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루틸
꿀꺽꿀꺽…….
음, 역시 맛있는 물이네. 색은 엄청나지만.
피가로
루틸.
또 호수 물을 마시고 있는 거야?
루틸
네! 색은 엄청나지만, 달콤하고 맛있고 모처럼이니까요.
피가로
그래, 마음에 들었으면 다행이고.
남쪽에서는 아마 못 마실 테니까, 많이 마셔두렴.
그런데 루틸, 어릴 때부터 몇 번이나 가르쳤잖아.
연못이나 호수 물을 많이 마실 때는…….
루틸
……앗! 끓인다!
피가로
정답.
색이 너무 엄청나서 평범한 물이라는 느낌이 안 들지만, 기생충이나 질병의 위험성은 똑같으니까.
마실 때는 이렇게 컵에 떠서…….
<폿시데오>
자, 이제 괜찮아.
마셔, 루틸.
루틸
와아. 감사합니다!
피가로
제대로 후후 불어서 마셔야 해.
꽤 뜨겁거든.
루틸
알겠습니다!
후─. 잘 마시겠습니다.
피가로
응?
2화
피가로
응?
잠시만, 루틸, 조금 더 식혀…….
루틸
……앗! 뜨거워!
피가로
아아, 역시……!
괜찮아? 데었어?
루틸
………….
……데었어요…….
죄송합니다.
피가로
목소리 작아…….
어디 보자, 그렇게 기죽지 마.
피가로 선생님에게 보여주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앉아서…….
조금 위를 보고. 크게, 아─.
루틸
아─…….
피가로
……다행이다. 목구멍은 타지 않은 것 같네.
혀 화상은 금방 고칠 수 있으니까.
순간 상처가 찌릿할 거야.
<폿시데오>
루틸
아…… 나았다!
피가로
다행이다, 다행이다.
다음부터는 더 확실히, 제대로 식힌 다음에 마시는 거야.
루틸, 어렸을 때부터 성격이 급했으니까.
루틸
네─, 조심하겠습니다.
……아, 그래! 눈 위에 컵을 올려두면 금방 식지 않을까요?
피가로
그야 식겠지만, 열 때문에 눈이 녹아서 컵이 쓰러질 거야.
위험하니까 그만두렴.
루틸
앗, 확실히.
안 되나.
피가로
안 돼.
……후후…….
(어릴 적 루틸도 이런 느낌이었지. 성격이 급해서 말해준 것을 깜빡하거나 생각대로 행동하거나.)
(훌륭하게 키도 크고, 모두에게 존경받는 학교 선생님이 되어서, 완전히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점은, 옛날부터 변하지 않았네.
카드 에피소드 [온화한 추억]
현자
피가로는 루틸과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죠.
어렸을 적 루틸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피가로
지금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떨까?
계속 함께 있으면 오히려 변화를 알아차리기 힘든 것도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도 나이에 걸맞은 장난도 치고 놀기도 하는 아이였어.
내 낡은 흰 가운을 입고 의사 놀이를 한다거나.
현자
와, 귀여워!
피가로
하하. 사이즈가 안 맞으니까, 자락도 소매도 질질 끌고 다녔거든.
그 모습 그대로, 응급환자라면서 갑자기 뛰쳐나가기도 하니까, 언제 옷자락을 밟고 넘어지려나 조마조마했었지.
그래도, 귀여웠어.
믿음직한 의사라기보다는 작은 유령 같았지만.
현자
아하하.
왠지 상상돼요.
피가로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내 흰 가운도 평범하게 입을 수 있겠구나.
가볍게 소매를 걷어올리는 정도로 말이야.
현자
………….
……피가로, 뭐랄까, 굉장히 좋은 얼굴을 하고 계시네요.
온화하고…….
피가로
어, 그래?
직접 들으니까 쑥스럽네.
그런데……. 정말로, 많이 컸다.
그렇게 작았던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