 은빛 속에 익숙한 인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틸 아, 미스라씨. 무언가를 찾는 듯이 시선을 돌리고 있던 미스라는 우리를 알아보자마자 곧장 이쪽으로 다가온다. 미스라 마침 좋은 타이밍에. 오세요. 미틸 네? 네!? 잠시만요, 어디로 데려가시려는 건가요!? 미스라는 미틸의 팔을 잡고는 왔던 길을 성큼성큼 되돌아간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어안이 벙벙하던 나는 허둥지둥 그 뒤를 따랐다. 현자 기, 기다려 주세요……! 미스라 여기입니다. 미틸 저건……. 미스라 마나석입니다. 미스라가 시선으로 가리킨 곳에는 햇빛을 받아 반..

1화모두와 헤어진 뒤, 나는 스노우와 네로, 사쿠쨩과 함께 쌍둥이가 한때 귀여워했던 마법 생물인 발푸르기스를 찾고 있었다. 네로 발푸르기스, 안 보이네. 스노우 예전의 고 녀석이라면 본인들의 기척을 느끼자마자 바로 나왔을 텐데 말이다……. 지금은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으니. 현자 어라? 방금 무슨 소리가……. 네로 ……! 현자님, 위다! 다음 순간 나를 끌어안은 네로의 팔 너머로, 위쪽으로 뛰쳐나가는 사쿠쨩의 모습이 보였다. 현자 (대체 무슨── ……!) 고개를 들자 우리를 짓눌러 버릴 듯 거대한 얼음 기둥이 이쪽으로 떨어져 오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나를 지키려고 하는 사쿠쨩의 뒷모습에 심장이 불길한 소리를 낸다. 현자 사, 사쿠쨩……! 네로 스노우 순식간에 커틀러리가 떼로 날아가 얼음 기둥..

1화화이트 호호호. 그런 일도 있었지. 스노우 그립구먼. 사건 해결 후. 호수 근처를 걷고 있자니 화이트와 스노우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현자 화이트, 스노우.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신가요? 화이트 오오, 현자구먼. 스노우와 발푸르기스의 추억 이야기를 하고 있었단다. 스노우 우리가 만났을 당시에는 아직 어렸거든. 몹시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발푸르기스는 한때 두 사람이 귀여워했던 마법 생물을 말한다. 1년에 한 번 있는 발푸르기스의 밤에 얼음 숲에서 만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현자 저…… 괜찮으시다면 그 이야기, 제게도 들려주시지 않을래요? 제가 만난 발푸르기스는 다 자란 흰 짐승이었으니까. 두 분과 함께 놀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서요. 스노우, 화이트 그럼! 쌍둥이는 목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