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告

ヴォクスノク

1화

리케
아까 그 가게, 무척 훌륭한 오렌지가 있었죠!
게다가, 본 적 없는 야채도…….

현자
항구 도시라서 그런지 신선한 것들이 갖춰져 있었죠.
선물로 사갈까……. 어라?

푸른 비늘 거리의 시장을 리케와 함께 돌아다니다가, 가게 앞에서 멍하니 상품을 바라보는 미스라를 발견했다.

현자
미스라, 뭐 하고 계신가요?

미스라
배가 고파서, 괜찮은 음식이 없나 찾고 있었습니다.
……아아, 이 생선 같은 거 괜찮을 것 같네요.

현자
와…….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맛있어 보여요.
가격은 얼마일까요?

미스라
글쎄요.
저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현자, 리케
네?

현자
그게, 무슨……?

미스라
스노우에게 받은 돈은 아까 끈적끈적한 병조림을 샀더니 없어졌어요.
하지만 돈 같은 거 없어도, 인간은 제 이름을 들으면 뭐든지 바칩니다.
북쪽에 있을 때는 짐마차째 두고 도망간 적도 있었고요.

현자, 리케
………….

현자
(그런가……미스라는 쇼핑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을지도……)

담담하게 말하는 미스라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그때. 
쇼핑용 돈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손에 들고, 리케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리케
미스라.
북쪽 국가에 있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의 당신은 현자의 마법사입니다.
사람들이 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현자 님이나 다른 모두를 나쁘게 말하는 이도 나타날 거예요.
제가 방법을 가르쳐 드릴 테니, 함께 쇼핑을 해보지 않겠습니까? 저도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금방 익혔습니다.

미스라
필요없어요.
저나 현자 님에게 불만을 말하는 놈이 있다면, 죽여 버리면 됩니다.

현자
주, 죽이는 건 좀……!

리케
………….
오즈는, 제대로 돈을 냈는데…….

미스라
……하?
왜 오즈가 나오는 건가요.

리케
오즈도, 당신이나 저와 마찬가지로 쇼핑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시장에서도 샤일록의 바에서도, 제대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미스라
………….

기대로 가득 찬, 연둣빛 눈빛.
잠시 침묵하던 미스라는, 리케에게서 돈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빼앗았다.

리케
와앗!?

미스라
오즈의 쇼핑 따위 뻔하기 짝이 없어요.
저라면 더 잘해낼 수 있습니다.

현자
앗, 미스라…….

점점 멀어지는 미스라의 뒷모습에, 나는 리케와 얼굴을 마주봤다.

현자
리케, 미안해요.
걱정되니까 잠깐 뒤를 따라가도 될까요?

리케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얼른 가요!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미스라를 쫓아가고 있자니…….

미스라
………….

과일가게 주인
손님, 어서 오세요.

조금 앞서 가던 그는, 과일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2화

현자
미스라, 제대로 쇼핑할 수 있을까…….
저, 서둘러 가서 상황을 보고 오겠──.

리케
잠시만요, 현자 님.

현자
!

리케
……아직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조금만 더, 미스라를 지켜봐주시지 않겠습니까?
인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시련을 주고, 믿음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도 또한 중요한 일.
저도 마법관의 여러분들께서 그렇게 해주셨기에 이전보다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미스라도 분명…….

현자
리케…….
……그렇죠. 
미스라나 가게 사람이 곤란해하면 바로 도울 수 있는 위치에서 지켜보도록 합시다.

리케
네!

리케와 함께 과일가게 근처의 그림자에 숨는다.
그러자, 가게에 늘어선 물건들을 느긋하게 바라보던 미스라가, 목표를 정한 듯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미스라
저거, 윤기가 흘러서 맛있어 보이네요.

과일가게 주인
오, 이 사과 말인가? 손님, 안목이 있으시네.
이건 오늘 아침에 딴, 신선한 녀석이야. 모양이 안 좋은 탓에 좀처럼 사가는 사람이 없지만…….
맛은 틀림없이 최고지.

미스라
맛있다면, 모양은 상관없습니다.
그거, 하나 주세요.

리케
……!
이거…… 꽤 잘되고 있어요!

현자
다행이다…….
이 느낌이라면 괜찮을 것 같네요.

과일가게 주인
고맙습니다!
그럼, 값은…….

미스라
자, 받으세요. 이걸로 충분하겠죠.

과일가게 주인, 현자, 리케
어어!?

현자
(가진 돈, 거의 다 줬어!?)

미스라
좋은 쇼핑이었어요. 그럼 이만.

과일가게 주인
어, 손님! 너무 많이 줬다고!
거스름돈……!

우적우적 호쾌하게 사과를 씹으면서 떠나가는 미스라와, 대량의 동전을 당황해서 긁어모으는 가게 주인.
양쪽을 보고, 리케와 나는 동시에 일어서고 있었다.

리케
현자님, 제가 가게에서 거스름돈을 받아오겠습니다!

현자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미스라를…….

그때, 조금 앞쪽에서 엄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육점 주인
손님, 이거 가지고는 돈이 턱없이 부족하잖아!

미스라
하지만, 그것밖에 없는데요.

현자
(미스라, 벌써 두 번째 가게에……!)

길을 가는 사람들의 틈새를 비집고, 나는 달려 나갔다.

정육점 주인
애도 아니고. 가격표 정도는 봐줘야지.
그게 아니라면, 뭐야.
우리 고기에는 그 정도 가치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미스라
하아……. 돈은 줬으니까 됐잖아요.
빨리 고기를 주세요.

정육점 주인
줘봤자 부족하면 의미가 없지.
안 되는 건 안 돼.

미스라
………….
귀찮네.

현자
(위험해……. 미스라가 짜증 내고 있어!)
미스라, 기다──.

???
잠깐 기다려!

현자
……!

미스라
………….
당신, 조금 전의 그.

뒤돌아보니 리케와 조금 전까지 미스라가 들여다보고 있던 과일가게 주인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3화

리케
따, 따라잡았다……!
갑자기 죄송합니다. 이분께서, 하실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육점 주인
얘기?

과일가게 주인
그 붉은 머리 청년, 우리 가게에는 돈을 너무 많이 놓고 갔어.
분명, 좋은 집 도련님이라든지 그런 식으로, 쇼핑하는 데 익숙하지 않을 뿐일 거야.
무엇보다, 팔리지 않던 사과를 맛있겠다면서 사줬고…… 괴짜지만, 나쁜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해.

정육점 주인
………….

과일가게 주인
자, 고기 값.
이걸로 충분하지?

그렇게 말하며, 과일가게 주인이 미스라가 아까 지불한 돈의 일부를, 정육점 주인에게 건넸다.

정육점 주인
……고마워, 또 와줘.
손님. 쇼핑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라면,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줄걸 그랬네.
……이거, 괜찮다면. 덤이오.

미스라
덤?

고기가 넉넉히 담긴 봉투를 받는 미스라에게 과일 가게 주인도 봉투를 내밀었다.

과일가게 주인
아까의 거스름돈이오.
그런 실수는, 아이라면 모를까 어른은 눈에 띄니까 앞으로는 조심해.

미스라
네, 고마워요.

현자
……가게 주인분들이, 마음씨 좋은 분들이라서 다행이네요.

리케
정말로요…….
저, 사죄와 감사의 표시로, 과일과 고기를 좀 사오겠습니다.

안도의 숨을 내쉬는 우리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두 개의 봉투를 번갈아 본 미스라는,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돌아본다.

미스라
자, 당신들. 보세요.
저, 쇼핑 잘하죠?

그 후 리케는, 나중에 찾아온 카인과 함께 과일 가게와 정육점으로 쇼핑하러 갔다.
나와 미스라는…….

미스라
현자님, 배고파요?

현자
아하하…… 그렇네요.
미스라는 이제, 배고픔은 가라앉았나요?

미스라
저는 아까 산 고기를 먹어서.
……하지만, 당신의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니 뭔가 먹고 싶어졌어요.
잠시만요.

현자
네?

성큼성큼 긴 다리로, 미스라는 어디론가 가버린다.
이윽고, 그는 따끈따끈한 김을 내뿜는 조개가 산더미처럼 쌓인 양동이를 팔에 안고 돌아왔다.

현자
이건…….

미스라
마들렌입니다. 꽤 딱딱하지만.
그 뒤로 리케와 카인에게 받은 용돈이라는 걸 건넸더니 조개를 잔뜩 받아서, 나눠줄게요.

현자
(또 값을 너무 많이 준 건가? 그래도……)
감사합니다!
설마, 미스라가 무언가를 사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미스라
………….

현자
미스라?

미스라
역시, 쇼핑은 귀찮아요. 
빼앗는 게 편하지만…….
당신이 그런 얼굴을 한다면 또 『쇼핑』을 해줘도 괜찮겠네요.

현자
……!

뜻밖의 말과 미소.
그 앞에 펼쳐질 미래를 상상하니, 나도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현자
……기뻐요.
그때를 기대하고 있을게요!

 

카드 에피소드 [저주 도구의 가격은?]

현자
……후우.
오늘은 오랜만에 느긋하게 지내볼까…….

미스라
<아르심>
현자님, 돈 주세요.

현자
와, 미스라!?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그나저나, 돈이라니 대체…….

미스라
나갔던 마을에서 꽤 괜찮은 저주 도구를 발견했는데, 받으려고 했더니 돈을 내라고 하더라고요.

현자
(지난번에 갔던 푸른 비늘 거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미스라
그래서 돈 같은 건 필요없다고 대답했더니, 『너, 돈을 내본 적도 없냐?』라고 하길래…….
열받아서, 그 정도는 있고 쉽게 낼 수 있다고 대답해줬어요.

현자
낼 수 있다고 말씀해 버리셨군요…….
상황은 대충 알겠는데, 그 저주 도구는 대체 얼마 정도인가요……?

미스라
……. 그러고 보니 묻는 걸 깜빡했네요.
물어보고 올 테니, 돈을 준비해두세요.

현자
엑. 어쩌지, 엄청 비싸면…….
가진 돈으로 충분할까!?
미스라, 잠시 여러 가지 의논을──.

미스라
<아르심>

현자
아아아아아아……!
……잘 가요, 내 지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