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피가로
안녕, 브래들리. 홍차 더 마실래? 따라줄게.
브래들리
하? 네놈한텐 안 받는다.
피가로
딱히 이상한 걸 넣지도 않았는데. 자, 마셔.
브래들리
앗, 얌마……. 멋대로 따르고 있네.
피가로
됐다. 이야기할 장소도 마련됐으니……. 브래들리.
아까 다 같이 했던 『서로의 좋아하는 점을 말하는 게임』, 모처럼이니까 이번에는 둘이서 해보지 않을래?
브래들리
무리지.
피가로
왜.
브래들리
네놈의 좋아하는 점 따위, 요만큼도 없으니까 말이다. 싫어하는 점이라면 얼마든지 댈 수 있지만.
피가로
그럼 그걸로 하자. 『서로의 싫어하는 점을 말하는 게임』.
브래들리
아니, 왜 그러는 건데…….
애초에 그런 게임을, 프라이드 강한 네놈이 견딜 수 있을 리 없잖아.
피가로
괜찮아, 나는 상냥한 의사니까. 그리고 이 게임에도 제대로 메리트가 있어.
너와는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우리가 현자의 마법사인 동안에는 일단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현자님도 곤란하잖아?
그러니까 싫어하는 점을 듣고 필요에 따라 고치면, 너와 더 우호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브래들리
하, 여전히 말은 잘하는군. 어차피 그냥 심심풀이인 주제에.
……네놈이 말을 꺼냈으니까, 무슨 말을 들어도 화내지 마라.
피가로
물론이지. 그러면 바로 시작해 볼까.
너부터 해.
2화
브래들리
………….
네놈의 착한 척하는 모습이 맘에 안 들어. 본성은 오만하고 냉철한 주제에.
남쪽의 의사 선생님이라면서 실실대고는.
지금도 그래. 네놈이 일부러 나한테 홍차를 따라주러 온다는 게, 소름 끼친다고.
피가로
소름 끼친다니 너무하네.
지금의 나는 상냥한 피가로 선생님이니까. 파티에서 혼자 있는 아이를 내버려 둘 수 없는 거야.
브래들리
하, 사람 말마다 일일이 반박하는 그 건방진(小賢しい) 태도도 고치는 게 좋겠지.
좀 더 북쪽 놈들이나 오즈의 단순함을 본받으라고.
피가로
……아하하, 그렇구나.
네가 보는 내 모습을 잘 알게 됐어. 알려줘서 고마워.
그러면 나는 모두에게 돌아가볼까.
브래들리
어이, 네놈 차례는 어디 갔냐. 듣기만 하는 건 네놈 성미에 안 맞잖아. (柄じゃねえ)
피가로
나는 됐어. 말해봤자 너는 아무것도 고치지 않을 테고…….
네가 생각하는, 나의 좋아하는 점을 알 수 있었으니까.
브래들리
……하?
피가로
봐봐, 싫어하는 건 좋아하는 것의 반대라고들 하잖아. 요컨대 너는 북쪽의 마법사답게 행동하는 내가 좋은 거지?
그리고 화술로 너와 대등하게 설 수 있는 나를, 가까운 마법사 중에서도 특별하게 생각해 주고 있고.
브래들리
네놈…….
무엇보다 그런 점을 고치라고.
피가로
으음─, 그건 무리한 이야기려나.
네 그런 얼굴을 보니까 고치기 싫어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