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告

ヴォクスノク

1화

현자
(잡지 일이 의외로 일찍 끝났네. 잠깐 다른 곳에 들렀다 돌아가자.)

역 근처를 걷다가 대형 서점의 입구에 시선이 쏠린다.

현자
(이거 아까 내가 취재를 견학했던 배우 잡지의 최신호다. 사갈까?)
……응?
『애인으로 삼고 싶은 배우 랭킹』?
(이런 기획이 있구나. 게다가 1위는 5년 연속──.)

레녹스
안녕하세요, 아키라씨.

현자
……헉!?

큰 소리를 낼 뻔해서 나는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눈앞에는, 지금 막 읽고 있던 기사의 『애인으로 삼고 싶은 배우 랭킹』, 5년 연속 1위인 레녹스가 있었다.

현자
조, 좋은 아침입니다, 레녹스.

레녹스
죄송합니다. 놀라시게 해버렸네요.
일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아키라씨의 모습이 보여서, 인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현자
아이고, 일부러 감사합니다.
……그렇다는 건 혹시, 여기까지 걸어오신 건가요?

레녹스
네. 오늘 촬영장은 사무실에서 가까워서요.
이 정도 거리라면 상대에게 택시비를 부담해 달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걸어도 주변 분들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겠다 해서요.

???
헤에. 그런 배려와 겸손함이 인기의 비결인가?
레녹스씨.

현자
!

야성적인 색기가 느껴지는 목소리와 함께, 뼈가 굵은 큰 손이 내려온다.
돌연 잡지를 위에서부터 빼앗은 것은──.

현자
브래들리……! 
수고 많으세요. 아침에 뵌 모습이네요.

브래들리
여어, 수고.
나도 이따 레녹스랑 같이 촬영하거든.
택시에서 네 녀석들이 보여서 내렸는데…….

브래들리는 잡지와 나를 번갈아 보며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린다.

브래들리
아키라. 
너도 이런 랭킹에 흥미가 있었나 보네.

레녹스
랭킹?

현자
이건 그, 레녹스가 1위라서, 무심코…….

레녹스
……아아, 이 기획 말씀이시군요.
매년 대대적으로 다뤄 주셔서 황송합니다.

현자
5년 연속 1위라니 대단하네요.
게다가 5년 연속 2위는 브래들리라니……

레녹스
브래들리는 색기 있는 멋진 연기로 남녀 불문하고 팬을 사로잡고 있으니까.
애인으로 삼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해가 간다.

브래들리
흥, 잘도 말하는구만.
5살짜리 꼬마 숙녀에게 편지를 받고 있는 녀석이 말이야.

현자
5살짜리 꼬마 숙녀?

레녹스
라디오 네임 미카쨩 말이죠.
제가 나왔던 라디오에 편지를 보내준 아이입니다.

브래들리
레녹스의 팬층은 차원이 다르게 넓다.
『남녀노소에게 인기』라는 걸 구현하고 있는 놈이지.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매력쟁이라니까.
악역이 특기인 주제에.

현자
악역이 특기…….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할 때 레녹스가 말했었죠.

브래들리
아키라.
확실히 와닿진 않는 표정이구만.

 

2화

──서점을 떠나고 몇 시간 후.
나는 브래들리의 후배로서 드라마 촬영을 견학하게 되었다.
『네놈도 배우 나부랭이라면 이 녀석의 악역 연기는 봐두는 게 좋을 거다』라는 브래들리의 조언 덕분이다.

현자
(여기가 드라마 촬영 현장이구나……. 고급 호텔의 입구를 빌려서 촬영하다니 엄청나네.)

안절부절못하면서, 브래들리가 빌려준 대본으로 오늘의 장면을 확인한다.

현자
(레녹스의 역할은 대기업 재벌의 도련님으로 유능한 젊은 사장…….)
(온화하고 소탈한 인품으로 주위의 신뢰도 두텁지만…… 어떤 야망 때문에 정계의 뒷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이번 장면은, 레녹스가 연기하는 사장 역할에 마음을 품은 비서와의 대치 장면이야. 어떤 연기가 될까…….)

감독
자, 그럼 촬영 갑니다.
3, 2, 1……. 액션!

비서
사장님. 오늘 파티도 수고하셨습니다.
마중 차량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장
고마워.
……후. 정치인들과의 대화는 신경이 닳아 없어지는 것 같군.
네 얼굴을 보면 안심이 돼.

비서
……그러십니까.
피곤하시다면 커피를 타드릴까요. 저희 집에서.

사장
하하. 너답지 않게 희한한 농담이군.
대담한 유혹을 받아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 뒤로는 시부야에서 회식 일정이 있을 텐데.

비서
그쪽 일정은 취소했습니다.

사장
……. 무슨 소리지.

비서
당신에게 드릴, 은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비서의 손은 약간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경애하는 사장의 이면을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다.
레녹스의 진홍색 눈동자가 한순간, 그 떨림을 시야에 포착한다.

사장
……그렇군.

그는 큰손으로 단 한 번, 눈앞의 여성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장
너는 나의 귀여운 비서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구나.

비서
……읏.
저, 는…….

무언가를 대꾸하려던 비서가 말을 잇지 못한다.
비서가 올려다본 그의 눈동자 색이, 애절함, 광기, 그리고 연모──.
모든 감정이 뒤섞인 붉은색이었기 때문에.

비서
실례, 하겠습니다……!

사장
………….

 

수수께끼의 남자
그래서. 이야기는 끝났습니까?

사장
당신은…….

사회의 빛과 어둠을 계속 지켜봐 온 듯한 미소를 지으며, 한 남자가 레녹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위협하듯 낮은 목소리를 낸다.

수수께끼의 남자
정에 휩쓸리지 마라.

사장
……알고 있습니다.
………….

레녹스가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것은 몇 초로도, 몇 분으로도 느껴지는 무거운 시간.
……그 시선의 끝에는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었다.

감독
컷!

현자
……!
(……하아. 대단해, 숨 쉬는 것도 잊고 넋 놓고 봐 버렸어…….)

감동과 존경의 눈빛으로 레녹스를 본다.
나의 시선을 눈치챈 그는, 평소의 꾸밈없는 미소로 돌아와 있었다.

 

3화

레녹스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현자
수고하셨습니다. 레녹스.

레녹스
아키라씨, 수고하셨습니다.
먼저 돌아가신 줄 알았어요.

현자
오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남아 있었어요.
레녹스의 연기,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정말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브래들리도 인사는 제대로 해두라고 들어서요.

레녹스
하하.
역시 폴몬트 프로덕션이군요. 예의가 바르시네요.
앞으로도 촬영은 계속되니까, 또 브래들리와 같이 촬영하거나 기회가 된다면 견학하러 오세요.

현자
네, 꼭 올게요!
아, 그런데…….

레녹스
음? 무슨 일 있으신가요?

현자
음, 사실 저……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어서요.
(내가 만약 원래의 기억을 되찾는다면 분명 지금의 생활을 계속할 수는 없을 거야. 그러니까…….)

어중간한 약속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억에 대한 걱정도 끼치고 싶지 않아, 이어서 할 말을 망설이던 그때…….

레녹스
……그렇군.
그럼 너랑 만날 수 있는 것도 오늘이 끝일지도 모르겠네.

현자
와……!?

레녹스의 감싸 안을 듯 큰 손이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현자
저기, 레녹스……?

레녹스
……앗. 죄송합니다, 촬영 직후라서…….
역할에 끌려간 것 같습니다.

현자
아하하, 괜찮아요.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배우분들은 그럴 때가 있다고 들은 적은 있는데, 정말이었군요.

레녹스
네.
젊었을 때는 위험한 대사가 튀어나와서 주위를 놀라게 해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현자
그렇군요, 레녹스는 악역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게 역할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멋지다고 생각해요.

레녹스
하하, 감사합니다.

현자
……맞다. 레녹스는 오늘 같은 나쁜 남자 연기도 멋졌는데요, 그 밖에도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레녹스
있습니다.

현자
오! 어떤 역할인가요?

레녹스
양치기, 일까요.

현자
어, 양치기요?

레녹스
네.
최근, 쉬는 날에는 자주 근처의 목장에 가고 있습니다만……
거기에 있으면 릴랙스 된다고 할까,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런 식으로, 아직 스스로밖에 모르는 듯한 일면을 살릴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네요.

레녹스가 온화하게 눈을 가늘게 뜬다.
광활한 초원에서 양에 둘러싸여 웃는 그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쉽게 상상돼서…….

현자
레녹스에게 딱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따스한 남풍이 어울릴 것 같은 그와 마주 보며 웃었다.

 

카드 에피소드 [역전의 용사의 연기력]

현자
얼마 전 꿨던 꿈에서, 레녹스와 모두는 배우가 되어 있었어요.

레녹스
배우……입니까?
저는 재주가 없어서, 여러 가지 역할로 변신하는 스스로는 그다지 상상할 수 없네요.
꿈속의 저는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현자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두에게 대인기 배우였어요!
어린 소녀에게도 편지를 받거나…….
악역이나 어려운 역할도 완벽하게 소화해냈죠.

 

레녹스
악역…….
………….

현자
히익!?
저기, 죄송합니다, 저 뭔가 나쁜 말을 했나요……!?

레녹스
아…… 아니요. 저야말로 겁먹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그…… 악역과는 조금 다르지만, 어둠에 숨어서 이쪽의 목숨을 노리는 무리의 기백은, 다소 기억이 나서…….
연기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고.

현자
아아, 그렇군요! 그런 거였나요!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질 정도로 엄청난 박력이었습니다.
명연기네요, 레녹스.

레녹스
하하.
감사합니다, 현자님.

현자
(레녹스는 언제나 온화하니까 잊어버릴 때도 있지만…….)
(어둠에 숨어서 목숨을 노리는 사람의 기백을 기억하고 있다니…… 과연 역전의 용사답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