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화이트
여기 있었구나. 루틸이여.
루틸
화이트님.
제게 무슨 용무가 있으신가요?
화이트
음. 용무라기보다는, 그대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 말이네.
루틸
저에게 감사를……?
화이트
호호호.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군.
그런 점도 그대답지만 말이다.
……그런 일이 있고 현자가 몹시 침울해 있을 때, 현자의 방에 방울을 달아 주었지?
그 방울이 있다면, 사람을 마주치지 않고도, 방 앞에 옮겨진 따뜻한 식사를 알아챌 수 있다. 명안이로군.
루틸
어머,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다니 기뻐요.
현자님께는 정말로 괴로운 일이 있었으니까, 혼자서 지내시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주시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런 때이기에 더욱……, 따뜻한 식사를 드셨으면 했습니다. 그런 제 억지를 들어주신 거예요.
화이트
무슨 그런, 억지일 리가 있겠는가.
그대는 틀림없이 현자의 마음을 구원했을 것이다.
그러한 배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용케 생각해 내었다고, 본인은 감탄했단다.
루틸
후후, 사실…….
그 방울을 생각해 낸 건 부모님 덕분이에요.
화이트
어라, 그래?
루틸
네, 제가 어렸을 때…… 언제였더라. 굉장히, 무척 우울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엇이 이유였는지조차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요.
그날은 햇님이 지고 달님이 뜨기 시작했는데도 기운을 낼 수 없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답니다.
2화
루틸
저녁 식사 시간도, 묵묵부답이었죠.
그랬더니 어머님께서…….
저 대신, 엄청나게, 수다를 떨어 주셨어요!
화이트
뭐? 치렛타쨩이?
루틸
네. 내일은 어디에 갈까, 오늘은 하늘에 무지개가 떴단다.
봐, 이런 식으로. 라며 마법으로 무지개를 꺼내주시거나, 지금부터 하늘 산책하러 가버릴까, 라며 빗자루를 꺼내시거나.
제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화제가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어머님의 수다가 멈추지 않는 거예요.
화이트
어머, 그것은 눈에 선하구나.
치렛타쨩은 밀어붙이는 계열이니까.
루틸
후후, 그렇죠.
아버님께서는 어머님의 이야기에 응응, 하고 덧붙여주시며 평소보다 천천히 밥을 드셨습니다.
그것은 분명, 제가 먹는 속도에 맞춰 주고 계시던 거였어요. 몇 번인가 아버님 쪽을 힐끗 보니, 빙긋 미소 지어 주셔서…….
정말로, 기뻤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이, 저를 신경 써 주시는 것도, 저를 상냥하게 지켜봐 주시는 것도.
화이트
……흠. 그런 것인가.
루틸
네, 저에게는, 그랬다는 거지만요.
그때 그 추억이 있었기에…….
현자님을 혼자 있게 해 드리고 싶다, 하지만 혼자 있게 하고 싶지 않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방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던 거죠.
화이트
……그렇구먼.
고독과도 집착과도 다른, 따뜻함을 가진 배려인가.
북쪽에서 자란 본인은 역시 엄두도 내지 못할 재주로구나.
아직 머나먼 미래 너머에서도, 그대는 그대로 있어주려무나.
루틸이여.
루틸
……? 네!
카드 에피소드 [작은 부적처럼]
현자
루틸. 오늘은 다시 한번 당신에게 감사를 전하게 해주세요.
그때, 제 방 밖에 방울을 달자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루틸의 배려에, 저는 정말로 구원받았어요.
루틸
현자님……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저야말로 기뻐요.
무척 좋아하는 현자님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지탱할 수 있었다면 다행입니다.
현자
그런, 전혀, 조금 같은 게 아닙니다!
방울이 울릴 때마다 루틸과 여러분의 상냥함을 느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종을 돌려드릴 때 다시 한번 제대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자, 루틸. 돌려드릴게요.
루틸
………….
괜찮으시다면…… 말인데요.
그 방울, 현자님께 선물해도 될까요?
현자
네? 받아도 되나요……?
루틸
물론입니다.
이 방울이, 현자님께 작은 부적이 되어 준다면 좋겠어요.
만약 앞으로, 당신의 마음에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이 찾아왔을 때…….
이 방울을 다시, 방 밖에 매달아 주세요.
당신의 마음의 하늘이 어떤 상태인지, 저희도 함께, 소중히 여기고 싶으니까요.
현자
루틸……
루틸
받아 주시겠어요?
현자
네! 꼭, 소중히 간직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