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告

ヴォクスノク

1화

현자
앗, 저기 또 레스토랑 같은 간판이…….
정말 이 거리는 레스토랑이 많네요.

네로
각국의 식재료가 모이는 상설 시장이 있는 거리라 요리사들에겐 천국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만큼, 규제에 걸리기도 쉽지만…….

현자
규제요?

네로
위험한 식재료나 조리법은 금지돼 있거든.
예를 들면──.

카인
네로!
여기 있었구나.

현자
카인?

네로
무슨 일이야, 뛰어오고.
나 찾고 있었어?

카인
아아. 당신, 이 거리에 빠삭하잖아.
『마칠리』 토마토 조림을 파는 가게, 어디 아는 데 없어?

네로
……마칠리 말인가…….

현자
마칠리가 뭔가요?

카인
혹시 당신 세계에는 없나? 
살이 담백하고 맛있는, 민물고기야. 내장에 독이 있어서 손질하기 어렵지만, 큰 강이나 그 지류의 도시에선 흔한 생선이지. 내 고향에서도, 몇 군데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있었어.
전 현자님은 「아마 복어일 거야」라고 말했던가.

현자
오, 복어……!
맛있겠다, 저도 먹어보고 싶어요!

네로
현자씨, 텐션 높네.

현자
아하하, 죄송해요.
복어는 고향에선 꽤 고급이라서, 그만.

네로
솔직한 녀석.
그래서, 기사 씨는 그걸 먹고 싶어서, 나를 찾으러 온 거야?

카인
어. 정확히는, 라스티카의 부탁으로. 나도 먹을 수 있다면 먹고 싶다만.
라스티카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걸 발견하고 말을 걸었더니, 그런 사정이더라고.
일단, 그 녀석은 미아가 되기 전에 카페에 놔두고 나는 이 거리를 잘 아는 네로에게 온 거지.
그래서, 어디 추천할 만한 곳 있을까, 네로?
당신이 살던 시절에 있었던 가게라도, 이름만 알려주면 내 힘으로 찾아볼게.

네로
아─, 으음…….

네로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고는, 곤란한 듯 눈썹을 내린다.

네로
……몇 군데 아는 가게는 있지만, 아마, 전부 문 닫았을 거야.
혹시 남아있다고 해도, 불법이라 안 가는 게 좋아.

카인, 현자
에?

네로
현자씨에게는 아까 살짝 말했잖아. 여기는 음식점이 많은 만큼, 요리에 규제가 걸리기 쉬운 거리라고.
이 거리에선, 마칠리 요리가 전면 금지야. 어느 가게에서, 수십 명 단위로 중독된 사고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카인
……진짜로?

네로
진짜로.
나는 소동이 일어났을 땐 이미 이사한 상태였지만, 그 조례는 동쪽 국가 전체에서 화제가 됐었어.
분명 상설 시장에서의 거래도 금지였을 거야. 몰래 사서 요리로 내놓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카인
……진짜구나…….

카인이 풀이 죽은 듯 어깨를 떨어뜨렸다. 나도 덩달아 축 처진다.

현자
(복어랑 비슷한 생선…… 조금 먹어보고 싶었는데…….)

네로
…….

실망하는 우리를 앞에 두고, 네로가 우물쭈물 시선을 방황한다.
몇 차례 말을 더듬거린 끝에, 뺨을 긁으며, 슬쩍 우리를 바라본다.

네로
……시장의 오늘 상품 구색에 따라 다르고, 너무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리고, 진짜는 아니지만……. 마칠리 토마토 조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2화

현자
진짜는 아니다……?

카인
다른 재료를 대신 사용한다는 건가?

네로
그래. 피스라는 생선, 기사 씨라면 알고 있으려나?

카인
들어본 적은 있어.
큰 강의 본류, 깊은 곳에서 잡힌다고 했던가.

네로
맞아. 눈이 툭 튀어나오고 징그러워서 잘 팔리지 않는 생선이지만.
그래도 맛은 담백하고 고급이지……. 즉, 마칠리와 비슷해.
귀공자씨의 혀를 속일 수야 없겠지만, 그런 기분은 낼 수 있을 테니까.
아무것도 못 먹었습니다, 보다는 낫잖아.

카인, 현자
오오~!

카인
좋아!
바로, 생선 가게를 보러 가자.

생선가게 주인
──피스?
아아, 안 돼 안 돼, 요즘은 안 들어와. 어부들이 말하기를, 수온이 너무 높다고 하더라고.
평소보다 더 깊은 곳에 숨어버려서, 낚싯바늘이 닿지 않는다나.
그래서 우리 가게뿐만 아니라, 피스는 어디에도 안 팔고 있을 거야.

현자
……그런가요…….

생선 가게 앞에서, 우리는 다시 좌절했다.

현자
(자연을 상대로는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아쉽다……)

피스를 제안했던 네로 자신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전환이 빠른 카인이, 팟 하고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쓴웃음을 짓는다.

카인
뭐, 없는 건 어쩔 수 없지.
라스티카에게도 사정을 설명할게.

네로
──아저씨. 
피스가 없다면, 페셴은 들어왔어?

카인, 생선가게 주인
어?

현자
페셴……? 그것도 민물고기인가요?

카인
그래. 하지만 냄새가 상당히 심하고, 마칠리와도 피스와도 닮지 않았는데…….

생선가게 주인
뭐, 페셴이라면 있지. 마침 점심 무렵에 잡은 게 들어왔어.

네로
좋아. 
그럼, 이걸로 마칠리 토마토 조림을 만들자.

카인, 현자
어어!?

네로의 가게로 돌아온 나와 카인은, 냄비 앞에 선 네로를 조마조마하며 지켜봤다.
줄지어 늘어선 것은, 토마토나 향신료는 물론, 우유나 사과 등등,
멸치 같은 생선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식재료다.

네로
페셴은 내장을 빼고, 우유로 끓인다.

카인
오오…….
껍질을 벗기니까, 뭐랄까, 오웬적인 비유가 어울리는 모습이 됐네.

현자
이 회색 부분, 전부 찌꺼기인가요……?

네로
그래. 모습이 최악이 됐으면, 갈아버린 사과를 넣는 거야.

카인
모습이 더욱 최악으로…….

현자
으윽, 이 냄새……!
저, 환기 좀 시켜도 될까요?

네로
미안. 이웃에게 악취로 고소당할 테니까, 환기는 안 돼. 마법 걸어둘게.

현자
(고소당할 정도의 악취를 풍기는 요리라니……!?)

카인
네로,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로 이게 마칠리 토마토 조림이 되는 건가?

네로
맛있어질 거야.

우리에게 마칠리의 대용 생선을 제안했을 때와는 완전히 딴판으로, 그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의 상품 구색은 어쩔 수 없어도, 냄비 앞에서라면 그는 어떤 기적이라도 일으킬 수 있다.
마법을 쓰지 않아도.

 

3화

네로
……자, 셀러리를 듬뿍 넣고, 토마토도 여기서 넣어.

현자
……어, 어라?
오오……!

카인
대단하다! 
갑자기 맛있어 보이게 됐어!

네로
그치? 이제 좀 더 졸이면서 마늘도 넣고 후추를 뿌리면…….
좋아, 완성.
기사씨, 맛보고 진짜 마칠리와 비교해 봐.

카인
그래. 
잘 먹겠습니다!

카인이 작은 접시에 덜어낸 토마토 조림을 단숨에 들이켰다.
한순간에, 두 눈을 부릅뜬다.

카인
…………!
대단해!
이거, 마칠리 토마토 조림이야!

그러고 나서 잠시 후──.

현자
──잘 먹었습니다, 네로.
토마토 조림, 맛있었어요!
라스티카도 기뻐해 줘서 다행이네요.

네로
하하.
감사로 노래까지 받았으니까.

라스티카
맛있다. 마칠리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맛도 좋아해. 
네로, 카인, 현자님, 감사합니다.
감사의 표시로 한 곡, 노래할게요. 들어주세요.
『생선과 토마토와 만남과 사랑』.
라라라~♪

현자
그런데, 저 재료를 이용하면 마칠리 토마토 조림에 한없이 가까운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계셨군요.

네로는 설거지하던 손을 멈추고, 가게 안을 둘러봤다.
언젠가의 과거를 눈에 담으면서, 부드러운 어조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네로
내가 이 거리에서 가게를 했을 때, 마칠리 토마토 조림을 먹으러 온 손님이 있었어.
하지만, 그날은 마침 다 팔리고 없었거든. 메뉴를 다시 골라달라고 말하긴 했는데, 왠지 얼굴이 지쳐있었고, 불쌍해서…….

현자
그래서, 오늘 썼던 그 재료를 대신 사용해보셨던 거군요.

네로
그래. 맛보기를 반복해서, 마칠리 토마토 조림에 조금씩 가까워진 거야.
그 녀석이 먹었을 때의 얼굴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

현자
어떤 얼굴이었는데요?

네로
맛있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

네로의 얼굴이 활짝 폈다.
요리사로서의 긍지를 느끼게 하는, 자랑스러운 미소로.

현자
……멋지네요, 네로.

그의 긍지를 칭찬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생각했던 것이 그대로 튀어나왔다.
자랑스럽게 웃고 있던 네로가, 표정이 확 바뀌어, 안절부절못하며 눈동자를 흔든다.

네로
그, 그래?
나, 지금, 그렇게 좋은 말 했어?

현자
했다기보다, 뭐라고 해야 하나…….
아니, 비밀로 해둘게요.

네로
뭐?
너무하지 않아?

현자
아하하, 죄송해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가, 라고 말해보려고 해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겠어서…….
감이 잘 오지 않는 것까지 포함해서, 굉장히 근사하고 멋진 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네로
뭐야 그게.

네로가 형편없는 농담을 들은 것처럼 웃었다.
그러다가도, 눈썹을 내리고, 내 눈동자를 다시 바라본다.

네로
하지만…… 기뻐.
고마워, 현자씨.

 

카드 에피소드 [사과파이의 정체]

현자
안녕하세요, 네로.
뭘 만들고 계신가요?

네로
아아, 현자씨.
특이한 사과파이를 만들고 있는 중이야.
괜찮으면 맛보고 가.

현자
그래도 돼요? 그럼 말씀에 감사하며…….
음~! 엄청 맛있어요! 계피 향이 향긋하고, 사과의 부드러운 맛이 입안 가득 퍼져서!
근데, 어디가 특이한 건가요? 겉모습도 맛도 평범한 사과파이인데요…….

네로
헤헤. 
사실 이거, 사과를 안 썼어. 본래는 레몬파이.

현자
정말로요!?

네로
평범한 사과파이를 만들고 싶었는데, 어젯밤, 기사씨인지 미스라인지가 사과를 먹어치웠나 보더라고.
예전부터 레몬으로 대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걸 시험해 볼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어서.
그랬더니, 이런 결과가 나온 거지.

현자
엄청나게 잘 됐네요……!
누군가에게 먹여주고 싶은 마음, 알 것 같아요.

네로
헤헤…….
있잖아, 이거, 애들한테 먹여줄 때 『레몬파이』라고 하면서 내놓는 거랑 『사과파이』라고 하면서 내놓는 거, 둘 중 어느 쪽이 좋을까?
아까처럼 『사과파이다』라고 해놓고 나중에 정체를 밝히는 게, 제일 놀랄 거라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레몬파이다』 라면서 내놓고, 한 입 먹고 『거짓말!? 이게!?』라는 것도, 버리기 아깝다고 할까…….

현자
(네로, 엄청 들떠있네…….
이럴 때, 잔뜩 신나서 붕 떠있는 모습, 귀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