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告

ヴォクスノク

1화

라스티카
라스티카 펠치의 『아모레스트・비엣세』 공개 녹화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밤의 출연자는 저, 라스티카와…….

피가로
게스트인 피가로 가르시아였습니다.
다들, 오늘 와줘서 고마워.

라스티카
다음 주에도 부디, 사랑스러운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그럼 또 뵙겠습니다.

현자
(눈 깜짝할 사이에 1시간이 지나갔어…….)

라스티카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공개 녹화가 끝나고, 적당한 긴장감이 스르륵 풀린다.
이날 나는 피가로에게 이끌려, 녹화 현장을 견학하고 있었다.

피가로
안녕. 오래 기다렸지, 아키라.

현자
피가로! 수고하셨습니다.

피가로
좋은 표정 하고 있네.
어때? 녹화 재밌었어?

현자
네, 무척이나요. 그리고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라스티카의 잔잔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토크는 두근거렸고, 피가로의 시간차 태클도 재미있어서요.
회장의 여러분도 정말 즐거워 보였습니다.
저게 프로의 스킬이구나, 생각했어요.

*ノリツッコミ


피가로
하하, 다행이다. 착실하게 공부도 하고 기특하네.
그건 그렇고 아카이브가 음성으로만 남아서 다행이야. 토크 주제도 챌린지 기획도 꽤 과감했으니까.

라스티카
하지만 그 덕에 코너 전부가 무척 달아올랐습니다.
전개도 착지점도 예측할 수 없는 분위기가 제 라디오의 매력이라고 하더군요.

조금 늦게, 라스티카도 스튜디오에서 나왔다. 대본을 정리하며 싱긋 웃고는 말한다.

피가로
정말, 매번 갑자기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리지.
저 센스는 좀처럼 흉내 낼 수가 없어.

현자
라스티카는 이야기 자체도 잘하잖아요.
화제가 비약해 버려도, 아름다운 말로 술술 이야기하니까 듣고 있으면 편안합니다.

라스티카
후후. 당신도 즐거워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 업계에는 이제 익숙해지셨나요?

현자
조금은요…….
피가로가 여러 현장에 데려가 줘서, 매일 공부하고 있습니다.

라스티카
그거 훌륭하네요.
괜찮으시다면 제 디너쇼에도 와주세요.

현자
네!? 그래도 되나요?

라스티카
물론이죠. 제가 잘 다루는 악기를 연주할 테니 부디 맛있는 식사와 함께 즐겨주세요.
아, 그리고 다음에 저희 사무실에도 놀러 와 주시면 좋겠네요.
클로에는 당신을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으니까요.

피가로
잠시만, 라스티카.
버릇 나왔네.

현자
왁.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에 손을 두르며, 피가로가 나를 끌어당긴다.

피가로
이 아이를 발견한 건 나라고.
너는 마음에 드는 아이에겐 금방 권유를 해버리니까.

라스티카
아하하, 죄송합니다.
아키라씨가 너무나 멋진 분이라 저도 좋아하게 되어 버려서요.
아키라씨. 괜찮으시다면 당신에 대해 더 가르쳐 주시지 않겠습니까?

 

2화

현자
저에 대해서요?

라스티카
네. 좋아하는 음식이나 색깔, 풍경, 시간…….
싫어하는 것이든, 관심이 있는 것이든, 당신에 대해서라면 뭐든지요.

피가로
그러고 보니 나도 네 그런 건 별로 들어본 적이 없었네.
어때? 바로 떠오르는 거 있어?

현자
글쎄요…….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있겠지만……
기억이 흐릿한 탓에, 잘 기억이 안 나서요.
그래서 지금 찾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가로와 함께.

라스티카
어머.

피가로
나랑?

현자
네. 일하는 틈틈이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사진 명소에서 사진을 찍어 보거나.
피가로는 여러 장소에 데려가 주고, 여러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많이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저 자신을 함께 찾아주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피가로와 라스티카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동시에, 넘치도록 웃는다.

라스티카
이거, 차여버린 걸까?

피가로
아하하, 그럴지도 몰라.
와, 이런 기쁜 말을 해주다니.
정말 밟지 않은 눈처럼 새하얀 아이다.
저기 아키라, 몸도 마음도, 조금 더 나에게 맡겨 보지 않을래?

현자
네……?

솜이불로 감싸는 듯한 목소리로, 피가로가 유혹한다.
가늘어진 재색과 개암나무색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피가로
그렇게 하면, 너를 좀 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텐데.

현자
어……! 그, 그건 좀…….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며 시선이 방황한다.
그 모습을 보고 피가로는 웃으며 몸을 떼어냈다.
덤으로 손가락 끝으로 톡, 하고 내 이마를 찌른다.

피가로
농담이야.
이 정도로 부끄러워하면, 배우는 못 한다?

라스티카
역시 상냥하면서도 엄격하시네요.

현자
앗, 지금 그거 연기였나요……!?
깜짝 놀랐어요…….

피가로
미안, 미안. 
네가 너무 착한 아이니까, 그만 놀리고 싶어졌거든.
하지만 나도 너랑 같이 공부하고 있어.
어제도 최신 유행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카페에 갔었지.

현자
앗, 웅크린 고양이 모양의 푸딩이 유명한 곳 말이죠.
흔들면 탱탱하게 떨려서, 먹기 아까울 정도로 귀여웠어요.
역시 최신 디저트!

라스티카
웅크린 고양이 푸딩…….
혹시 작년에 루틸이 빠져 있던 그건가.

현자, 피가로
엥, 작년?

피가로
거짓말─.
바로 얼마 전에 화제가 되지 않았나?

라스티카
화제가 되었던 건 얼마 전이지만, 당시에는 어떤 카페든 만석이라 좀처럼 들어갈 수 없었으니까요.
느긋하게 음미하는 것은 지금이 더 적합할지도 모릅니다. 두 분은 좋은 시기를 택해서 유행을 타셨군요.

피가로
그거, 유행을 탄 게 맞는 걸까…….

현자
그래도 맛있고 귀여웠어요.
저는 그 푸딩이 좋아요.


피가로
………….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3화

그 후, 우리는 스태프분들과 인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짐을 정리하고 한숨 돌리며 차를 준비한다.

피가로
이 과자, 마지막 한 세트를 살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이건 틀림없이, 유행의 최첨단이라구.

현자
감사합니다.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으로 찾아볼까.

피가로
하하, 쓸데없는 지혜를 얻었네.

농담을 주고받으며 함께 소파에 걸터앉는다.

현자
오늘도 귀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여러 가지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피가로
너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기뻐.
라스티카도 잘해줬고.

현자
네. 상냥하고 재미있고, 제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다가와 주셔서.
사무실 이야기도 들었는데 무척 활기차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쪽에는 개성적인 사람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피가로
거기는 신진기예의 사무실이니까.
우리랑은 완전히 다른 색이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이적에 관심 있어?

현자
네?

피가로
오늘은 만류했지만,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나는 네 의사를 존중할게.
아직 가르쳐 주고 싶은 것도 있고, 섭섭하기도 하지만 말이야.

농담처럼 어깨를 으쓱하며, 피가로가 웃는다.
나는 분명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자
아니요. 여기 있게 해 주세요.
그날, 피가로가 저를 찾아내 주지 않았다면 이런 경험은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당신에게는 정말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무실에서 피가로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게, 지금은 정말 즐겁고 기쁘니까요.

피가로
……응, 알고 있어.

나란히 놓인 두 개의 글라스에 와인과 포도 주스가 따라진다.
살며시 글라스를 맞대어 건배하자, 피가로는 와인을 입에 머금었다.

피가로
하지만……. 내 곁에 계속 있으면 조만간 나는, 새하얀 너를 좋아하는 색으로 물들여 버릴지도 몰라.
마음대로 해서, 정말 몸도 마음도 나에게 맡겨 주도록, 차근차근 유혹해 버릴지도 몰라.

현자
앗, 또 연기하시는 거죠?
이번에는 속지 않…….

피가로
글쎄.

현자
……피가로?

피가로
나는, 진심으로 받아들여도 좋아.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여, 피가로가 나를 들여다본다.
눈앞의 눈동자는, 깊은 바다처럼 그 끝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피가로는 내가 싫어하는 짓은 하지 않을, 상냥한 사람이다.

현자
……저도, 좋아요.

피가로
엑.

현자
뭐라니, 농담입니다!

피가로
………….

현자
에헤헤.
낮의 피가로를 흉내 내 봤는데 어땠나요?

피가로
……흐, 아하하!
당했네. 역시 너는 인재야, 아키라.
장래, 나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물이 될지도.

 

카드 에피소드 [꿈속에서도 현실에서도]

피가로
현자님, 나야. 들어가도 돼?

현자
피가로.
네, 들어오세요.

피가로
좋은 아침.
곧 아침 식사가 준비될 것 같아서 데리러 왔어.

현자
감사합니다. 
피가로가 방까지 와주는 건 드문 일이네요.

피가로
오늘은 마침 눈이 일찍 떠졌거든.
그래서 문득, 네가 전에 이야기한 꿈 얘기가 생각나서.
현자님 꿈속의 나는 이렇게, 아침에 너를 자주 데리러 왔던 거지?

현자
네. 아침 일찍 일이 없으면, 제가 일어날 즈음에는 근처에 있어 주시고…….
하지만 현실의 피가로도 그렇게 해준다고 하면, 조금 긴장되네요.

피가로
어~?
꿈속의 나에게는 긴장하지 않았으면서?
그렇게까지 너에게 신뢰받고 있었다니, 왠지 나 자신에게 질투가 나네.

현자
물론 현실의 당신에게도 의지하고 있습니다!
꿈속에서도 잘 챙겨주시고, 상냥하고. 신기하게도 처음 만난 기분이 들지 않았어요.
일이 끝난 밤에 술 마시는 걸 좋아해서, 저도 주스로 함께 마시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피가로
아하하.
꿈속의 나도 대강 나네.
뭐, 그래도…….
지금 네 눈앞에 있는 내가, 틀림없이 진짜, 진정한 피가로 선생님이야.
오늘은 이대로, 아침 식사 장소까지 너를 에스코트해 줄게.
꿈속의 나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신사적으로 말이야.