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
6화 | 7화 | 8화 | 9화 | 10화 |
1화
스노우
……화이트…….
내가 이 너머를 보고 싶다고 바라는 바람에, 그런 일이 되어…….
(가장 사랑하는 반쪽을 해치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결국에는, 이렇게 서로 떨어져 지내는 날을 만든 꼴이로구먼.)
………….
꽤 서쪽까지 와버렸다.
슬슬 돌아가야겠구먼──.
……어라. 저기 나무 그늘에 보이는 것은…….
울고 있는 아이
코코, 코코……! 정신 차려!
어떡해……. 나 때문에 코코가 죽어버릴 거야……!
죽어가는 아이
……메르……. 울지, 마…….
울고 있는 아이
코코……!
죽어가는 아이
나…… 꿈, 꿨었어…….
초콜릿을 잔뜩 먹고…… 큰 집에 살고…….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걸…….
울고 있는 아이
……그, 그 꿈,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잖아……!
눈처럼 녹는 초코칩도, 아직 찾지 못했는데…….
저기, 코코…… 그러니까, 죽지 마…….
살아서, 코코의 꿈, 전부 이루자……?
죽어가는 아이
……괜, 찮아……. 나…… 메르와 살아서…… 행복, 했어…….
꿈의, 조각을…… 보여, 줘……서…….
고, 마……워…….
울고 있는 아이
………….
코코……?
코코, 코코……!!
스노우
……가버렸구먼.
울고 있는 아이
……헉!?
누구야!? 누구 있어!?
있다면 코코를──.
스노우
호호호.
위다, 위. 그대의 위를 날고 있어.
울고 있는 아이
헉, 마법사……! 부탁이야, 제발 도와줘!
코코가 숨을 안 쉬어! 제발, 제발……!
이 아이를 살려주세요……!!
스노우
유감이지만, 그 아이는 이미 숨이 끊어졌다.
나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
울고 있는 아이
……윽…….
그럴 수가…….
스노우
이 아이는 그대의 친구인가.
울고 있는 아이
친구, 따위가…… 아니야.
계속 계속 함께했던, 내 반쪽 같은 사람…….
그런데 내가…… 눈처럼 녹는 초코칩 같은 걸 찾으러 가서……!
스노우
반쪽…….
그대도, 짝을 잃은 몸인가.
울고 있는 아이
……그대도라고……?
스노우
나도 그대와 마찬가지로 반쪽을 잃은 몸이다.
울고 있는 아이
………….
스노우
이 아이의 영혼을 붙잡아두는 것은, 본인에게도 그대에게도 불가능하다네.
그대는 홀로 남겨졌다.
울고 있는 아이
……읏.
으으…… 히끅…….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스노우
슬프겠지. 외롭겠지. 필시 몸이 찢어지는 기분일 테지.
……나도, 필사적으로 반쪽의 흔적을 긁어모았었다.
지금의 그대처럼, 울부짖으면서.
울고 있는 아이
흐으…… 흑…….
마법사, 씨…… 흑…….
스노우
호호호, 갓난아이처럼, 지금은 본인에게 안겨 있으려무나.
……반쪽에게 버려진 가여운 아이여.
만약 그대가 고독을 견디며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리고, 다시 본인과 마주하는 일이 있다면.
본인이, 그대 인생의 길잡이가 될 만한 예언을 내려주마.
울고 있는 아이
……예언……?
스노우
그래. 본인의 이름은 스노우.
위대한 북쪽의 마법사.
예견한 미래가 빗나간 적은, 결코 없다.
클로에
봉봉 쇼콜라에 트러플 초콜릿에 슈 세트…….
리케
앗, 오랑제트도 있습니다!
시노
가게 크기에 비해, 상품을 잘 갖춰뒀네.
현자
전부 맛있어 보여서 고민되네요!
──하늘에 기분 좋은 푸르름이 펼쳐지는 오후.
장을 보고 돌아가던 우리는, 초콜릿이 늘어선 노점에 들렀다.
가게 주인
어서 와, 손님.
찾는 초콜릿은 집에서 먹을 거야? 선물용인가?
시노
집에서 먹을 것도 있고 선물용도 있어.
클로에
같이 살고 있는 동료에게 맛있는 초콜릿을 사주고 싶어서.
가게 주인
그런 거라면 우리 가게의 특별한 초콜릿을 소개해야겠네!
……그런데 아쉽다. 며칠 전이었다면 갓 채취한 눈처럼 녹는 초코칩을 소개할 수 있었을 텐데.
시노, 리케, 클로에, 현자
눈처럼 녹는 초코칩?
가게 주인
눈처럼 녹는 초코칩은 인간의 손길이 더해진 것과는 달라. 천연 초콜릿이다!
눈에 섞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기하고 희귀한 초코칩이야.
리케
하늘에서 초콜릿이……!?
클로에
눈과 함께 내려오다니, 뭔가 로맨틱하다!
가게 주인
구하고 싶어도 언제 어디서 내려오는지도 몰라.
우연이 마주치길 기도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지. 도통 시장에 풀리지 않는 초콜릿이야.
하물며, 신선한 상태의 눈처럼 녹는 초코칩은 무지하게 희귀하거든!
갓 채취한 건 맛이 다르니까 손님들도 먹어봤으면 좋았을걸.
클로에, 리케, 현자
와…….
시노
너희, 전부 똑같이 어린애 같은 얼굴을 하고 있잖아.
가게 주인
아하하, 기분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구만.
요새는 눈이 올 법한 추운 날이 계속되고 있으니까, 또 가게에 나올지도 몰라. 자주 와주면 좋겠네.
그 대신, 오늘은 우리 가게가 추천하는 초콜릿을 특별 할인가에 소개해줄게!
시노, 리케, 클로에, 현자
야호!
그렇게 초콜릿 몇 개를 손에 들고, 우리는 가게를 나섰다.
눈앞의 혼잡함 속으로 섞이자 품 안의 사쿠쨩이 갑자기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둘러본다.
현자
사쿠쨩? 왜 그렇게 두리번거려──.
와악!
???
실례.
누군가와 부딪혔다── 그걸 깨달았을 때는, 부드러운 팔이 내 몸을 나긋하게 지탱해주고 있었다.
현자
죄송합니다. 한눈팔다가 부딪혀서…….
다친 곳은 없으신가요?
고개를 들자 눈에 들어온 것은, 도자기처럼 하얀 피부에 윤기 나는 검은 앞머리.
그 틈새로, 푸른 보석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현자
(와…… 굉장히, 예쁜 사람이네.)
멋지기도 귀엽기도 한, 늠름하고 화려한 얼굴.
단발의 검은 머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그 사람은, 남성 같기도 여성 같기도 한 중성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두르고 있었다.
???
……너…….
현자
(뭐, 뭐지. 엄청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 같은데…….)
시노
현자, 괜찮아?
리케
거기 계신 당신. 현자님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그 사람은 시노와 리케를 쳐다보지도 않고…….
내 얼굴을 바라본 채 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
드디어 만났다, 운명의 사람.
리케
네?
시노
하?
현자, 클로에
우, 운명!?
놀란 클로에의 목소리에, 그 사람은 이제야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린 듯했다.
딱 한 번 눈을 깜빡이고는 싱긋 웃는다.
???
너희는 친구야?
이 아이는 내 운명이야. 그러니 나에게 줘?
아무렇지도 않게 덤덤하게 내뱉는 말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클로에는 난처한 듯 눈썹을 내리고, 시노와 리케는 뚱한 표정을 짓는다.
클로에
저기, 그건 너무 갑작스러우니까 현자님도 곤란해하지 않을까……?
시노
애초에 현자를 물건처럼 취급하지 마.
리케
본인의 마음을 무시하지 마세요.
???
……흐음. 확실히 너희 말이 맞아.
내가 너무 들떠 있었나 봐.
살며시 내 손끝을 잡은 그 사람은, 그림책 속 왕자님 같은 우아한 몸짓으로 자신의 가슴에 다른 한 손을 얹었다.
코코
나는 코코. 서쪽의 마법사야.
네 이름은?
현자
아……. 아키라입니다…….
코코
아키라.
나는 너에 대해 더 알고 싶어. 너와 더 친밀해지고 싶어.
……그리고 장래에는 너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현자
……사랑…….
갑작스러운 전개에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뭐라고 해야 할지, 할 말을 찾고 있자──.
???
정열적인 고백이로구먼.
2화
붙잡힌 내 손가락을 부드럽게 빼앗아가는 커다란 손바닥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대로 휙 뒤로 끌어 안겨진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어른 모습의 스노우가 있었다.
현자
스노우!
코코
스노우……?
스노우
현자여, 아무 일도 없었는가?
현자
ㄴ,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은…….
스노우
호호호. 귀여운 현자쨩에게 꼬리 치는 벌레를 쫓아내는 데는 이 모습이 더 편리하겠지.
자, 벌레 퇴치나 해볼까.
그렇게 말하고 으스스하게 잔혹하고 박정한 미소를 짓는 것도 잠시…….
스노우는 코코씨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스노우
……으음?
그대,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빤히 쳐다보는 스노우에, 코코씨는 어쩐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가 약간 들떠서 말한다.
코코
다른 모습이라 놀랐지만……. 이 마력의 느낌, 너 스노우지!?
아아……! 역시, 이게 나의 운명인 거야!!
시노, 리케, 클로에, 현자
……?
스노우
……그렇구나. 그대는 그때의…….
코코
아키라를 놔 줘, 스노우. 네가 예언으로 알려줬던 거잖아.
틀림없어. 이 아이가 내 운명의 사람이야.
그 후 내가 어떻게 됐는가 하면.
미스라
우물우물…… 바삭바삭…….
아서, 레녹스
현자님께 첫눈에 반한 마법사?
카인
그래서 그 녀석을 스노우의 눈속임 마법으로 뿌리치고 서둘러 돌아왔다는 건가…….
현자
네…… 코코씨에게는 죄송했지만…….
도망치듯 마법관으로 돌아온 뒤 식당에서 잠시 쉬고 있는 것을 걱정한 카인이 사정을 물어와서…….
그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 선물 초콜릿을 나눠주며 오늘 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게 되었다.
스노우
현자가 미안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무슨 말을 해도 막무가내로 그대를 데려가려 한 그 녀석이 나쁜 것이지.
아서
그 코코라는 사람은 무척 정열적인 사람이군요.
시노
정열적이라기보다 무례한 녀석이었어. 현자를 무슨 물건처럼 취급하고는.
리케
맞아요. 본인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우리에게 현자님을 달라고 하다니.
클로에
뭐랄까, 코코는 현자님밖에 안 보인다는 느낌이었지.
처음에는 우리의 존재도 몰랐던 것 같고.
카인
과연, 정열적인 녀석이라.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받는 것은 기쁘지만, 응해줄 수 없을 때는 마음이 불편해지지.
있는 힘껏 타오르는 불꽃은, 웬만한 물로는 꺼지지 않으니까.
시노
역시 중앙의 인기남. 경험담인가.
아서
현자님은 매력이 많으신 분이니 사랑에 빠지는 자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이렇게 말하는 저도 현자의 마법사 한 사람 한 사람을 언제나 성실하게 대해주시는 모습에, 몇 번이나 감동받았는지 모릅니다.
레녹스
그렇죠. 현자님만큼 상냥하고, 인간에게도 마법사에게도 사랑받는 분은 도통 없습니다.
시노
뭐든 열심히 하니까. 조금 덜렁대는 것도 귀여운 녀석이라고 생각해.
미스라
조금 정도가 아니잖아요.
뭐, 얼빠진 얼굴은 보고 있으면 재밌지만요.
리케
저는 현자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제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시고, 돌아오는 말은 아주 따뜻하거든요.
클로에
나도 현자님과 이야기하면서 마음이 가벼워지거나 기운을 받거나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
카인
그리고, 웃는 얼굴이 멋지다.
매일 아침 하이파이브 하면서 지어주는 미소에 힘을 받고 있어, 아키라.
현자
와, 와……. 이렇게 많이 칭찬해주시다니…….
스노우
호호호. 잘 익은 사과처럼 볼이 붉게 물들어있구먼.
그대의 얼굴은 솔직해서 거짓말을 못 하니. 우리 말에 일희일비하는 그 모습, 본인도 무척이나 사랑스레 생각하고 있다네.
현자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진짜…… 이제 그만…….
(기쁘지만, 엄청 부끄러워……!)
리케
그러고 보니 아까는 현자님으로부터 떼어놓는 데에 정신이 없어서 듣지 못했는데요…….
코코는 스노우님을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두 분은 아는 사이인가요?
스노우
그렇지. 과거에 예언을 내린 적이 있다.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스노우는 가볍게 대답했다.
무심한 몸짓으로 내리깐 눈. 긴 속눈썹이 그의 뺨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스노우
……화이트가 임무로 마법관을 떠나있어 다행이군.
현자
네……?
툭 하고 떨어진 말을 알아차린 사람은 나뿐이었다.
느긋하게 홍차를 마시는 스노우에게 시노가 몸을 기울여 묻는다.
시노
그 녀석에게 무슨 예언을 내린 거야?
스노우
『99년 후의 오늘. 중앙 국가에서 그대에게 부딪힌 자가 운명의 상대일지어다』──그리 예언했다.
클로에
중앙 국가에서, 부딪힌 사람이…….
리케
확실히 두 분의 만남은 그런 것이었지만…….
시노
그게 현자라는 건가?
스노우
그래. 나도 설마 상대가 현자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만.
아서
스노우님과 화이트님의 예언이 빗나가는 일은 없다.
그렇다는 건…….
현자
(역시 내가, 코코씨의 운명의 사람이라는 게…….)
………….
(워, 원래 세계에서도 이런 일은 거의 없었는데…….)
(이 세계에서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호감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고…….)
(……어쩌지…….)
시노
………….
저기. 현자는 그 녀석을 어떻게 생각했어?
클로에
그래, 운명의 사람이니까. 현자님도 뭔가 느껴졌어?
찌릿하고 온다거나, 왠지 모르게 좋다고 생각한다거나.
현자
글쎄요…….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좋다거나 그런 건…….
어떤 사람인지도 아직 잘 모르고요.
리케
그러면 역시 운명은 아니지 않을까요?
현자님을 독차지하려고 하다니 코코는 제멋대로예요.
저희도 현자님을 정말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데.
현자
리케……. 감사합니다.
저도 여러분을 정말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고 있어요.
리케
에헤헤…….
미스라
뭐, 어차피 조만간 또 만나지 않겠어요?
운명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때 서쪽의 마법사는 끈질기잖아요.
레녹스
확실히……. 아직 중앙 도시에서 현자님을 찾고 있을 가능성도 있겠다.
클로에
라스티카처럼 현자님을 찾는 여행을 떠나버렸을지도 몰라.
현자
………….
나를 찾아다니는 코코씨를 상상하자 다시 죄책감이 떠오른다.
현자
(제대로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두고와버리다니, 역시 나쁜 짓을 한 걸까…….)
무심코 무릎의 사쿠쨩을 끌어안자 주머니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주머니를 보니 낯선 접힌 종이가 들어있다.
현자
편지……?
스노우
그 녀석의 기척이구먼. 수상한 마법은 걸려있지 않아.
현자여, 열어봐도 문제없단다.
현자
그럼,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편지를 펼치고 나는 무심코 얼굴을 가렸다.
당연한 일이지만, 적혀 있는 것은 이 세계의 문자였기 때문에.
아서
……현자님. 괜찮으시다면 제가 대신 읽어드릴까요?
연애편지를 타인이 읽어주는 것은 코코에게 실례라고는 생각합니다만…….
모처럼 코코가 적은 말을 현자님께 전달되지 않은 채로 두는 게 더욱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서요.
현자
아서…….
죄송하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서
그러면…….
『사랑스러운 아키라. 오늘은 너를 만나게 되어 기뻤어. 마치 세계가 장밋빛으로 빛나는 것 같았어.』
『너를 만나고, 내 입술은 네게 사랑을 속삭이기 위해 존재함을 알았고, 내 팔은 너를 껴안기 위해 존재함을 알게 되었어.』
시노
처음부터 들이박는구나.
미스라
정말 서쪽 마법사라는 느낌이네요.
스노우
아이 참, 그대들~.
아까 아서의 배려, 듣고 있었는가?
아서
『아까는 네 사정을 무시하는 행동을 해버려서 미안해. 이제부터는 서두르지 말고 우리의 사랑을 쌓아나가자.』
『그러기 위해서라도, 한 번이라도 좋으니 우리 집에 놀러와줬으면 해. 다음 만남을 기대하고 있을게. ──코코』
지도도 첨부되어 있네요. 장소는……. 북쪽 국가와 서쪽 국가 국경에 위치한 산맥의 서쪽 기슭 부근인 듯합니다.
레녹스
그렇군요, 자택으로의 초대장이네요.
카인
이거 만만찮은 상대겠는데.
이미 연인이 되는 게 당연하다는 느낌이다.
현자
………….
(사랑……. 이 세계에서, 내가 누군가와…….)
코코씨와의 만남에도, 지금 이 편지에도, 나의 마음을 크게 흔들 만한 것은 없었다.
3화
지금도 마법관을 나가서 누군가의 곁으로 가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모두의 곁에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스노우
현자.
정신이 드니 스노우가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상냥하게 지켜보는 금색의 눈동자.
스노우
그대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현자
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답을 내놓고, 나는 고개를 들었다.
현자
우선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거절하게 되든 그 너머를 생각하게 되든, 코코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서 하고 싶거든요.
코코씨가 말하는 사랑이 스노우가 내린 예언의 영향인지, 정말로 첫눈에 제게 반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를 좋아해주신 분이니 제대로 마주하고 싶습니다.
스노우
……역시 그대는 다정한 아이로구나.
오늘 처음 만난 이에게 그렇게까지 마음을 쏟다니. 생각해보면 우리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었지.
그런 그대이기에 우리가 좋아하게 된 것이겠지만 말일세.
현자
스노우…….
스노우
본인도 함께 가마. 따지고 보면 애당초 본인의 예언에서 비롯된 일.
그대에게만 떠넘기지는 않겠다.
리케
그렇다면 저도 갈게요.
현자
리케도요?
리케
네, 현자님의 마법사로서, 신의 사도로서, 저는 가려내야만 합니다.
만약 현자님께서 코코와 깊은 사이가 되기를 바라신다면, 그가 정말로 당신께 적합한 상대인지를요.
시노
같은 의견이다. 나도 따라갈게, 현자.
레녹스
그러시다면 저도 동행하게 해주세요.
당신의 운명의 상대라고 한다면 저희에게도 소중한 사람입니다.
아서
저도요. 결코 현자님을 방해하지는 않겠습니다.
카인
만약 정말로 당신의 운명의 상대라면, 우리도 인사해두고 싶으니까.
클로에
나도 가게 해줘!
내 소중한 친구를 좋아해주신 분이니까, 코코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고 싶어.
현자
여러분…….
스노우
미리 말해두겠지만, 현자여. 거처를 방문했을 때 코코가 순순히 그대를 돌려보내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대를 영원히 가두는 방책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
현자
!
미스라
잠시만요. 그렇게 되면 제 수면은 어떻게 되나요.
스노우
본인이 알쏘냐.
현자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미스라도 따라오려무나.
미스라
………….
스노우
아마 기우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자여, 만일을 위해 마음에 새겨두는 것이 좋겠구나.
현자
……알겠습니다.
스노우, 여러분,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계셔주시면 저도 든든합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며칠 뒤──.
넓은 방에 모인 우리는 공간의 문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미스라
<아르심>
문 너머로 빠져나가니 그곳은 깊은 숲 속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나무들 속에서 심호흡을 하자 서늘하고 차가운 공기가 폐를 채운다.
카인
오오. 꽤 추운 곳이네.
아서
이곳이 북쪽과 서쪽 국경의 산맥…….
스노우
음. 이 산의 저편이 북쪽 국가라네.
미스라
거기까지 한 번에 가는 게 빠를 텐데.
왜 이렇게 어중간한 곳을 지정한 거죠?
스노우
자신의 거처에 갑자기 공간의 문이 나타나 많은 마법사들이 쏟아져 들어온다면 그대도 불쾌할 테지.
오늘 우리는 현자의 수행원으로서 코코의 집으로 향하는 것일세.
초청받은 현자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예의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리케
그렇군요. 코코가 현자님께 어울리는지를 가려낸다고 하면, 저희도 현자님의 마법사로서 적합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게다가 클로에가 이렇게 멋진 옷을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그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도록 유의합시다.
그렇게 말하며 리케가 기쁜 듯이 하얀 모자에 손을 댄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클로에가 만들어준 옷을 걸치고 코코씨의 집으로 향하려 했다.
아서
스마트함 속에도 달콤함이 있어서…… 초콜릿 같은 매력이 있는 의상이다.
카인
클로에의 옷은 언제나 최고지만 이번에는 한층 더 멋지게 어울리네.
클로에
에헤헤…….
그야 이번 행선지는 현자님을 좋아하는 사람의 집이잖아.
현자님의 마법사로서…… 현자님의 친구로서, 따라가는 거니까.
나도 모르게 의욕이 솟구치고 말았어!
시노
좋아하는 녀석이 이런 멋들어진 차림으로 자기를 찾아온다면 코코 녀석도 분명 놀라겠지.
레녹스
그래. 화려한 붉은 재킷에 청초한 하얀 타이가 잘 어울려서…… 현자님께 정말 잘 어울려.
현자
정말로…… 저를 위해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로에.
내가 이렇게나 근사한 차림을 할 수 있다니…… 하면서, 마법관에서 옷을 입혀주신 뒤부터 몇 번이나 거울을 봐버렸어요.
이렇게 멋진 옷을 입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클로에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이번에 현자님 옷은 특히 더 신경 써서 만들었어.
현자님은 원래도 멋지지만, 더 멋지다고 생각해주기를, 이렇게 생각하면서.
현자
클로에…….
그 말대로, 옷 하나하나에서 클로에가 정성스레 생각하며 만들어준 것이 전해져 와 가슴이 따뜻해진다.
현자
미스라도 공간 마법으로 여기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스라
재액의 상처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당신이 없으면 제가 곤란하니까요.
갑자기 튀어나온 마법사에게 넘겨줄 수는 없습니다.
두 번 다시 당신에게 찝쩍거리지 못하도록 제가 호되게 혼내줄게요.
현자
네!? 그, 그건 좀…….
시노
이 녀석, 코코를 쓰러뜨리러 가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리케
안 됩니다, 미스라.
오늘 저희는 코코가 어떤 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가는 거니까요.
스노우
자, 이야기는 이쯤 하고, 슬슬 가보도록 할까.
레녹스
현자님, 지도를 보여주시겠습니까?
현자
네! ……앗.
편지를 주머니에서 꺼낸 순간, 그것은 둥실 떠올라 옅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아서
편지가 작은 새로 모습을 바꿔서……!
클로에
날아가 버렸어!?
와~, 잠시만 기다려!
리케
큰일 났습니다! 지도가 도망쳐 버렸어요……!
스노우
저 방향……. 아무래도 저 녀석은 코코의 집까지 안내해주는 역할인가 보군.
놓치지 않게 쫓아가도록 하자꾸나.
파닥파닥 나는 작은 새를 따라서 우리는 서둘러 산길을 쫓아갔다.
도중에는 험한 길도 있어 때로는 마법을 사용하거나 빗자루를 타며 코코씨의 집으로 향한다.
예상치 못한 혹독함에 내 입에서 무심코 약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현자
꽤나 험난한 길이네요……! 이거 조금, 아니 꽤 힘들겠어요.
다시 한번 모두가 있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 걸음 앞서가는 사쿠쨩이 걱정스러운 듯 뒤돌아본다. 스노우는 옆에서 계속 발걸음을 맞춰주고 있었다.
스노우
호호호, 그렇겠지. 인간에게는 상당히 험난할 것이다.
여기에 눈이라도 내리면 속수무책일 테지.
말하며 스노우는 나무들 사이를 올려다본다.
그 끝에 있는 것은 넓은 하늘.
금색의 눈동자가, 어딘가 그리운 듯 가늘어졌다.
현자
……예전에 와보신 적이 있나요?
스노우
음. 몇 번인가 훌쩍 빗자루를 타고 날아온 적이 있단다.
코코와 만난 것도 그때지.
현자
그러셨군요…….
스노우
동쪽과 북쪽 국경의 산맥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이 산도 무척 험한 땅이란 게야.
이곳을 넘으면 북쪽 국가이기도 해서, 인간은커녕 마법사도 좀처럼 가까이 오지 않는다.
……잠시금 생각에 잠기기에 딱 좋은 장소였지.
그렇게 미소 짓는 스노우의 얼굴에는 어딘가 애수가 배어있어서. 말을 걸어도 될지 망설여진다.
그러자 맨 앞에서 걷고 있던 시노가 앞쪽을 가리켰다.
시노
저 안쪽에 집이 보인다. 저게 그거 아니야?
아서
작은 새도 처마 끝에서 멈췄어……. 틀림없이 저기가 코코네 집이겠지.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덩그러니 서 있는 외딴집 한 채.
코코씨가 마법으로 지은 것일까, 그 구조는 매우 단순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나는 곧바로 현관문을 두드린다.
현자
코코씨, 아키라입니다.
편지를 보고 찾아왔어요.
정적 속에서 기다리기를 잠시, 발소리가 다가오는가 싶더니 눈앞의 문이 힘차게 열린다.
코코
아키라……!
4화
코코
다행이다, 와줬구나!
오늘 와줄까, 내일 와줄까, 매일 기대하고 있었어!
현자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편지로 알리고 나서 찾아뵐까 했는데, 직접 찾아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서…….
코코
괜찮아, 그런 거…… 음?
흥분한 듯 나와 이야기하던 코코씨가 문득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그 시선은 내 뒤에 죽 늘어선 마법사들에게로 옮겨갔다.
코코
어어어, 이 사람들은 도대체……?
스노우
동행이다.
시노
호위다.
리케
친구 대표입니다.
세 사람의 대답에 코코씨는 그렇구나, 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빙긋 웃었다.
코코
역시 내 허니야. 인기가 많구나.
현자
허, 허니……!?
코코
응? 달링이 더 좋으려나?
요염하게 고개를 갸웃대며 코코씨는 달콤한 호칭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온다.
가만히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푸른 눈동자.
그 거리감에 나도 모르게 두근대고 만다.
현자
으음, 마, 마음대로…….
코코
후후, 귀엽기는. 그럼 기분에 따라 불러줄게.
너도 나를 마음대로 불러주면 기쁘겠다.
이렇게 말하며 코코씨는 내 손을 잡았다.
다음 순간 들어 올려진 손등에, 부드러운 입술이 닿는다.
레녹스
아…….
시노
하?
리케
무슨……!
클로에
우와……!
현자
(대, 대단해! 흐르는 듯이 손에 키스……! 인기 많은 사람 같아……!)
미스라
저 사람, 현자님의 손 냄새 같은 걸 맡고, 뭘 하고 싶은 겁니까?
스노우
응응……. 미스라쨩은 계속 그런 느낌으로 순수하게 있어줘.
카인
무슨 일이야, 다들. 웅성거리고는.
아서
지금 코코가 현자님 손등에 입술로 인사를.
카인
헤에, 그거 대담하네.
다짜고짜 아키라 손에 키스라니, 나라도 그런 건 안 했는데.
대체 어떤 녀석인지 보고 싶어진다.
카인이 휙 옆으로 다가오더니 내 시선의 끝── 코코씨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카인
나는 중앙의 마법사, 카인. 아키라의 마법사이자 친구다.
잘 부탁해, 코코.
코코
잘 부탁해, 카인.
서쪽의 마법사, 코코라고 해.
인형처럼 반듯한 미소와 함께, 코코씨가 카인의 손을 잡는다.
다음 순간, 코코씨의 모습을 포착했을 해바라기색 눈동자가 살짝 가늘어졌다.
그 눈빛은, 축제를 좋아하는 거리에서 자란 마음씨 좋은 청년의 그것.
동시에, 칼자루에 손을 얹으며 상대의 상태를 살피는 역전의 기사의 그것이기도 했다.
카인
초대한 건 아키라뿐인데 우르르 몰려오게 되어 미안해.
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이다. 미안하지만 이해해주길 바란다.
코코
괜찮아. 달링을 현자라고 부른다니 너희는 현자의 마법사겠지.
그렇다면 달링에게 소중한 사람들이야. 나도 정중하게 대접해줄게.
자, 안으로 들어와.
클로에
……엑.
아서
이건…….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코코씨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아주 심플하게 만들어진 새하얀 방이었다.
필수적인 최소한의 가구조차 없는 듯이 보였다. 그 대신이라는 듯, 선반마다, 벽에, 초콜릿이 장식되어 있다.
현자
(이 초콜릿밖에 없는 공간에서 코코씨는 살고 있다는 건가……?)
사쿠리피큠
………….
기이한 광경에 무심코 사쿠쨩을 보았지만, 사쿠쨩은 킁킁 코를 움직였을 뿐 평소와 같이 귀여웠다.
레녹스
엄청난 수의 초콜릿이네…….
현자
진짜로요……. 마치 초콜릿 가게 같아요.
시노
그렇다기보다, 이 방 초콜릿밖에 없잖아?
스노우
음. 가게라면 몰라도……, 사람이 사는 곳으로서는 어딘가 쓸쓸한 방이로구나.
그대는 초콜릿 외의 것으로 방을 꾸밀 생각은 없는 겐가?
코코
……뭐, 그렇지. 나는 초콜릿만 있으면 되니까.
리케
전부 무척 맛있어 보여요…….
아, 아니……! 사치는 타락이니까요.
초콜릿은 많지만 그 외에는 검소한 것은 호감이 갑니다.
카인
그런데 이렇게 많은 초콜릿이라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코코
나는 초콜릿을 좋아해. 전 세계의 멋지다고 생각하는 초콜릿을 모아서 먹으며 살고 있어.
허니와 만난 그 날도 괜찮은 초콜릿을 찾으러 시장을 돌아다니던 참이었어.
현자
그랬군요. 그때 저희도 초콜릿 가게에 들렀다 오던 참이었어요.
코코
정말로……!?
후후, 기쁜 우연이네. 아니, 운명인가.
여기 있는 초콜릿은 다들 마음대로 해도 돼.
모양을 즐기든, 맛을 즐기든. 선물로 가져가도 괜찮아.
레녹스
하지만 이건 네가 마음에 들어서 소중히 모아온 거잖아.
코코
허니나 허니의 소중한 사람들을 내 초콜릿으로 대접해줄 수 있다면 기쁠 거야.
누군가에게 기쁨을 준다는 게 초콜릿들에게도 좋을 거고.
시노
그런 건가?
스노우
뭐, 모처럼 이리 말해주고 있으니. 사양 말고 즐기도록 하지.
현자
감사합니다 코코씨.
코코
후후, 별말씀을.
이렇게 해서, 우리는 담소를 나누며 코코씨의 컬렉션을 구경하게 되었다.
카인
선물용이든 먹는 거든 이만큼이나 있으면 고르는 재미가 있지.
……오, 리케. 오랑제트가 있어.
리케
와……. 정말이네요. 슬라이스된 오렌지도, 껍질만 있는 것도 맛있어 보여요…….
카인
그립다. 처음 만났을 때의 너는 흙이 묻은 과일이라고 했었지?
리케
네.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이것이 진흙이 아닌 초콜릿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주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도, 같은 오랑제트라도 이렇게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도요.
카인
……그렇구나. 그러면 오늘은 네가 추천하는 오랑제트를 알려줘.
나는 단 걸 잘 모르거든.
리케
맡겨주세요. 카인이 좋아할 만한 것을 제가 알려드릴게요!
클로에
이 작은 새 모양 초콜릿, 엄청 귀여워……!
이건 먹지 말고 라스티카에게 선물로──.
미스라
안 먹는다고요? 그러면 제가 받겠습니다.
클로에
어?
미스라
실은 고기가 좋은데요. 없는 것 같으니 모양이 비슷한 그걸로 괜찮겠지 싶어서요.
클로에
뭐!? 잠깐만, 잠깐만!
이건 선물로…… 먹지 마~!!
레녹스
미스라, 그렇다면 이쪽이 낫지 않을까?
클로에의 것보다 더 큰 새 모양 초콜릿이다.
미스라
아아, 확실히. 그쪽이 더 먹을 만하겠네요.
그걸 받겠습니다.
클로에
휴…….
시노
저 녀석, 겉모습이 고기를 연상시키는 거라면 뭐든 괜찮은 건가.
현자
아하하…….
코코
달링.
불러서 돌아보니, 코코씨는 초콜릿이 가득 담긴 커다란 접시를 들고 있었다.
코코
운명의 사람을 대접하기 위해 준비한, 특별한 초콜릿들이야.
괜찮다면 먹어 봐.
현자
와, 감사합니다! 전부 맛있어 보여요……!
(아, 고양이 모양 초콜릿이 있다.)
(귀여워…… 이걸로 할까.)
신이 나서 손을 뻗으려던 그때, 코코씨는 그 옆에 있는 초콜릿을 가리켰다.
코코
자. 이거야말로, 아름다운 네게 딱이지 않을까?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 끝에 있는 것은 공작 모양의 초콜릿.
코코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것은 두둥실 접시에서 떠올라 내 손바닥에 들어온다.
윤기 나는 파란색과 초록색 코팅은 진짜 공작처럼 아름답고 촉촉한 색기마저 느껴진다.
현자
(이, 이걸 나에게 딱이라고 하기에는, 좀 송구스러운 것 같은데……!)
(샤일록 같은 사람이라면 어울리겠지만…….)
내 마음의 소리와는 대조적으로 코코씨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코코
후후. 역시 이 초콜릿은 내 운명의 사람에게 걸맞네.
현자
………….
감사합니다. 음, 그러면, 잘 먹겠습니다.
입에 넣자 생각보다 달콤한 맛이 퍼진다.
5화
찐득하게 녹아내리며 느껴지는 것 같은 달콤함은 나에게는 조금 과했다.
현자
(맛있지만 나보다 오웬이 더 좋아할 만한 맛이라고 할까…….)
목을 넘기고도 혀에 계속 남아 있는 달콤함에 제대로 감상을 말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내 옆에서 코코씨가 들고 있는 커다란 접시를 들여다보는 그림자가 보였다.
스노우
어라, 그대가 좋아할 만한 모양이 있잖은가.
코코
어?
스노우가 가볍게 손가락을 흔들자 두둥실 어떤 초콜릿이 떠올라 내게 다가온다.
그것은 아까 내가 잡으려 했던 고양이 모양 초콜릿이었다.
현자
아하하, 스노우에게는 들켰었군요.
코코
……달링은 그게 마음에 들었던 거야?
현자
아…….
사쿠쨩이 존재를 주장하듯 내 어깨에서 얼굴을 내민다. 초콜릿을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사쿠쨩을 쓰다듬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자
네.
저는, 고양이를 좋아해요.
스노우
이 중에서 현자가 좋아할 만한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우리 현자의 마법사 21명 전부가 이 초콜릿을 고를 것이다.
소중한 상대라고 한다면, 눈앞에 있는 현자 자신에게도 조금 더 눈을 돌리는 것이 어떨까.
코코
………….
강하게 충격받은 듯 코코씨는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 몹시 깊이 나에게 머리를 숙여온다.
코코
미안해, 달링…….
당신은 내 운명의 사람인데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지 못해서.
현자
그, 그런,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았고요…….
코코
아니야. 너는 내 운명인데.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렸어야 했어.
……상냥하고 현명한 『코코』는 절대로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는데.
현자
네……?
코코
달링. 너를 기쁘게 할 수 있도록 앞으로 노력할게.
그러니 부디, 나를 버리지 말아줘…….
매달리는 듯한 말과 함께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진지했다.
코코씨는 최선을 다해 나를 대접해주려 하고 있다.
그건 너무 잘 알겠는데…….
현자
(어째서일까. 가슴의 이 느낌은…….)
개운치 않은 무언가가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때, 근처에 있던 아서가 감탄의 목소리를 내뱉는다.
아서
이것은……. 정말로 아름답다.
마치 보석 상자 같아.
그의 손 안에 있는 것은 근사한 상자에 담긴 아름다운 초콜릿들.
아서는 긴 손가락으로 한 알을 집어 올리고는 자신의 입술로 가져간다.
아서
맛있어……. 입 안에서 매끄럽게 녹아내리고, 향긋한 카카오 향이…….
무척 좋은 물건이다.
코코
아아, 유명한 초콜릿 장인이 만든 거니까.
아서
과연. 장인의 솜씨구나.
괜찮다면 장인의 이름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가게가 있다면 그 장소도.
내빈에게 대접할 과자를 의뢰하고 싶어.
코코
음……. 어디서 샀지? 장인의 이름……. 이름도…… 뭐더라.
고양이의 울음소리 같은 울림이었을지도……. 아니, 개가 짖는 소리 같은 울림이었나?
카인
뭐야, 잊어버린 건가?
코코
음…… 그럴지도 몰라.
사고 나니 만족해 버렸거든.
시노
너,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것 치고는 이래저래 집착을 안 하네.
미스라
뭐, 먹을 수만 있다면, 오물오물…….
만든 사람이 누구든 간에, 으적으적…….
상관없잖아요, 꿀꺽.
스노우
손에 잡히는 대로 초콜릿을 집어 마구 먹어대는 그대가 말하니, 설득력이 있구먼…….
리케
으으, 초콜릿에 대한 모독입니다.
미스라, 경의를 가지고 한 알씩 음미하세요.
클로에
그렇구나……. 나 같은 경우에는 거리에서 멋진 옷을 발견하면 어떤 사람이 만들었을까 궁금해지는데…….
이건 내가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라 그런 것도 있을 거고. 분명 미스라 같은 사람도 있겠지.
레녹스
음식은 특히, 만드는 사람보다도 맛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지.
코코는 어떤 초콜릿을 좋아해?
코코
어떤?
레녹스
아아. 맛이나 모양 등, 취향이 있겠지.
특히 좋아하는 건 뭐야?
코코
취향…….
코코씨는 고개를 갸우뚱한 뒤 잠시 턱에 손을 얹고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툭하고 내뱉었다.
코코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
레녹스
어?
코코
단 건 전부 똑같잖아? 아, 딱딱함 정도는 다르려나?
아름다운 거나 특이한 건 좋다고 생각하지만, 초콜릿이라면 뭐든지──.
마법사들, 현자
………….
시노
너……. 정말로 초콜릿을 좋아하는 건가?
미소를 머금은 그대로 코코씨는 굳었다.
그러나 곧 밝은 어조로, 근처에 있는 초콜릿을 하나 집어 보였다.
코코
그럼! 좋아하지!
냠냠…… 응, 맛있다!
코코씨는 그렇게 웃으며 초콜릿을 먹고 있었지만…….
그 얼굴은, 시노가 좋아하는 레몬파이를 볼에 가득 집어넣을 때와도……. 리케가 좋아하는 네로의 오믈렛을 큰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었을 때와도 다르다.
웃는 얼굴을 하고는 있지만, 그 미소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넘치는 듯한 기쁨은 느껴지지 않았다.
현자
(그렇다고는 해도, 정말로 좋아하지 않으면 초콜릿을 이렇게 모으지 않았겠지…….)
(마법사는 오래 사니까. 코코씨도 장수한 마법사라 감정이 얼굴에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편일지도 몰라.)
코코
달콤…… 음?
뭐야 이거, 쓴 맛이 확 하고…….
스노우
…………. 초콜릿에는 커피가 어울리지 않겠어?
코코
어?
스노우
본인은 좋아하지 않네만, 단 것에는 그게 좋다고 피가로가 말했었다.
그대도 그렇지 않은가.
코코
아, 아아……. 그렇지. 깜빡하고 있었어.
바로 내려서 마셔야겠다.
마법으로 커피를 준비한 코코씨는 곧바로 입으로 흘려 넣는다.
그 얼굴은 초콜릿을 맛보았을 때보다 부드러웠고,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보이기도 했다.
시노
……저 녀석, 정말로 초콜릿을 좋아하는 건가. 역시 수상해.
리케
솔직히 제게는 아까의 코코가, 초콜릿을 기뻐하며 먹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시노
나도 그래.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나는 저 녀석을 신용할 수 없어.
아키라에게 반했다는 것도, 현자라는 지위를 이용하기 위한 거짓말이 아닐까.
리케, 너는 어떻게 생각해?
리케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시노
하?
리케
코코는 현자님의 인품이 아닌 『자신의 운명의 사람』이라는 역할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코코는 현자님을 무척이나 칭찬해주지요. 그 말들은, 분명 진심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생각하고 싶다, 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시노
무슨 소리야?
리케
왜냐하면, 저도 신의 사도이기에 사제님과 신도분들께 사랑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신의 사도로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계속 생각해왔고, 그 사랑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운명의 사람이라는 역할을 사랑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코코에게 묘한 느낌을 받는 것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요…….
시노
……즉, 너는 코코를 보고 히스와 똑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건가.
리케
히스클리프?
시노
내가 그 녀석을 칭찬하면, 직함뿐이고 그건 내가 아니라도 되는 거잖아, 이런 식으로…….
리케
그런 건가요?
시노
그럴 리가 없잖아. 내용물까지 제대로 좋아해도 그걸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야.
리케
그렇군요…….
확실히, 오즈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교단의 사제님이나 신도분들도, 분명히 저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들이 주는 애정도 틀림없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코코가 운명의 사람으로서의 현자님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일 뿐 저의 착각일지도…….
시노
뭐, 네 생각은 알겠어. 그러면 확인해보자.
리케
확인하다니요?
시노
우리 둘이서 저 녀석의 마음을 흔들어 주는 거야.
자, 귀 대봐. 소곤소곤…….
스노우
………….
현자뿐만 아니라 젊은 마법사들도 의심하기 시작한 것 같구먼.
(『코코』, 그대는 정말로 그것으로 괜찮은가?)
6화
그 후 코코씨는 모두의 몫까지 커피를 내려주었다.
코코
허니는 어때? 커피 마실래?
현자
감사합니다. 그러면…….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 그것을 가로막듯 두 사람이 내 눈앞에 섰다.
시노
현자.
리케
현자님.
현자
시노, 리케. 무슨 일이신가요?
시노
맛있어 보이는 초콜릿을 가지고 있네.
현자
네?
시노는 내가 손에 든 상자에 든 봉봉 쇼콜라를 보고, 몸을 기대듯 바로 옆에 있던 의자에 허리를 내린다.
그리고는 입을 크게 벌려, 어필하듯 그곳을 가리켰다.
시노
아.
현자
아?
자세히 보니 시노의 입이 아앙─ 하는 모양으로 되어 있다.
현자
(……이거, 혹시 초콜릿을 입에 넣어달라고 조르는 건가?)
(시노 치고는 꽤나 어리광을 부려주네……?)
음…….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상자에서 하나를 집어 그의 입에 넣자, 시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시노
음, 맛있다.
현자
아하하. 그거 다행이네요.
리케
흥, 시노만 하고 치사해요.
현자
네?
이번에는 리케가 다가와 눈앞의 테이블에 턱을 괴었다.
다른 한 손으로 막대 달린 초콜릿을 흔들면서, 리케는 초록색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매혹적으로 미소 짓는다.
리케
현자님. 정말 맛있는 초콜릿을 찾았으니 마지막 하나는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자, 입을 벌려 보세요. 제가 먹어드릴게요.
현자
(왜, 왠지, 리케가 샤일록 같아……!?)
가…… 감사합니다.
리케
아앙─.
현자
아, 아앙─.
……냠.
음, 맛있네요!
리케
에헤헤, 다행이에요!
현자
(뭐지. 두 사람 다, 오늘은 유난히 적극적이네…….)
시노
어때. 방금 그거 효과 있었겠지.
리케
분명 저희를 질투했을 거예요!
소곤소곤 무언가를 이야기하나 싶더니, 두 사람은 왠지 기대하는 듯한 눈으로 코코씨를 본다.
코코
……음, 그래서 달링. 커피는 어떡할래?
현자
앗, 마시겠습니다……!
코코
그럼, 내려줄게. 사실 달링에게는 특별한 원두로 내려주려고.
현자
그래요? ……아, 그러면 붓는 건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시노, 리케, 죄송해요. 잠시만 다녀 올게요.
시노
아, 어어…….
리케
음, 네.
시노, 리케
………….
시노
저 녀석, 표정 변화가 전혀 없잖아.
코코씨를 따라가자 맛있을 것 같은 커피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컵을 빌려 곧바로 코코씨의 몫과 나의 몫을 따른다.
코코
달링은 부지런히 일하는구나.
현자
아니에요, 커피를 내려주신 건 코코씨니까요. 저는 그냥 컵에 따르고 있을 뿐이고…….
생글생글 내 모습을 바라보던 코코씨는, 그 말에 더욱 활짝 웃었다.
코코
후후. 역시 당신은 내 운명의 사람이구나.
부지런하고 겸손하고, 정말 매력적이야.
현자
아……. 감사, 합니다…….
감사인사를 하면서도, 나는 코코씨의 그 미소를 계속 볼 수 없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개운치 않은 무언가가 가슴에 퍼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그것은 분명 내 안에서 커져가고 있는 것 같다.
현자
(어째서일까…….)
(코코씨는 이렇게나 잘해주는데.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커피를 다 따른 커피잔에 문득 그림자가 드리운다.
올려다보니 코코씨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서 있었다.
코코
저기, 허니. 슬슬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스노우
아까 시노와 리케, 무지 큐트했구먼~.
본인, 드물게 두근거려 버렸다네~.
……하지만 본인이 코코의 입장이라면 분명 안절부절못할 테지.
시노
그렇지? 우리도 그걸 기대하고 있었어.
저 녀석의 본심을 캐내기 위해서 말이야.
리케
하지만 코코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을 수 있는 걸까요.
저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저 이외의 사람과 특별한 거리감으로 지내고 있다면…….
『저하고만 친하게 지내주세요』라며 쓸쓸해하거나, 『저 말고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다니』라며 화를 내거나, 『그럼 이제 됐어요』라며 포기해버릴 텐데.
클로에
음~. 엄청 자신이 있다거나?
시노
아니면 정말로 현자에게 관심이 없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질투하지 않는 성격일 가능성도 있어. 아서나 카인은 그런 타입이잖아.
아서, 카인
어?
아서
아하하. 그렇게 보였다면 기쁘지만, 나는 꽤 질투하는 편이라고 생각해.
카인
나도 좀처럼 성인군자처럼 굴지 못하지. 어린애 같다고 스스로도 생각하지만 말야.
리케
아서님도요? 질투하는 일이 있나요?
아서
그렇지. 소중한 분께서, 평소에는 도통 보여주시지 않는 표정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고 계실 때면.
레녹스
카인. 너도?
카인
연애 관련으로는,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아서
?
왜 그래, 내 얼굴을 보고.
카인
아니……!
으음─, 그러니까. 레녹스, 예를 들어 당신의 소중한 녀석 곁에 말이지…….
뭐든 할 수 있고, 당신보다 훨씬 그 녀석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녀석이 있다면, 질투가 나버리지 않아?
레녹스
…………. 그렇지……. 내 미숙한 힘이 답답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나의 소중한 분 곁에 있었던 것은, 나보다 무엇이든 잘할 수 있는, 훨씬 윗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그분께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다.
혼자 강하다고 해서 전쟁터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는 없지. 적재적소가 최선의 전술이라는 것을, 너도 이해하고 있을 텐데.
카인
……거머쥘 수 있다는 점에, 질투하고 있는 거라고…….
아서
귀여운 이야기를 하고 있네.
카인
전하.
아서
클로에는 어때? 질투하지는 않아?
클로에
어, 나?
클로에
나는…… 쓸쓸하겠지만, 상대가 멋진 사람이라면 축복해줄 거야.
소중한 사람이 행복하다면 나도 기쁘니까.
물론, 현자님도 마찬가지고. 코코와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면 그게 최고인걸.
……이라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역시 조금 질투하거나 빠지거나 부러워할지도…….
미스라
당신들, 아까부터 뭘 굽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고기인가요?
*질투(焼き餅 야키모찌) / 구이(焼き 야키)
리케
미스라.
시노
이런 얘기와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녀석이 왔군.
미스라
잘 모르겠지만요, 당신들 괜찮나요?
느긋하게 이야기하는 사이에 코코가 현자님을 저쪽 방으로 데려가려 하고 있습니다.
시노, 리케
뭐!?
미스라
분명 오늘은 현자님을 감시하는 날이었죠.
카인
『감시하는』 게 아니라 『지켜보는』 거야.
시노
진짜다. 저 녀석 우리의 눈을 피하다니, 배짱 좋네.
리케
곤란해요! 코코가 현자님께 어울리는지, 아직 가려내지 못했는데.
시노
이렇게 된 이상 은밀하게 조사하자.
간다, 리케!
리케
네!
클로에
앗……. 잠시만, 두 사람! 다들 빨리 쫓…….
어, 스노우님이 없잖아!? 대체 어디에……?
커피를 들고 코코씨를 따라가자 그곳에는 조금 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2인용 소파를 중심으로 무척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방. 소파를 둘러싸듯 사방에서 드리워진 아름다운 얇은 천들. 그 안쪽에 나란히 놓인 소품들은 전부 짝을 이루어 배치되어 있다.
코코
여기는 언젠가 만날 운명의 사람을 위해 준비해둔 방이야. 소파도 이 찻잔 세트도 말이지.
둘이서 사용하기 위해 모은 거야.
커피를 마시면 이번에는 당신을 위해 준비한 홍차를 우려줄게. 자, 앉아.
현자
ㄴ, 네.
소파 앞 왜건에 커피를 올려두자 코코씨는 그 옆에 상자를 놓았다. 안에는 초콜릿이 여러 개 담겨있다.
현자
이 초콜릿은…….
(고양이 모양만 잔뜩 들어있어.)
내 발치의 사쿠쨩에게 힐끗 시선을 주며 코코씨는 말했다.
코코
네가 좋아한대서 모아온 거야. 어때? 마음에 들어?
현자
……고마워요. 기쁩니다, 정말로.
코코
그거 다행이다! 커피와 초콜릿은 잘 어울리니까, 함께 곁들여 먹어.
그렇지만, 그렇게 말하는 코코씨의 앞에, 본인이 정말 좋아할 초콜릿은 없었다.
7화
내가 따른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코코씨는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코코
자, 무슨 이야기를 할까. 허니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현자
…………. 저는, 당신에 대해서요.
코코
나?
현자
네. 코코씨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오늘 저는 당신의 고백을 거절하든……, 그 너머를 생각하든…….
우선은 당신과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뒤에 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이곳에 왔습니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렇게 전하자, 코코씨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코코
……알겠어.
나에 대해서 말이지.
커피잔을 받침에 놓고 천천히 손을 무릎에 얹는다.
그리고는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을 하고, 코코씨는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코코
나는…… 고아야. 이 서쪽 국가에서 부모를 알지 못하고 자라왔어.
그렇지만 혼자는 아니었어. 소꿉친구가 있었지.
메르, 라는 아이인데. 마치 쌍둥이처럼 계속 함께하며 서로 도우며 살아왔어.
현자
그렇군요. 메르씨와는 지금도 사이가 좋으신가요?
코코
……아니, 그 아이는 예전에 내가 죽을 뻔했을 때 나를 도와주고 어디론가 가버렸거든.
현자
헉…….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나를 아랑곳 않고 코코씨는 말을 이어갔다.
어린아이 둘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는 벅찼던 것.
물론 달콤한 과자 같은 것은 입에 대지도 못했고, 그렇기에 코코씨는 초콜릿을 동경했다는 것.
그런 나날 속에서, 메르씨가 어떤 소문──.
『서쪽 국가와 북쪽 국가 국경의 산맥에서, 눈처럼 녹는 초코칩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라는 소문을 듣고 왔다고.
현자
눈처럼 녹는 초코칩…….
가게 주인
눈처럼 녹는 초코칩은 인간의 손길이 더해진 것과는 달라. 천연 초콜릿이다!
눈에 섞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기하고 희귀한 초코칩이야.
코코
달링은 알아?
현자
최근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눈에 섞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기하고 희귀한 초코칩이죠?
코코
맞아, 그 아주 희귀한 천연 초콜릿.
초콜릿을 동경하던 나를 위해, 메르는 소문에 의지해 국경의 산맥으로 가려고 했어.
현자
그거…… 이 산맥을 말씀하시는 거죠?
하지만 여기는 아이들이 탐색하기에는 너무…….
코코
그렇지. 정말로 위험한 장소야. 당연히 나도 말렸어. 메르만 있어준다면 나는 그걸로 됐다고.
하지만…….
메르는…… 자기는 마법사니까 괜찮다면서…….
마치 신에게 참회하듯, 코코씨는 떨리는 두 손을 맞잡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코코
그리고 나서, 메르는 웃으면서 이렇게 이어나갔어.
『눈처럼 녹는 초코칩의 소문을 알게 됐을 때 코코의 얼굴……!』
『그건 먹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참고 있을 때의 얼굴이었어.』
『반드시 내가 채취해올게!』
그렇게 말하고는…… 코코의 이야기를 조금도 듣지 않고…….
현자
………….
코코씨가 내뱉은 말은 메르씨를 탓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텐데.
어째선지 그 울림은, 스스로를 책망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코코
걱정돼서 결국 나도 따라가기로 했어. 그런데 그 해에는 눈이 많이 와서…….
눈 속에서…… 둘이서 길을 잃고 말았지.
그래서 내가 얼어붙어 쓰러졌고……. 그 뒤로는 메르와 떨어져 지내게 됐어.
현자
……그럴 수가…….
꿈을 꾸고 뛰쳐나간 끝에 당한 사고.
너무나도 슬픈 결말에 입을 여는 것조차 꺼려졌다.
코코
……하하, 말을 너무 많이 했네. 메르의 이야기는 이쯤 해두자.
달링은 그 밖에 나한테 뭔가 묻고 싶은 거 있어?
현자
………….
……반대로, 코코씨는 제게 물어보시고 싶은 것은 없나요?
코코
……? 네게? 왜?
현자
……. 제가 묻기만 하고……. 코코씨는 제가 어떤 인간인지 모르는 채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려고 해도 괜찮으신 건가요?
그 물음에 코코씨는 눈을 멀뚱히 깜빡거리고 있었지만……. 이내 두 손으로 내 손을 감싸쥐며 망설임 없는 미소를 돌려주었다.
코코
네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어. 성직자처럼 순결하더라도. 악마처럼 그 손을 피로 물들이고 있더라도.
네가 내 운명의 상대인 이상, 나는 너를 사랑할 거야.
황홀하게 뺨을 붉게 물들이고 고하는 모습은, 사랑에 빠진 사람 그 자체다.
하지만 그 붉은 기가 나 때문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내 안의 개운치 않은 무언가가, 가슴에 구멍을 뚫는다. 휑 하고 차가운 바람이 휩쓸고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현자
(코코씨는 어떤 나라도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있어.)
(전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이라는 건, 분명히 좀처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나 쓸쓸한 기분이 드는 걸까.)
고개를 숙이자 코코씨가 준비해준 초콜릿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억지로 미소 짓는 듯한 얼굴로 초콜릿을 먹는 코코씨를 떠올린다.
현자
………….
……코코씨. 운명의 사람이라는 예언을 받았다고, 저를 억지로 좋아하려고 하고 있지는 않나요?
코코
………….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너를 좋아하는 거야.
현자
……만약, 그 말이 진짜라고 한다면…….
지금부터 제가 내미는, 이거 드셔주시지 않을래요?
코코씨의 손을 살며시 빼내고, 나는 상자 속에서 초콜릿 한 알을 집어들었다.
고양이를 본뜬 것들 속에 섞여 딱 하나 들어있던 심플한 모양의 초콜릿.
그것이 묘하게 스스로처럼 느껴져서, 코코씨의 입가에 가까이 가져간다.
코코
……읏.
코코씨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렇지만 곧바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코코
응, 알겠어.
얇은 입술을 살짝 벌리고, 내가 내민 초콜릿에 코코씨가 얼굴을 가져다 댄 그때──.
스노우
그대에게 그 초콜릿은 아깝다.
현자, 코코
어?
어디선가 스노우의 목소리가 울렸다. 짝을 맞춰 준비되어 있던 찻잔의 한쪽이 보라색 빛을 낸다.
다음 순간, 내 눈앞에 스노우가 있었다. 스르르 내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어느샌가, 코코씨에게 내밀고 있던 초콜릿을 입에 물고 있다.
스노우
현자가 내미는 초콜릿도, 현자도, 우리들의 것이다.
다른 이에게는 넘겨주지 않아.
코코
윽, 변화마법인가…….
스노우, 어느 틈에 숨어든 거지.
스노우
호호호. 언제였을까.
취한 그대의 틈을 파고드는 것 따위, 손쉬운 일이라네.
현자
네? 취한……?
코코
……무슨 소리지.
스노우
나도 술에 약하기에 안다.
그대가 아까 먹은 초콜릿 안에는 위스키가 들어 있었을 테지.
코코
……아아, 그 쓴맛, 술이었던 건가…….
어쩐지 얼굴이 유난히 화끈거린다고 생각했어…….
현자
(정말로 취해있었구나……!)
내게서 떨어져, 스노우는 코코씨 앞에 선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노우
거기까지만 해두거라.
……알겠니, 메르.
코코
……읏!
현자
어…….
(코코씨가 아니라, 메르씨……?)
무심코 코코씨를 보니, 지금까지 띄고 있던 미소는 사라지고 무서운 표정으로 스노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코코
네놈……. 나를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
나는 『코코』다! 메르가 아니야!!
나는……. 나는 메르 따위가 아니라고……!!!
현자
………….
길 잃은 아이 같은 얼굴로, 코코씨가 나를 돌아보았다.
도와달라는 말을 모르는, 고독한 바다의 눈동자.
코코
……있잖아, 허니. 나는 『코코』지?
나는…… 나는 메르가 아니야……. 나는 코코, 너와 나는 운명…….
달링, 그렇잖아……?
현자
……코코, 씨…….
너무나도 필사적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 이름을 불렀다.
단지 그것뿐인데.
코코
……윽…….
고독한 바다에 북극성이 비친 것처럼, 아주 살짝 빛을 되찾는다.
현자
……코코씨, 괜찮습니다. 저는 당신을 코코씨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괜찮아요…….
코코
……응…….
조심스레, 소중하게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흐트러졌던 코코씨의 숨결이 조금씩 정돈되어 간다.
8화
코코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서 미안해, 허니.
현자
아니에요…….
스노우
메르여. 여전히 숨기는 것이 있는 그대에게 현자를 맡길 수는 없다.
무엇보다 현자도 그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하지 않았는가.
『운명의 사람』의 소원을 무시하는 것이, 『코코』의 바람직한 모습일까?
코코
……윽.
듣고 싶지 않았을 이름으로 불리고, 듣고 싶지 않았을 질문을 받자, 코코씨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현자
(……코코씨가 저런 얼굴을 하게 만들고 싶은 건 아니야.)
(……하지만…….)
……코코씨. 괜찮으시다면 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 제 눈앞에 계신, 당신 자신의 이야기를요.
지금 묻지 않으면 『코코씨』에 대해, 두 번 다시는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코코
………….
코코씨는 나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그 얇은 입술을 열고, 닫는다.
깊이 숨을 들이쉬는 기색이 역력하고, 후, 하고 한숨이 새어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다음 순간, 잔잔한 수면 같은 목소리가 내 고막을 흔들었다.
코코
……알았어. 얘기할게.
『코코』와 『메르』의 진실에 대해서.
???
하아…… 하아…….
드디어, 찾았다…….
화이트
어라, 처음 보는 얼굴이구먼.
스노우
그대, 일부러 얼음 숲까지 찾아오다니…….
본인들에게 무슨 용건이지?
???
위대한 북쪽의 마법사, 스노우.
고독을 견디고, 살아남아서, 너를 만나러 왔다.
스노우
………….
???
나는 코코. 의식이 있는 상태로는 처음 만나는 건가.
그 뒤에 메르가 기적을 일으켰거든. 네 힘을 빌리지 않고도 목숨을 건졌지.
화이트
뭐야, 스노우의 지인인가?
스노우
………….
뭐……,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화이트
본인들 중 한 명하고만 아는 사이라니.
진귀한 일이로구먼.
???
………….
그래……. 저쪽의 그가 네 반쪽이구나.
스노우
………….
화이트
그런데 코코라는 자여. 안색이 상당히 나쁘구먼.
어디서 왔는지는 모른다만, 이 북쪽의 추위에 당하기라도 한 겐가?
???
……아아, 이건 다른 이유로.
여기 도착하기 전에, 초콜릿을 좀 너무 많이 먹어버렸거든.
……우욱. 으…….
콜록…… 콜록…….
화이트
어라, 토해버렸구먼.
몸에 좋지 않은 방식으로 먹은 게지.
???
콜록……. 하…….
하아, 하아…….
스노우
……코코라는 자여. 서쪽 국가에서 멀리 북쪽의 대지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본인을 만나러 온 것은 칭찬해주마.
하지만 본인을 속이려 해도 소용없네. 그대는 성장한 코코의 모습으로 변화한 메르겠지.
메르
……윽!
스노우
성장했다고는 해도, 그대의 상상 속 모습일 뿐이지만.
메르
………….
왜냐하면…… 왜냐하면, 메르는 견딜 수 없어.
자기 탓에 코코가 죽고……. 코코가 없는 세계에서 혼자 살아가야 한다니…….
스노우
………….
화이트
………….
스노우
그래서, 그대 자신이 코코가 되려고?
메르
……그래. 진짜 코코가 자랐어야 할 모습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노우
과연. 듣고 보니 만났을 때의 그대들은 성별 따위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 어린아이였지.
메르
……남자니 여자니 아무래도 좋았어. 코코가 옆에 있어준다면, 단지 그것만으로…….
하지만 이제 그 아이는 없다. 그러니까 나는 『코코』로서 살아갈 거야.
왜냐하면, 코코를 죽인 메르는 이 세상에 필요 없으니까. 살아가야 할 것은 메르가 아니라 코코야.
코코가 경험하지 못했던, 행복 전부를. 내가 『코코』로서 맛봐야만 해.
스노우, 화이트
………….
스노우
토할 정도로 초콜릿을 먹은 것도, 『코코』로서의 행복을 구현하려 했던 것인가.
메르
……어. 결국 코코에게는 마지막까지 초콜릿을 먹여주지 못했으니까.
그 밖에도, 크고 따뜻한 집에서 편히 자는 생활을 하거나, 그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했을 정도로 호화로운 식사를 하거나. 웬만한 일은 다 해봤는데…….
그 아이가 말했던,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겠다』라는 꿈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어.
『코코』는 사랑을 하지 않으면 안 돼. 그래서 너를 찾아 여행을 떠나온 거야.
스노우
………….
메르
스노우, 코코의 운명의 사람은 누구야? 다음에 만날 일이 있으면 나에게 이정표를 주겠다고 했었지.
자……! 예언을 내려줘!
현자
………….
코코씨의 장렬한 삶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앞의 코코씨는, 실제로는 메르씨였다.
하지만 『메르』인 자신은 지워버리고, 『코코』로서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자
(그 행복을 위해서는, 내가 필요하다…….)
스노우
현자, 이 녀석이 한 말에 거짓은 없다. 지금 것이, 『코코』의 정체라네.
코코
……역시, 놀라게 해버린 걸까. 하지만 괜찮아.
내 안에, 소중한 상대를 죽게 만들, 실패작 메르는 더는 없어. 달링 눈앞에 있는 건, 상냥하고 현명한, 완벽한 코코야.
그러니까……. 나의 운명의 사람…….
부디, 연인이 되어줘.
맹세의 키스를 하듯, 코코씨가 내 손등에 입술을 갖다댔다.
비통한 과거를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신성한 의식을 닮은 그 모습이 어딘가 매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가슴이 답답해졌다.
현자
……코코씨…….
여기서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면, 코코씨는 분명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해줄 것이다.
현자
(하지만 만약, 『아니오』라고 대답한다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를 최선을 다해 기쁘게 만들려고 해준 이 사람을 실의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현자
………….
다음 말을 망설이고 있던 그때.
따스한 손바닥이 살며시 내 어깨에 닿았다.
스노우
현자여.
그대는 타인을 배려하고, 헤아릴 줄 아는 상냥한 아이지.
그렇기에 상대의 바람에 자신의 마음을 따르게 하려 한다.
그러나 그대는 코코도 메르도 아니야. 둘이서 하나인 본인들과도 다르다.
그대의 마음은 그대만의 것.
설령 감정이나 생각이 상대의 그것에 반하더라도, 결코 틀린 것은 아니란다.
그대의 마음에 솔직하게 대답하도록 하려무나.
현자
스노우…….
……네, 그렇죠. 감사합니다.
코코
………….
현자
(내 마음에 솔직하게…….)
스노우의 말이 내 등을 떠밀어줘서, 나는 다시 코코씨와 마주 선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노, 리케
………….
레녹스
……! 현자님께서 고백에 답하시려 하셔…….
미스라
이거 막으러 가지 않아도 되나요?
리케
……괜찮아요.
시노
여기서 막으러 가는 건 멋없는 짓이겠지.
카인
자기 때문에 죽은 소꿉친구를 위해서, 라…….
……저 녀석이 짊어지고 있는 것의 크기를 알아버렸으니, 우리가 입을 댈 수는 없겠지.
아서
스노우님께서는 늘 말씀하신다.
운명은 바꿀 수 없다고.
그렇다면 우리는 단지, 지켜볼 수밖에 없겠지.
현자
……코코씨. 당신은 상냥하고 매력적이고 멋진 사람입니다.
불타는 듯한 사랑의 말도, 설탕 과자 같은 상냥함도, 녹을 듯이 달콤한 초콜릿도 주셨죠.
……그런데……. 함께 있으면 저 자신이 아니라, 『운명의 사람』으로서의 저밖에 봐주지 않을 것 같아서…….
그것이 몹시 쓸쓸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말아요.
코코
쓸쓸하다…….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눈을 감았다.
눈꺼풀 뒤에 떠오르는 것은, 자신들의 말에 일희일비하는 내가 사랑스럽다고 말해준 스노우.
조금 얼빠진 것도 귀엽다며 웃던 시노에,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뺨을 붉힌 리케.
그 밖에도 잔뜩.
모두가 내게 해준 말과 나를 바라봐준 눈빛이 따스하게 떠오른다.
현자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은, 현자로서의 저뿐만 아니라…….
마키 아키라로서의 저도, 잘 봐주시고 소중히 여겨주시기에.
그래서 그 차이가 더 느껴지고, 쓸쓸해져서요…….
코코
그건……. 내가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아, 연인이 되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빨랐다는 걸까?
괜찮아, 나는 얼마든지…….
현자
아니요……, 둘 다 아닙니다.
죄송해요, 코코씨.
9화
코코
……읏. 그, 그러면 어째서…….
우리들은, 운명이잖아……?
코코씨의 얼굴이 슬픈 듯이 일그러진다.
그것을 보고, 찌릿하고 가슴이 아팠다.
현자
저는……, 당신의 운명의 사람이라고 예언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도저히 응할 수가 없어요…….
코코
………….
현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그 사람 옆에 있는 것만으로 기뻐지거나, 그 사람이 옆에 없다는 것만으로 불안해지거나…….
웃는 얼굴에 평안을 얻거나, 눈물을 흘릴 때면 기꺼이 다가가고 싶다고 바라거나…….
그런 식으로, 그 사람의 존재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코코씨. 당신의 마음은 제가 곁에 있는 것으로, 흔들리고 있었나요……?
저에게는……, 당신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상냥하고 현명하고 완벽했다는 소꿉친구의 삶을 다시 살아가는 코코씨.
그 모습을 떠올리며 똑바로 눈을 마주하고 고하자, 코코씨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코코
그런……, 그런 건…….
너는…… 내 운명의 사람이고…… 그러니까, 나는 너를 좋아하고…….
윤기가 흐르던 얇은 입술은 파랗게 질리고, 싫다며 떼를 쓰는 아이처럼 고개를 젓는다. 분명, 필사적인 것이다.
다음에 이어질 말을, 내가 하지 못하도록.
현자
(……그래도.)
나는, 나의 답을 전하지 않으면 안 돼.
나의 마음을 위해서.
여기까지 따라와 준 마법사 여러분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준, 당신에게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서.
현자
코코씨, 저는…….
당신과 연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코코
………….
…………………….
……거짓, 말이야…….
그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지, 코코씨는 맥없이 고개를 떨궜다.
중력을 따르는 긴 앞머리가 봄비처럼 코코씨의 표정을 감추고 만다.
그럼에도, 희미하게 떨리는 주먹에서. 빠르고 얕은 호흡에서.
코코씨의 절망이 충분히 전해져 온다.
현자
(나는 코코씨의 운명의 사람…… 그렇게 예언되었을 텐데.)
(……그렇지만…….)
스노우
………….
──그대의 마음은, 그대만의 것.
내 등을 밀어준, 켜켜이 쌓인 세월이 녹아든 꿀빛과 눈이 마주친다.
현자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내 마음에 솔직하고 싶어.)
(나도, 모두가 소중히 여겨주는 내 마음을, 소중히 하고 싶으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코코씨…….
고개를 떨군 코코씨에게, 있는 힘껏 성의를 표한다.
그리고 찾아오는 정적. 한순간 같은, 영원 같은 시간 끝에──.
천천히, 코코씨는 고개를 들었다.
코코
저기, 스노우. 왜 이렇게 되는 거야……?
말했잖아. 네 예언은 절대로 빗나가지 않는다며……?
스노우
그렇지. 본인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네.
그리고 현자는 지금도, 그대의 운명의 상대일세.
코코
그러면, 어째서……!
스노우
현자는 그대의 운명…….
스스로를 코코라고 하며 살아온 그대가, 메르로서의 인생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주는 자다.
코코
하……?
현자
네……?
(그게 무슨…….)
나의 시선을 받은 스노우는, 달래듯 미소 지으며 코코씨와 마주 선다.
스노우
운명의 상대라는 것은, 반드시 사랑만을 관장하는 것은 아닐 터.
본인은 그대에게 가장 필요한 운명을 예언했을 뿐이다.
코코, 현자
………….
코코
……하하…….
뭐야, 그게. 완전 엉터리 사기꾼이잖아.
이제 와서 메르로서의 인생으로 돌아가라고?
그런 어중간한 연민과 상냥함 따위, 필요없다고……!
스노우
호호호.
예언을 받은 그대가 떠난 후 화이트에게도 그렇게 혼났단다.
그러나 본인은 그 이상의 것은 할 수 없다.
그때 만났던 것도 어떠한 인연이었을 테지.
그대를 구해주고 싶었지만……. 본인이 무슨 말을 하든 간에 그대가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본인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주위에서 미쳤다고 해도, 반쪽을 놓아줄 수 없는 본인처럼 말일세.
스노우의 말에, 코코씨는 단번에 힘을 잃었다.
구겨지듯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고, 휘청휘청 무릎부터 무너져 내린다.
코코
그럴 수가……, 그런 건, 너무 제멋대로잖아…….
스노우
호호호.
그 제멋대로인 성격이 본인의 천성인 것을.
코코
……읏…….
나는……, 코코를 위해서, 사랑을 하지 않으면 안 됐는데…….
운명의 사람과 사랑에 빠져서, 연인이 되어……, 평생의 사랑을 맹세하고…….
나는 이제, 코코에게 그것밖에 해줄 수 없으니까…….
스노우
남겨진 자의 에고인 게지.
코코
………….
스노우
죽어서까지, 그 존재를 이 세계에 묶어두는 것.
그 존재로, 그대의 인생을 묶어두는 것.
그것을 코코가 진정으로 바랐는지는 알 수 없음에도.
코코
…….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했던 거야……?
얼굴을 숙인 채로, 떨리는 목소리로 코코씨가 털어놓는다.
스노우는 고요히 고개를 젓는다.
스노우
그것은 그대 스스로 생각하거라.
예전에 그대에게도 말했었지. 본인도 그대처럼, 반쪽을 잃은 몸이라고.
그리고, 본인도 그대와 비슷한 짓을 했다.
정신없이, 필사적으로, 선악 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인의 반쪽은, 어찌 생각하고 있을까?
희미하게 웃으며, 스노우는 눈꺼풀을 내리깐다.
감은 눈 안쪽에는, 분명 그와 똑같은 얼굴을 한 아이가 있을 것이다.
스노우
이 물음은, 우리 남겨진 자들끼리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네.
코코
………….
하지만 이제 코코는 없어.
코코에게 그 답을 들을 수도 없어.
고개를 숙인 코코씨의 어깨에, 스노우의 손이 살며시 닿는다.
코코씨는 얼굴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스노우의 팔을 뿌리치지도 않는다.
스노우
메르여.
물음에 답할 수 없는 대신에, 본인이 새로운 예언을 내려주마.
명예 회복도 겸해서 말이지.
그 후, 『예언의 결과는 나중에 가르쳐주마』라는 스노우의 말을 신호로──.
모두 코코씨의 집을 나와 북쪽 국가 방향으로 하늘을 날았다.
나와 사쿠쨩은 스노우의 빗자루에 태워지고. 그 옆에서 코코씨의 빗자루가 곧은 선을 그리고 있다.
코코
대체 어디로 데려갈 셈이야?
스노우
글쎄, 잠자코 따라오기나 하거라.
스노우를 선두로 나아가는 빗자루 집단.
돌아보면 아주 조금의 거리를 두고 모두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클로에
코코…… 메르는, 앞으로 어떻게 할까…….
시노
글쎄. 저 녀석이 현자에게 반했다고 거짓말한 건 칭찬할 일이 아니지만…….
자기 때문에 소중한 녀석이 죽었잖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되는 기분은, 나도 이해돼.
클로에
………….
시노
지금은 아직, 캄캄한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무리해서 바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클로에
……그렇지. 마법사의 시간은 기니까…….
그게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지만.
이제부터 천천히 고민하고, 헤매는……. 그 시간이…… 부디, 메르의 마음을 치유해주길.
리케
………….
카인
리케, 얼굴이 어둡네.
아서
마음속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입 밖으로 꺼내는 편이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해.
우리라도 괜찮으면 이야기를 들어줄게.
리케
아서님, 카인…….
………….
저는, 현자님을 생각한 나머지 메르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러는 동안에도, 메르는 괴로워하고 있었겠죠…….
아서, 카인
………….
리케
그 새하얀 공간에 초콜릿밖에 없는 방…….
그것은 분명, 메르의 헌신이었습니다.
죽은 코코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집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메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단 하나도 놓지 않은 채로.
카인
……그것이, 저 녀석 나름대로의 속죄였던 건가…….
저렇게나 『코코』에게 사로잡혀 있었으니, 메르로서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몰랐을지도 모르겠군.
리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제부터는, 메르가 좋아하는 것을 잔뜩,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서
……그렇지.
함께 바라자.
앞으로의, 메르의 인생이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10화
아래 펼쳐진 경치가 제법 하얗게 변했을 무렵, 스노우는 빗자루를 멈추었다.
스노우
음. 이 근처겠구먼.
시간도 딱 맞고.
현자
이곳, 인가요……?
주위를 둘러봐도 험준한 산맥과 하늘이 펼쳐질 뿐.
특별히 달라 보이는 것은 없다.
코코
아무것도 없는데……. 스노우, 대체 무슨 예언을 한 거야?
설마 또 나를 가지고 노는──.
클로에
다들, 봐봐!
하늘에서 뭔가가 내려와! 눈과 함께!
코코
어…….
코코씨가 당황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흩날리는 눈에 섞여, 클로에의 말대로 무언가가 하늘하늘 춤추듯 내려왔다.
코코
……이건…….
눈처럼 녹는 초코칩……?
새하얀 반짝임을 두른, 동그랗고 작은 덩어리.
함박눈 같은 그것은, 부드럽게 바람을 타고 우리 곁으로 흩날려 내려온다.
리케
눈처럼 녹는 초코칩……!
이게 그 소문의…….
가장 먼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린 것은 시노다.
하늘의 은혜를 작은 입으로 받아들이며, 시노는 얼굴을 빛냈다.
시노
응, 맛있다!
그 목소리를 시작으로, 다들 속속들이 시노를 따라했다.
리케
와, 눈이 녹듯이 혀 위에서 녹아내려요……!
미스라
이거, 금방 사라져서 뭔가 먹은 기분이 안 들어요.
클로에
그래도 엄청 진하지 않아?
작지만 안에는 달콤함이 꽉 차있는 느낌!
레녹스
모처럼의 희귀한 초콜릿이다.
마법으로 모아서, 선물로 가지고 돌아갈까.
아서
그거 좋다. 『우정초코』라는 선물도 될 것 같아!
카인
오웬에게 통쨰로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해서 나눠줘야겠군.
즐거워하는 모두를 보고, 나도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렸다.
그러자 곧 작은 덩어리 하나가 날아든다.
현자
……!
스노우
어떤가, 현자.
갓 채취한 눈처럼 녹는 초코칩을 입에 넣을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현자
엄…… 엄청 맛있어요!
가볍고 부드러운 달콤함이, 입에 퍼져서…….
녹아내리는 감촉이, 중독될 것 같은 초콜릿이네요!
스노우
그래, 그래.
그거 다행이로구먼.
코코
………….
코코씨는 계속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입을 벌리지도 않고, 부드럽게 떨어져오는 눈처럼 녹는 초코칩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코코
네가 예언한 것은, 이거였구나…….
그렇게 말하는 입술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분명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전.
아직 어렸던 이 사람이……. 소중한 반쪽과, 이 하늘을 올려다보기를 얼마나 바랐을까.
현자
……코코씨도 드셔보시는 게 어떤가요?
메르씨가 당신에게 먹여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눈처럼 녹는 초코칩을…….
코코
……읏…….
너는…… 아직도 나를, 『코코』라고 불러주는 거야?
그렇게…… 꼴사나운 모습을 드러낸 나를…….
현자
네. 당신이 아직…… 『코코』로 있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당신이 『코코』로 있고 싶어 하는 한, 저는 당신을 코코씨라고 부를 거예요.
몇 번이라도.
코코씨의 푸른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푸른 보석에, 천진난만하고 반짝이는 빛이 깃든다.
그것은, 만난 이후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스노우
우리의 현자는, 무척이나 사랑스럽지 않느냐?
코코
……응, 정말로.
후후. 너무 매력적이라서, 너를 진짜로 좋아하게 될 것 같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로 웃은 뒤, 코코씨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벌어진 얇은 입술 안쪽으로 천천히, 눈처럼 녹는 초코칩이 춤추듯 떨어진다.
맛보듯, 코코씨는 눈을 감고…….
코코
……있지, 코코.
역시 나에게는, 초콜릿은 너무 달아.
며칠 뒤. 나는 스노우와 함께 시장에 와 있었다.
스노우
운명이었다고는 해도, 본인의 예언에 그대를 휘말리게 한 것에 대한 사죄다.
오늘은 무엇이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사주마.
현자
무슨 그런, 사죄라뇨…….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스노우
호호호, 그러면 표현을 바꾸지.
본인이 그대와 함께 나오고 싶었던 것일세. 사죄는 그 구실…….
이리 말하면 그대의 사양도 날아가지 않겠는가.
현자
……아하하, 알겠습니다.
그러면, 말씀을 감사히 받아들여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니, 맛있어 보이는 츄러스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현자
(……스노우와 화이트가 좋아하는 거다. 분명 저기라면 스노우도 즐거워할 거야.)
(이참에 화이트에게 줄 선물을 사가는 것도 좋을지도…….)
스노우, 저 가게에 갑──.
스노우
츄러스는 안 된다.
현자
……네……?
스노우
지금 그대는 본인도 즐거워할 수 있도록,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고르려 하고 있었겠지.
그런 그대도 물론 사랑스럽지만…….
말했을 터이다. 그대는, 그대의 마음에 솔직하게 대답해주면 되는 것이라고.
이렇게까지 멋지게 속마음을 간파당하면, 더는 얼버무릴 수 없다.
나는 내 마음에 솔직하게, 입가를 풀었다.
현자
……스노우는 정말로 저를 잘 보고 계시네요.
스노우
당연한 일이지. 우리의 소중한 현자니까.
옆을 걷는 스노우가, 상냥하게 금색 눈동자를 가늘게 뜬다.
그것에 또 다시 기쁨을 느끼고 있자──.
???
안녕, 아키라.
인파 속에서,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현자
……어.
스노우
무슨 일인가, 현자. 갑자기 뒤돌아보고는.
현자
……아, 아니에요…….
와글와글 떠들썩한 인파. 그곳에 내가 아는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어쩌면, 나의 기억과는 다른 모습으로,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자
………….
저는, 제대로 코코씨의…….
메르씨의, 운명이 되었던 걸까요?
스노우
물론이지.
그때 그대가 『코코』라고 불렀기에, 그 녀석도 구원을 받았을 게다.
그 녀석은 코코가 되기 위해,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초콜릿을 대량으로 계속 먹고 있었다. 그 밖에도 코코를 위해서라면, 여러 가지 무모한 짓을 했을 테지.
본인들에게 예언을 구하기 위해 북쪽 국가를 방황하는, 목숨이 아깝지 않은 짓을 한 것처럼 말일세.
……그대로, 메르로서의 운명으로 돌아가지 못했더라면, 그 녀석은 스스로를 잃어 이윽고 망가질 수도 있었다.
현자
스노우…….
뇌리에 그날의 메르씨가 떠오른다.
눈처럼 녹는 초코칩을 입에 넣고, 부드러운 푸른 눈동자로 눈이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메르씨.
현자
……메르씨가 구원을 받은 것은, 스노우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스노우
음?
현자
눈처럼 녹는 초코칩을 스노우가 예언해 주었기에, 메르씨는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스노우는 스스로를 제멋대로라고, 그렇게 말했지만…….
저는 그런 스노우의 상냥함에, 몇 번이나 구원을 받아왔으니까요.
스노우
……호호호. 본인의 변덕에, 그런 말을 해주는 것은, 그대 정도겠지.
스노우는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스노우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갈까.
현자
네?
스노우
시치미 떼지 말거라.
본인은 아직 츄러스 외의 그대의 소망을 듣지 못했다.
현자
앗, 그랬었죠……!
스노우
다시 한번, 그대의 소망을 들어보지.
현자여. 그대는 어떤 가게에 가고 싶은가?
부드럽게 감싸주는 손바닥도, 그 따스함도…….
옆에서 보기에는, 『제멋대로인 마법사』의 변덕일지도 모른다.
현자
(그렇지만…….)
스노우, 저는──.
스노우가 나를 봐주고 있다. 손을 잡아주고, 함께 걸어가주고 있다.
분명 기적과도 같은,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그것을 가슴에 품고, 나는 스노우의 물음에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