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바람이 거칠게 부는 설원이 창밖으로 펼쳐진다.
그런 북쪽 국가의 어느 저택에서──.
나는 마법사들과 함께, 북쪽의 마법사 하이네씨와 신부의 축연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파우스트
포크와 나이프를 다 놓았으면, 이제 식사를 운반하기만 하면 되겠군.
현자
네. 여러분 덕분에 순식간에 준비가 끝났네요.
무르
이거 봐─. 커틀러리가 촛불에 반짝거려─!
파우스트
이봐, 무르. 포크를 든 채로 얼굴을 돌리지 마라. 위험하잖나.
무르
파우스트, 그 말 7번째네!
파우스트
네가 7번이나 똑같은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숨을 내쉬는 파우스트의 목소리와 태연한 무르의 웃음소리가 저택 안에 울려 퍼진다.
텅 빈 방 안에서 나는 문득,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는 신부에게 시선을 옮겼다.
눈처럼 하얀 드레스를 몸에 걸친 신부는, 이제 뼈만 남아 있다.
그 손이 나에게는 어딘가 쓸쓸하게 느껴진다.
무르
왜 그래? 현자님. 신부를 가만히 보고.
현자
……아…….
……그, 모처럼의 축연인데 신부의 손이 조금 쓸쓸하다고 생각해서요.
파우스트
확실히,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드레스와 베일뿐이니, 축연치고는 심플한 차림이기는 하군.
현자
부케가 있다면 조금 더 축하 분위기로 화사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는데…….
신부가 몸에 걸칠 것을 하이네씨 허락을 받지 않고 준비하는 것도 좋지 않겠죠.
파우스트
……너다운 배려로군.
뭐, 저 모습으로는 부케를 준비한다고 해서 특별히 기분을 낼 수도 없을 것 같지만…….
무르
이것저것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만들어보자!
척박한 자연의 북쪽 국가에서도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는 부케, 나 알아!
현자
……! 정말요? 그게 무슨…….
무르
<에아뉴・람블>!
그의 주문을 구령으로 여러 개의 포크가 테이블 위에서 벌떡 일어난다.
다음 순간 포크들은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둥실 날아온 냅킨이 그것을 리본처럼 묶어줬다.
현자
이건…….
파우스트
포크 부케?
무르
맞아! 지금 서쪽 국가 결혼식에서 유행하고 있대.
참고로 신부가 손이 쥔 뒤에는, 이렇게──.
던진다! 에잇─!
현자
!?
파우스트
……하?
무르가 힘차게 던진 포크 부케는 일직선으로 파우스트를 향해 날아갔다.
2화
파우스트
<사티르크나트・무르클리드>
파우스트가 냉정하게 주문을 외운다.
그 순간 그의 앞에 번쩍하고 빛의 벽이 나타나──.
뻥 하고, 마치 공처럼 튕겨 나온 부케를 재빨리 날아간 무르가 잡아냈다.
무르
아아─, 차였네.
파우스트
무르, 무슨 생각인가. 위험하잖아.
무르
그 위험이야말로, 서쪽 국가에서 유행하는 이유인 거야.
『이것은 영원한 사랑을 시험하는 시련』이라면서.
현자
무슨 말씀이신가요?
무르
신부가 포크 부케를 던지는 것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상대. 즉 신랑이지.
과연 신랑은, 날카로운 선단에 겁먹지 않고 부케를 받아낼 수 있을까?
상처 없이 잡을 수 있다면, 장래 안심!
파우스트
……상처를 입는다면?
무르
『어려움이 있더라도 당신 곁에 있을게』라는 의미가 된대.
현자
오오……. 과격하지만 로맨틱하다……!
파우스트
……서쪽 국가의 취향은 이해할 수가 없군.
현자
제가 있던 세계에서도 부케를 던지는 풍습 자체는 있었지만, 역시 서쪽 국가의 것과는 별개네요.
무르
그렇구나! 현자님의 세계에서는 어떤 부케를 던졌어?
현자
앗, 부케는 평범한 꽃다발입니다!
다만, 신부가 부케를 던지는 건 신랑이 아니라 식에 온 손님을 향해서…….
던져진 부케를 잡는 사람에게는 행복이 찾아온다고 했어요.
파우스트
축하하는 날에 어울리는 화목한 풍습이로군.
부케를 던지고 싶다면 서쪽 국가 사람들도 현자의 세계의 풍습을 따르는 게 어떤가.
무르
좋네! 『다른 세계로부터 전해지는 강력한 주문』이라고 말하면, 서쪽 국가의 문화인들은 덤벼들 거야.
다음에 살롱에 갈 때 얘기해 봐야겠다.
실제로 유행할지 실험하는 거야!
현자
(포크 부케를 던진다니…… 깜짝 놀랐지만, 서쪽 국가다운 유행이네.)
결국 그 후 무르의 아이디어는 위험하다고 파우스트에 의해 기각되어──.
나는 무르가 묶은 포크들을 다시 한번 냅킨으로 닦아 테이블의 제자리로 되돌리고 있었다.
현자
──됐다. 이게 마지막인가.
파우스트는 다른 방을 청소하러 가주고, 무르의 모습도 어느샌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마지막 한 개의 세팅을 마쳤을 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무르
현자님──.
현자
네─, 무슨 일이세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3화
무르
간다─.
무르가 아까와 똑같이 무언가를 휘둘러 금방이라도 던지려고 하고 있었다.
그 손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포크 부케가.
현자
(엑, 무슨, 왜!? 다 치웠을 텐데!?)
무르
받아라─!
소리도 내지 못하는 사이에 허공에 던져진 그것이, 눈앞에 다가온다.
현자
……읏!! 에잇……!
눈 딱 감고 은빛 부케에 손을 뻗는다.
선단이 손가락에 닿기 직전, 퐁 하고 그것은 모습을 바꾸었다.
스르륵 내 손안에 들어온 것은, 진홍색 장미 부케.
싱싱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현자
어……?
무르
오─! 나이스 캐치! 역시 현자님이네.
현자
무, 무르. 대체 이건……?
무르
아하하, 현자님이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해서.
있지, 왜 캐치하려고 했어? 다치는 게 무섭지 않았어?
피하거나 할 수도 있었잖아?
아니면, 꽃다발로 변할 거라고 예상했어?
현자
자, 잠시만요. 사고가 따라가지를 못해서…….
무르
그럼 심호흡하자! 습─, 하─.
현자
습─, 하─.
무르
그래서, 방금 전 질문의 대답은?
너는 왜, 부케에 손을 뻗은 거야?
현자
그건……. 그러니까…….
아까 무르에게, 포크 부케를 던지는 의미를 들었기 때문일까요?
무르
흠흠. 자세히 말해줄래?
현자
상처 없이 캐치할 수 있다면 장래 안심.
상처가 생긴다고 해도, 『어려움이 있더라도 당신 곁에 있을게』라고…….
그 의미를 들었을 때는 로맨틱한 의미라고 생각했고, 게다가──.
저도 마법사 여러분들을, 똑같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무르
………….
현자
여러분들과 앞으로도 즐겁게 지낼 수 있기를.
만약 무언가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여러분과 함께 보내고 싶다, 이런……?
그래서, 그냥 부케를 놓치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그, 이걸로 답이 되고 있나요?
무르
아하하. 현자님은 역시 최고!
질문의 답뿐만 아니라, 정열적인 고백까지 받아버렸네.
무르가 웃으며 빙글빙글 돈다.
두둥실, 나를 향해 변덕스러운 고양이처럼 몸을 기대고 그는 장미 향기를 맡았다.
무르
……역시 너에게는, 포크가 아니라 꽃 부케를 던지기를 잘했어.
현자
네?
……무슨 의미인가요?
무르는 피식 웃으며 등을 굽혔다.
보랏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이, 살랑 흔들린다.
무르
너에게 행복이 찾아오기를.
꽃다발 너머로 미소 짓는, 무르와 눈이 마주친다.
무르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현자님.
카드 에피소드 [화창한 날에 딱 맞는]
현자
무르. 저번에 서쪽 국가 결혼식에 대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설마 그런 형태의 부케 토스가 유행한다니 깜짝 놀랐어요!
무르
그럼 이번에는 현자님을 더 놀라게 해줄게!
그 밖에도, 서쪽 부자들의 결혼식에서 유행하는 것이 있어. 알고 싶어?
현자
알고 싶어요! 어떤 건가요?
무르
우선, 축하 케이크를 잘라 손님들에게 나눠준다.
그랬더니, 깜짝 서프라이즈!
단 한 조각의 케이크에만 『동전 모양의 초콜릿』이 숨겨져 있대.
현자
오오, 두근대는 장치네요! 그 초콜릿에 당첨된 사람은 어떻게 되나요?
무르
그 사람이 내는 거야! 결혼식 비용을 전부!
현자
네!? 결혼식 비용을……!?
서쪽 부자들의 결혼식 비용이라니, 분명 비싸겠죠……?
여러모로 호화로운 이미지가 있고…….
무르
그렇지. 아마 현자님이 지금 상상하고 있는 것의 백 배 정도 되지 않으려나?
현자
세상에, 백 배…….
무르
화창한 날에 딱 맞는 놀이지?
좀처럼 맛볼 수 없는 자극과 스릴!
현자
(따, 딱 맞는 걸까……? 하지만 확실히 서쪽 국가 사람다운 발상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